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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의 승부수, AI]대를 잇는 '1등 LG' 꿈, AI에 거는 기대①평소 4차혁명 기술에 관심...계열사 전 사업 혁신 이끌 AI에 주목

정명섭 기자공개 2023-09-12 07:22:14

[편집자주]

'회장님의 어떤 것'은 특별하다. 최고 경영자가 주목한 기술이나 제품이 곧 기업의 미래이자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거나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오너의 역할은 아니겠지만 의사결정권자의 무게감은 더없이 막중하다. 더벨이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진들이 낙점한 기술·제품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8일 08: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등 LG'는 화담(和談) 구본무 선대회장 평생의 꿈이었다. 그는 LG그룹을 초우량 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항상 강조했다. 경영 환경이 어려울수록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의 진가가 드러난다. 소위 '1등 프리미엄'이다. "우리는 1등이 아닌 기업은 인정해주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구 선대회장의 일성은 그가 생전에 왜 그렇게 1등에 집착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2018년 선대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총수 자리를 넘겨받은 구광모 회장(사진)은 이 경영 방향을 계승했다. 그가 장고 끝에 결정한 차세대 먹거리는 인공지능(AI)과 바이오, 클린테크(폐플라스틱·배터리 재활용, 탄소포집 등). 그중에서도 AI는 모든 계열사 사업의 혁신을 촉발하는 게임체인저라고 봤다. 실제로 AI는 구글 같은 미국 빅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주요 IT 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일 정도로 유망한 분야로 손꼽힌다.

LG AI 연구원 설립과 초거대 AI 개발, C레벨급 인재 영입, 대규모 투자 계획 수립 등 일련의 과정은 AI에 대한 구 회장의 진심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평소 4차혁명 기술에 관심...디지털전환 핵심 'AI' 잠재력에 주목

구 회장은 취임 후 어깨가 무거웠다. 확실한 글로벌 선두 사업이 없다는 점이 그를 짓눌렀다. 전 세계 시장점유율 1위인 이차전지 사업은 당시만 해도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가전과 디스플레이 사업은 고도 성장기를 지났다. 실제로 디스플레이 사업은 구 회장 취임 첫해에 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중국발 공급 과잉 '쇼크' 탓이다.

그는 취임 후 두문불출했다. 그룹 사업 현안을 파악하는 일보다 미래 준비를 위한 경영 구상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룹 싱크탱크인 LG경영연구원을 통해 시장 변화를 수시로 체크했다.

구 회장은 평소 4차 산업혁명 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미국 로체스터 공대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하고 실리콘밸리 소재 IT 기업에 취업해 실무 경력을 쌓은 과정들은 그의 관심도를 대변한다.

그는 2015~2016년 (주)LG에서 상무로 재직할 당시 계열사 간 사업을 조정하고 신사업을 관할하는 시너지팀에서 근무하며 미래 대비에 관한 안목을 키우기도 했다. 이에 재계는 그가 어떤 신수종 사업을 들고나올지 주목했다. 전자와 통신, SI(시스템통합) 분야의 계열사를 둔 만큼 5G와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이 거론됐다.


구 회장이 AI를 낙점한 건 무궁무진한 잠재력 때문이다. 2016년 3월 한국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의 바둑 AI '알파고'의 대결 이후 AI는 인터넷 만큼 세상을 바꿀 기술로 주목받았다. 각 산업에선 AI를 접목한 '디지털 전환'이 화두로 떠올랐다.

구 회장은 전자와 화학, 통신 계열 등 모든 그룹사에 적용할 수 있는 AI의 보편적 특성에 주목했다. 아울러 기업의 전략과 조직, 프로세스, 문화, 커뮤니케이션 등도 AI를 통한 데이터 분석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봤다.

◇그룹 첫 AI 싱크탱크 설립에 AI 석학 영입...2026년까지 AI 개발에 3.6조 투자

결단을 내린 구 회장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취임한 해인 2018년 말 R&D 기지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내에 AI추진단을 설립했다. 이는 그룹 첫 AI 전담 조직이다. 이전에는 2017년 설립된 LG전자 인공지능연구소가 전부였다. AI추진단이 AI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일부 기술이 LG화학의 신약 개발, LG이노텍 특허 문헌 분석 등에서 성과를 보이자 구 회장은 2020년 12월 LG AI 연구원으로 조직을 격상했다.

2018년 9월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신기술 동향을 살펴보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구 회장 취임 후 첫 공식 행보로, 당시 차세대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주요 경영진들과 AI, VR 등의 기술 현황을 점검했다. <출처=LG그룹>

구 회장은 동시에 글로벌 10대 AI 석학으로 손꼽히는 이홍락 미국 미시간대 교수를 LG AI연구원의 'C레벨 AI 사이언티스트(CSAI)'로 직접 영입했다. LG AI연구원은 그룹 총수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출범 1년 만에 초거대 AI '엑사원'을 출시하는 성과를 거뒀다. '챗GPT'로 유명한 생성형 AI의 근간이 되는 기술이다.

핵심 인재 영입과 초거대 AI 개발 소식은 다른 인재를 부르는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3월 국내 AI 분야 석학인 서정연 서강대 교수가 합류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코넬대를 거쳐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의 초빙교수를 지낸 이문태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도 영입했다. LG AI연구원 인력은 출범 초기에 70여명이었으나 현재 200명을 넘어섰다. 이후 서울대와 미국 미시간대, 캐나다 토론토대와 공동 연구 체계를 구축해 글로벌 AI 연구의 허브로 자리잡았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20년 말 설립한 LG AI연구원. AI연구원은 그룹 최초의 AI 싱크탱크다. <출처=LG그룹>

LG AI연구원은 올해 4분기부터 LG화학 연구진에 엑사원 기술을 제공한다. 구 회장은 신소재와 신약 부문에서 획기적인 연구 성과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3년간 그룹 차원에서 LG AI연구원에 투자한 금액은 2000억원이다. 구 회장은 2026년까지 AI와 데이터 분야 연구에 3조6000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도 세웠다.

구 회장은 AI 연구 현장을 방문할 때면 "LG의 미래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고 집요하게 연구해달라"고 말한다. 처음 기술개발을 시작한 이후 캐시카우가 되기까지 30여년이 걸린 이차전지 사업처럼 꺾이지 않는 도전으로 AI를 세계 1등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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