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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 새 길을 묻다]총자산 700조에 멈춘 대형사…증자가 필요하다[금융지주 체제]⑤리딩뱅크 위상 OECD 평균 이하…비은행·글로벌 등 더 키워야

고설봉 기자공개 2023-08-30 11:30:30

[편집자주]

인공지능이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시대가 열렸다. 빅테크들이 금융업에 진출하고 애플 통장까지 나왔다. 애플 통장엔 석달만에 100억달러, 12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종산업간 결합은 물론 영역과 경계가 무너지면서 금융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한국 금융은 어디로 가는가. 여전히 규제와 관치의 테두리 안에서 더딘 변화를 보이지만 조금씩 새 길을 찾아가고 있다. 더벨은 주요 금융사 및 연구소 협회의 브레인들을 찾아 한국 금융 산업의 현 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묻고 그들의 고민과 변화 방향과 속도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9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은행 금융지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2000년대 대형 은행을 기반으로 출범한 금융지주들은 중소 규모 은행들을 흡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2010년대를 지나며 비은행 금융사 인수합병(M&A)을 통해 한번 더 체급을 키웠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성장성은 눈에 띄게 저하됐다. 국내 1등 금융지주인 KB금융지주의 총자산은 700조원 수준에서 더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2경4000억원 규모 국내 금융시장에서 고객들이 금융기관(은행,보험,증권)에 맡긴 돈은 6000억원 남짓이다. 금융지주가 체급을 더 키울수 있지만 여러 장벽에 막혀 성장통을 겪고 있다.

금융권과 학계 등에선 우리 금융지주들의 체급을 한 단계 더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비은행과 글로벌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차원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갖출 필요성이 제기된다. 증자를 바탕으로 규제 완환 등을 통해 금융산업이 미래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은행 중심으로 성장한 금융지주 20년…성장성 둔화, 임계점 도달

국내 금융산업은 2023년 8월 현재 10개 금융지주사 주도로 재편돼 있다. 이 가운데 8곳이 은행 금융지주다. 특히 현재 KB·신한·하나·우리·NH 등 시장 지배력이 높은 5대 금융지주 모두 은행을 기반으로 출범한 금융지주란 특성이 있다.

이 같은 금융산업 구조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고착화됐다. 당시 활발하게 진행된 인수·합병을 통해 소수의 대형 은행이 기타 중소 규모 은행 및 금융사들을 통합했다. 이후 은행들의 지주사 전환이 2000년대 초반 활발히 이뤄졌다. 이는 주요 선진국 금융산업 대형화 추세와도 유사하다.

5대 금융지주는 안정적인 자금 운영과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면서 국내외 경제 위기시 안전판 역할을 수행했다. 5대 금융지주 외에 각 업권별로도 금융기관이 증가함에 따라 건전한 경쟁체계가 조성되면서 금융산업이 성장했다.

다만 최근 성장세는 한풀 꺾였다. 주요 금융지주 총자산 등 현황을 살펴보면 최대 700조원 규모에서 성장이 정체된 것을 알 수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KB금융지주의 총자산은 2022년 말 현재 700조원 수준으로 글로벌 금융사들과 비교할 때 체급이 작다는 평가다.


주요 OECD 회원국에 기반을 둔 글로벌 은행들과 비교해도 국내 금융지주들의 체급 및 시장 지배력은 작은 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WEO)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규모 대비 리딩뱅크인 KB금융의 총자산 규모는 30.8%로 낮다. 이는 OECD 회원국 중에서도 최하위권에 속하는 수준이다.

이 통계는 IMF WEO가 OECD 국가 내 소재한 총자산 기준 글로벌 100위 은행을 대상으로 분석한결과다. 국내에선 KB금융이 해당된다. 2021년 자료를 기반으로 리딩뱅크 총자산을 명목 GDP(달러 기준)로 나눠 산출했다.

주요 OECD 국가들의 경제규모 대비 리딩뱅크 총자산 규모는 핀란드 218%, 덴마크 150%, 스위스 139% 등 대체로 유럽 국가들이 높았다. 아시아권에선 일본이 60.9%로 가장 높았고 중국은 31%로 우리와 비슷했다. 미국은 16.0%로 가장 낮았다.

