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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동박3사]중국 뛰어넘는 '고품질' 시장 겨냥...선택 아닌 필수[사업전략]②중국의 저가공세에 수익성 악화, 기술격차·원가절감으로 돌파

김위수 기자공개 2023-09-07 07:28:35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4일 16:4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다른 산업 분야를 다루는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동박 업체들에게 중국은 큰 고민거리다. 중국 업체들의 동박 생산능력은 지난해 말 기준 63만2000톤(t)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년 대비 생산능력 성장률이 74.1%에 달한다.

앞서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2025년 동박 수요가 74만8000톤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발 증설에 따른 공급과잉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중국 업체들은 주로 보급형 전기차를 위한 동박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범용 동박 제품의 경우 저가 수주 경쟁이 벌어지고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SK넥실리스·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솔루스첨단소재 등 국내 동박 3사는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격차를 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가올 고품질 동박 시대 준비

국내 동박 기업들이 내세우는 경쟁력은 기술력이다. 급격하게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경우 주로 범용 제품을 생산한다. 범용 동박 시장에서는 저가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고품질 제품에 집중해 시장 입지를 굳히겠다는 것이 국내 동박 3사들이 취하고 있는 공통적인 전략으로 보인다. 동박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동박 시장에서는 범용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전기차 성능이 고도화되며 고품질 동박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품질이 높은 동박은 두께가 6마이크로미터(μm) 이하로 아주 얇으면서도 높은 강도를 가지는 동시에 잘 늘어나는 제품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8~10㎛ 두께 동박보다 더 얇고 강도·연신율이 높여야 한다. 현재 SK넥실리스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솔루스첨단소재 모두 6μm 동박과 8μm 동박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여기에 더해 SK넥실리스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4μm으로 더 얇은 동박을 양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국내 동박 기업들에게 기술격차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범용 동박 시장에서는 중국계 기업들의 저가공세가 이어지고 있어 수익성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 올 상반기 국내 동박 업체들이 낮은 수익성을 보인 것도 시장의 치열한 경쟁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SK넥실리스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7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0.2%에 불과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같은 기간 7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매출 대비 2% 수준이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적자를 기록했다.

현재 고품질 동박 시장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기술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이같은 격차를 유지한다면 향후 열릴 고품질 동박 시장을 선점하며 수익성을 늘릴 수 있다. 동박업계 다른 관계자는 "초극박·고연신의 특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고품질 동박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기업은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수익성 확보 위해 원가절감 '사활'

동박 시장의 주류는 8~10μm 두께의 범용 제품들이다. 고품질 제품에 대한 수요가 충분히 오르지 않은 상황이다. 동박 업체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원가를 최대한 낮추는 일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SK넥실리스가 해외 첫 거점으로 말레이시아를 점찍은 데에는 이같은 배경이 작용했다.

원재료인 구리 수급의 경우 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SK넥실리스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동박 생산에 있어 고정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인 인건비와 전력비를 낮추기 위해 말레이시아를 신규 거점으로 선택했다. 실제 말레이시아는 전력비가 우리나라의 50% 이하다. 인건비 역시 우리나라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022년 4분기부터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현재 말레이시아 공장의 생산능력은 연산 4만톤으로 국내 전북 익산 공장(2만톤)의 두 배다. 말레이시아에 연산 5만톤의 생산능력을 추가하는 증설작업도 진행 중이다. SK넥실리스는 올해 중 연산 5만톤 규모로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올 상반기 동박업체들의 수익성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된 가운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상대적으로 높은 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도 말레이시아 공장을 선제적으로 가동한 덕분으로 보인다.

한편 솔루스첨단소재의 경우 두 회사와 달리 유럽에만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유럽의 높은 전력비는 올 상반기 솔루스첨단소재가 적자를 내게 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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