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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 새 길을 묻다]'메기' 역할 실패한 인터넷은행, 과당경쟁 경계해야[인터넷뱅크]⑫시중은행 경쟁 상대 '한계' 명확…미국 SVB 사태 반면교사

김서영 기자공개 2023-09-11 07:33:25

[편집자주]

인공지능이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시대가 열렸다. 빅테크들이 금융업에 진출하고 애플 통장까지 나왔다. 애플 통장엔 석달만에 100억달러, 12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종산업간 결합은 물론 영역과 경계가 무너지면서 금융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한국 금융은 어디로 가는가. 여전히 규제와 관치의 테두리 안에서 더딘 변화를 보이지만 조금씩 새 길을 찾아가고 있다. 더벨은 주요 금융사 및 연구소 협회의 브레인들을 찾아 한국 금융 산업의 현 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묻고 그들의 고민과 변화 방향과 속도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5일 07: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은행산업 과점을 해소하기 위해 신규은행 출현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두 가지 입장으로 양분된 상황이다. 신규은행 출현을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에선 경쟁사의 증가는 소비자 효용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금융시장 경쟁이 촉진돼 예대마진 축소로 소비자에 유리해진다는 것이다.

반대편에선 신규은행 출현으로 금융 시스템 불안정성이 높아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과도한 은행의 출현과 난립으로 경쟁력이 없는 플레이어의 부실로 인해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결국 금융업계에선 경쟁 촉진과 전체 시스템 리스크 관리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 가운데 한때 금융시장 '메기'로 주목받았던 인터넷은행의 근원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터넷은행 추가 출범 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국내 금융시장 경쟁력 제고 방안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인뱅 3사' 경쟁 구도 3년 차…인뱅 추가 출범엔 '회의적'

2017년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출범하면서 금융시장의 메기로 떠올랐다. 두 회사 출범 후 4년이 지난 2021년 토스뱅크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인터넷은행 3사' 구도가 구축됐다. 올해로 인터넷은행 출범 6년 차를 맞았다.

인터넷은행은 ICT와 금융의 융합을 통해 금융산업의 혁신과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증대하기 위해 도입된 신개념 은행이다. 비대면 온라인 영업을 기반으로 시중은행과 달리 오프라인 영업을 위한 인건비, 건물임대료 등과 같은 고정비 지출이 들지 않는다. 여기에서 줄인 지출은 송금 수수료 면제, 높은 예금금리, 낮은 대출금리 등 금융소비자에게 혜택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인터넷은행 3사 구도가 3년 차에 접어든 현시점에서 이들이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을 촉진시켰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인터넷은행 출범 초기엔 5대 시중은행이 긴장했을지 몰라도 인터넷은행의 여러 가지 한계로 경쟁상대가 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금융경제연구소는 "메기를 많이 키운다고 인터넷은행을 늘린다고 해도 이들이 시중은행의 경쟁 상대가 될 순 없다"며 "5대 시중은행 경쟁을 촉진하려고 인터넷은행을 더 늘리면 그 경쟁은 인터넷은행끼리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는데 수익 구조가 굉장히 불투명하다는점 등 한계가 너무 많다"며 "진입 장벽을 낮추고 새 플레이어가 등장하면 시중은행이 아니라 기존 인터넷은행이 가장 싫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5대 시중은행 경쟁을 촉진시키려다 인터넷은행끼리 과당 경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은행은 수신 경쟁을 하기 위해 미끼상품으로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선이자를 지급하겠다'는 등 비정상적인 상품이 나오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은행이 고금리 수신을 하면 고금리 대출을 해야 하고 그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융권 연구소 관계자는 "카카오가 인터넷은행 시장에 처음 진출할 땐 시중은행이 긴장하는 측면이 있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카카오뱅크도 영업점을 내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답답해하고 있고 온라인만해서는 근원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인터넷은행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줄이고 본래 출범 취지인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라는 주문까지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의 주원인 중 하나로 인터넷은행의 저금리 주담대를 꼽았다. 올 2분기 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주담대 잔액은 총 21조22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34.8% 증가했다.

(출처: 은행연합회)

◇금융업 경쟁 촉진, '금융시장 리스크' 관리와 상충

인터넷은행이 제대로 된 메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최근 금융권에선 금융사 경쟁력 강화 방안에 물음표를 보내고 있다. 금융시장 플레이어를 늘리려는 정책에 대해 플레이어가 중요한 게 아니라 '플레이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시중은행 경쟁 촉진을 위해 △신규 플레이어 진입 허용 △금융과 IT 간 협업 강화 △대출 및 예금금리 경쟁체계 구축 등 다양한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당국의 조치에 대해 은행 서비스를 질적·양적으로 개선하고 금융소비자의 후생을 증가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대다수 금융사 및 연구원 측에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경쟁 촉진 측면만 봐선 안 되고 리스크 측면에서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은행 수를 늘리면 경쟁 촉진으로 예대마진이 줄어 이자이익이 이론적으로 줄어든다"고 말했으나 "이것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이 심해지면서 은행들이 크레딧 리스크가 높은 기업이나 가계에도 이자를 낮춰주는 부작용이 나타나 금융산업의 잠재적 리스크가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SVB은행의 사례를 들며 은행 숫자를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SVB은행 사태에서 볼 수 있듯 특성화은행 또는 신규 플레이어의 진출보다 건전정과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측면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한 금융지주 연구소는 "은행 간 건전한 경쟁이 단순 금리 경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신규 은행이 혁신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며 "고객 예금을 기반으로 하는 상업은행은 안정성이 가장 중요하므로 금융산업의 안정성을 도모하면서 변화를 추구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금융당국이 발표한 인가 방식이 '언제든지 은행업 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는 열린 자세로 전환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른 금융지주 연구소는 "과거에는 당국이 추가 인가 계획을 발표한 이후 은행 인가 준비를 시작했지만 이제는 은행 라이선스를 필요로 하는 핀테크 기업 등도 요건을 맞춰 은행업 진입을 추진해 볼 수 있게 됐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은행의 경쟁을 촉진하는 모습으로 시장이 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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