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 새 길을 묻다]‘금융위-금감원’ 이원화의 비효율…감독체계 개편 한목소리[감독체계]⑭정책·감독 역할 분리하고 소비자보호 전담 기관 만들어야
고설봉 기자공개 2023-09-14 08:12:48
[편집자주]
인공지능이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시대가 열렸다. 빅테크들이 금융업에 진출하고 애플 통장까지 나왔다. 애플 통장엔 석달만에 100억달러, 12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종산업간 결합은 물론 영역과 경계가 무너지면서 금융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한국 금융은 어디로 가는가. 여전히 규제와 관치의 테두리 안에서 더딘 변화를 보이지만 조금씩 새 길을 찾아가고 있다. 더벨은 주요 금융사 및 연구소 협회의 브레인들을 찾아 한국 금융 산업의 현 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묻고 그들의 고민과 변화 방향과 속도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2일 14: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재의 금융감독 이원 구조는 말도 안된다. 금융위와 금감원을 통합하고 금융감독 체계 자체를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감독으로 조직과 예산을 분리하고 벽을 쳐야 한다. 금융산업 육성과 감독을 동시에 하는 경우는 없다.”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이원화된 현 금융감독 체계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금융시장이 선진화하는 상황에서 감독 체계는 나홀로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 변화에 맞춰 보다 선진화한 형태로 개선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08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과 금융감독위원회 통합으로 출범한 현 체계는 출범 당시부터 여러 논란이 많았다. 금감원 위에 금융위가 중첩된 옥상옥 구조가 감독기관 내부의 갈등을 유발하는 등 비효율적이란 평가다. 전문가들은 정책과 감독역할을 통합해 별도의 기구를 출범하고 소비자 보호 전담 기구를 신설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비효율 유발하는 옥상옥 구조의 금융감독 체계
우리나라 금융산업 전반에 금융감독 체계에 대한 문제의식은 팽배하다. 금융감독을 수행하는 기관 내부에서도 언제나 이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각 기관들의 이견도 크다. 금감원은 금융위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하며 감독체계 개편을 주장하기도 했다.
금융사 입장에선 금융감독 체계 개편은 절실한 문제다. 그러나 당장 감독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불편함과 부당함이 있어도 밖으로 드러내 목소리를 높이기 어려운 주제다. 그만큼 감독 체계에 대한 금융사들의 요구는 절실하다.
금융사들은 금융위와 금감원으로 이원화된 현 체제는 비효율을 유발한다고 말한다.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꼭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감독의 이원화로 인해 업무 비효율이 팽배하다는 시각이 크다.
한 민간 금융연구소 관계자는 “미국, 영국, 독일 등 해외 주요국 금융감독 체계는 정부 부처가 금융산업 정책을 담당하고, 금융감독(정책, 집행)은 독립된 기관이 수행하는 이원화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 금융감독 체계는 감독정책과 감독집행으로 분리돼 금융위원회가 금융산업 정책뿐만 아니라 금융감독 정책까지 수행하는 내부에서부터의 모순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연구소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은 감독집행만을 수행하며, 금융위원회의 산하기관으로서 예산이나 업무수행상으로 지도·감독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해외 금융감독 체계와 차이가 있다”며 “급변하는 국내외 금융 환경에 맞는 감독 체계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감독 체계 개편은 최근 그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몇 년 라임, 옵티머스 등 반복되는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금융정책·금융감독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더 높아지고 있다. 금융산업 정책은 금융산업의 육성과 진흥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가 목적인 금융감독 정책과 견제와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트레이드오프(trade off) 관계로 설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연구소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는 금융산업 정책과 금융감독 정책을 금융위에서, 감독집행은 감독원에서 수행하고 있어 금융산업 정책과 금융감독 정책의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관련법 개정을 통해 금융산업 정책과 금융감독 정책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감독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감독기관의 예산 및 인사상 독립시키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현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도 금감원이 금융위의 산하기관으로 독립적인 감독 업무를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산업과 금융감독 분리…소비자보호 전담 조직 만들어야
금융감독 체계 개편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오래전부터 형성돼왔다. 특히 대선 등 정치 지형의 큰 변화를 앞둔 상황에선 후보들의 공략 등 형태로 개편안이 발표됐다. 그러나 세부 방안에 대한 의견은 정치 지형의 변화에 따라 크게 달라지곤 했다.
가장 큰 쟁점은 금융위와 금감원을 바라보는 각 정치 지형별 인식에서 비롯됐다. 금감원 등을 단순 권력기관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은 가운데 금융감독 기관의 힘을 빼야한다는 논의가 자주 등장했다.
금감원이 모든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을 ‘독점’하고 있는 게 문제라는 인식이 강했다. 금감원이 과도하게 칼을 휘두르는 바람에 감독 결과를 납득하지 못하는 금융사, 규제로 옴짝달싹 못하는 사업자 등으로 금융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식의 인식에서 개혁안이 도출됐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금감원의 감독 기능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개편 논의는 힘을 잃었다.
그러나 금융시장 및 연구소 등 학계의 입장은 다르다. 구조적으로 비효율을 유발하는 현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감독 정책과 금융감독 집행으로 기관을 나눠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더불어 현행 금융감독 체제가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만큼 금융감독 집행 기관에 해당 기능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금융연구소 연구원은 “금융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은 산업은행과 예금보험공사 등이 하고 금융 인프라 이런 측면의 지원은 기획재정부가 해도 된다”며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 이런 건 사실 안해도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소 관계는 “현재 금감원의 문제는 소비자보호 업무를 카스트로 치면 가장 아래 카스트에서 답당하는 것”이라며 “감독기관 직원으로 자부심 느끼는 건 은행 등 큰 금융사에 가서 검사하고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소비자보호 업무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는 건전성을 명분으로 소비자보호가 눌리는 경향이 있는데 건선성과 소비자보호는 궁극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가지만 단기적으로 약간의 긴장이 서로 있다”며 “금융감독 기관의 건전성 업무와 소비자보호 업무 조직을 분리하고 소비자보호에 소속된 직원은 금융사에 대한 검사를 하지 않고 해당 업무에만 집중하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금융감독은 금융산업정책, 금융감독, 금융소비자보호 등 크게 세가지 카테고리로 나뉘어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 상호 견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금융산업의 안정성 및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소비자의 애로와 요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수 있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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