우리 금융지주들의 총자산 성장률도 해를 거듭할수록 둔화하고 있다. 대체로 2000년대 초반 설립 직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매년 성장률이 후퇴했다. 2020년대 들어 코로나19 기간 반짝 성장률이 반등하기도 했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성장률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10개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설립된 신한지주의 연결 자산현황을 살펴보면 이러한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2001년 말 신한지주 총자산은 56조3297억원이었다. 이후 매년 성장을 거듭해 2022년 말 675조8823억원으로 1099.87% 불어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설립 후 초창기 다양한 비은행 자회사들을 인수합병 하면서 2010년대 중후반까지 체급히 급격히 커졌다. 그러나 2020년대로 넘어오면서 성장 동력이 저하됐다. 2020년 대비 2021년 총자산 성장률은 7.09%에 그쳤다. 2021년 대비 2022년에는 4.28%로 더 하락했다.

국내에서 총자산 규모가 가장 큰 KB금융지주의 성장성은 더 떨어진 상황이다. KB지주는 이미 설립 초기부터 총자산 규모가 300조원에 육박했던 만큼 성장성도 크지 않았다. 2008년 말 267조5488억원이던 총자산은 2022년 말 701조1708억원으로 162.07% 성장하는데 그쳤다.

KB금융 역시 2010년 중후반 들어 급격한 성장률 저하를 겪었다. 2020년 들어서는 자산성장 속도가 더 크게 둔화됐다. 2020년 대비 2021년 성장률은 8.72%로 코로나19 기간 반짝 반등했다. 그러나 2021년 대비 2022년 성장률은 5.61%로 높지 않았다.

다른 금융지주사들의 현황도 비슷하다. 지주 설립 초창기 반짝 고성장하다 2020년대 들어 성장률이 급격히 저하됐다. 2020년 대비 2021년 성장률은 농협금융지주 4.86%, 메리츠금융지주 17.92%, 우리금융지주 12.05%, 하나금융지주 8.72%, 한국투자금융지주 16.47%, BNK금융지주 12.38%, DGB금융지주 7.42%, JB금융지주 5.66%를 각각 기록했다.

그러나 2021년 대비 2022년 성장률은 농협금융지주 3.54%, 메리츠금융지주 13.08%, 우리금융지주 7.44%, 하나금융지주 13.22%, 한국투자금융지주 5.21%, BNK금융지주 6.77%, DGB금융지주 5.94%, JB금융지주 6.09%로 각각 집계됐다. 전 금융지주에 걸쳐 전체적으로 성장률이 반토막 났다.


◇신성장 동력 확보 위해 비은행 중심 외형 키워야

금융지주 총자산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고 성장성이 저하된 주요 원인은 은행 중심의 금융산업 발달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마저도 각종 규제로 인해 금융지주사의 자산성장 및 사업 다각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현재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은행 중심의 금융구조가 안착했다. 2010년부터~2022년말까지의 통계를 살펴보면 가계의 금융자산 중 예금 비중이 46%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금융투자상품은 22%로 낮은 수준이다.

은행 중심의 금융구조에서 영업실적은 대출 규모와 이자마진에 따라 달라진다. 이는 통화정책, 경기변동 등 외부충격에 따라 민감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나라 금융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자본시장 중심의 금융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단순히 비은행 중심의 금융지주 육성보다 기존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가 비은행부문의 수익 비중을 확대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 인프라 개선, 해외 진출 관련 규제 개선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DGB ESG전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투자은행(IB) 부문의 수익성 확대, 해외 비즈니스 수익성 개선 등 외형적 성장은 거두었다는 평가가 있다”며 “그러나 여전히 글로벌 경쟁력 부족, 낡은 자본시장 인프라와 규제 등 성장 한계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규제 완화 등 제도적 측면의 지원도 뒷받침 돼야 한다. 금산분리 규제로 인해 금융사들의 신사업 진출은 사실상 막혀 있다. 또 정부 차원의 공공재적 역할 강조 등 외부 변수에 따라 각 금융지주가 전략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도 자산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라는 지적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일단은 자본력을 좀 더 키워야 되는데 이는 금산분리와도 관련이 조금 있고, 또는 M&A하고도 관련이 있는 이슈”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선진 금융기관과 경쟁하려면 더 큰 자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추가 성장 동력 확보와 경영 효율화 등을 위해 보다 큰 규모의 플레이어가 진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 금융산업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 오히려 플레이어를 줄이자는 의견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기존 대형 금융지주들을 한번 더 합병해 초대형 메가뱅크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메가뱅크 출현이 글로벌 플레이어와의 경쟁 측면에서는 필요할 수 있다”며 “국내 은행산업 측면에서는 ‘단순한 규모 경쟁’으로 이어지고 금융리스크가 소수의 대형은행에 집중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고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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