[한국 금융 새 길을 묻다]보험은 은행을 지배할 수 없나[경쟁력 강화방안]⑨"업역 구분은 비효율성의 원인" 규제 완화 기조 속 높아진 가능성
서은내 기자공개 2023-09-06 07:15:00
[편집자주]
인공지능이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시대가 열렸다. 빅테크들이 금융업에 진출하고 애플 통장까지 나왔다. 애플 통장엔 석달만에 100억달러, 12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종산업간 결합은 물론 영역과 경계가 무너지면서 금융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한국 금융은 어디로 가는가. 여전히 규제와 관치의 테두리 안에서 더딘 변화를 보이지만 조금씩 새 길을 찾아가고 있다. 더벨은 주요 금융사 및 연구소 협회의 브레인들을 찾아 한국 금융 산업의 현 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묻고 그들의 고민과 변화 방향과 속도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1일 08시2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생명은 한때 우리금융그룹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바 있다. 보험사의 은행 지배와 같은 금융 변화가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나아가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대기업 계열의 은행 지배는 허용될 수 있는 문제인가. 대기업의 은행 지배는 금산분리 이슈와 맞닿은 주제여서 논란도 크고 합의점도 잘 도출되지 않는다.금융과 산업자본의 경계는 엄연히 필요하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비은행의 은행 소유와 관련해서는 보다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역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글로벌 금융업 추세상 우리도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뜻에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우리나라 금융 산업은 실질적으로 은행과 비은행,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경계가 존재하며 이러한 업역의 구분은 비효율성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 "금산분리 이슈 해소는 먼 길"
보험사가 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지의 문제는 나아가 금산분리의 핵심 이슈이기도 하다. 최근 보험사의 은행업 영위와 관련해 보다 규제 완화의 기조가 형성되고 있다. 그럼에도 금산분리 이슈가 해소되지 않는 한 보험의 은행 지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의 예상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비은행의 은행 지배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나 은행산업이 금융시스템에서 차지하는 중요도와 규모, 은행 중심 현행 금융지주사 시스템을 감안할 때 보험의 은행 지배 형식이 금융산업의 주류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NH금융연구소 관계자는 "형식적으로는 가능할 수 있지만 보험사의 대형 시중은행 지배는 과거보다 더 힘들어졌다"며 "최근 10년간 보험사의 자산, 자본 성장 속도보다 시중은행의 성장 속도가 더 빨랐고 격차는 더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천승관 생명보험협회 상무는 "국내 보험사도 은행 소유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갈 필요가 있으나 금산분리 이슈의 해소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기업 계열의 은행 지배 문제는 공론화,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보험의 은행 지배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산업자본과의 결별이 필요하다는 강경한 주문도 있다. 과거 동양그룹 사태와 같은 부작용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혁신 촉진을 위해 금산분리 규제를 개편할 필요성에 대한 동의는 있으나 그 변화는 금융의 공적 역할과 효율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로 한정시켜야 한다는 견해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장은 "대기업 계열 보험사는 보험업 본연 외에 전체 계열사 지배구조 내에 위치하는 것 자체로서 무게감을 갖는다"며 "전체 그룹 리스크가 금융 계열사에 전이되는 구조 속에서 지배구조 리스크를 보험사가 떠안는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 은행지주계열 연구소 전문가는 "미국의 경우 은행을 보유한 경우와 은행업을 겸영으로 하는 보험사가 일부 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후로는 필요한 고객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이라며 "국내에서 산업자본이 보유하지 않은 보험사의 경우 은행을 보유할 만큼 자본 규모가 적정한 곳이 드물고 은행을 보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 은행 자회사 통해 경쟁력 강화하는 글로벌 보험사들
그럼에도 기회는 있다. 선진 금융시장의 사례를 통해 한국의 금융산업이 나아가야할 길을 미리 가늠해볼 수 있다. 글로벌 대형 보험사인 알리안츠, BNP파리바, 악사 등의 경우 은행 자회사를 두고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쟁력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BNK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은 금융권 경쟁촉진을 위해 보험사가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우선적으로 보험사가 해외에서 은행 등 금융사를 소유하는 것을 허용하면서 앞으로 국내 보험사의 은행지배 가능성은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주요 금융 선진국도 산업자본과 은행 분리를 철저히 하고 있는만큼 국내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나 은행권의 비금융사 투자 규제 완화 기조, 해외 금산분리 규제 완화 등 다른 방면으로의 진출 기회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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