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 새 길을 묻다]국내 금융그룹 글로벌 경쟁력 높이기 '특명'[경쟁력 강화방안]⑧해외 순이익 비중 10% 불과…규제 완화로 활로 찾을까
김서영 기자공개 2023-09-05 07:15:50
[편집자주]
인공지능이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시대가 열렸다. 빅테크들이 금융업에 진출하고 애플 통장까지 나왔다. 애플 통장엔 석달만에 100억달러, 12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종산업간 결합은 물론 영역과 경계가 무너지면서 금융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한국 금융은 어디로 가는가. 여전히 규제와 관치의 테두리 안에서 더딘 변화를 보이지만 조금씩 새 길을 찾아가고 있다. 더벨은 주요 금융사 및 연구소 협회의 브레인들을 찾아 한국 금융 산업의 현 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묻고 그들의 고민과 변화 방향과 속도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31일 15: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금융지주의 글로벌 경쟁력을 두고 금융권의 평가가 엇갈린다. 금융지주들의 해외진출 전략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소 냉담하다. 국내 금융업은 '내수용'이라는 비판이 있을 만큼 해외진출이 미흡하고 아시아권에서의 경쟁력이 낮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다. 해외 현지 대형은행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등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진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반면 국내 금융지주들은 글로벌 경쟁력이 우수하다고 자평한다. 오랜 시간 동안 여러 국가에 진출해 해외자산 규모와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수익, 인력, 리스크, 컴플라이언스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글로벌 관리 시스템이 체계화됐다고 분석한다. 다만 글로벌 은행과 경쟁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국내 금융지주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규제 완화책이 논의되고 있다. 금융권에선 해외지점 투자 및 해외 금융사와 비금융사 인수합병(M&A) 기회가 열리게 돼 긍정적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해외진출은 그 절차와 과정이 복잡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해외사업 순이익 비중 10% 내외…글로벌 금융그룹의 '5분의 1'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금융지주의 전체 순이익 중 글로벌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금융권에 따르면 이들의 글로벌 순이익 비중은 10% 내외다. 하나금융그룹은 19.5%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하나금융이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통합하면서 글로벌 사업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덕분이다.
하나금융의 뒤를 잇는 건 우리금융그룹이다. 우리금융의 글로벌 순이익 비중은 14.3%다. 신한금융그룹은 12.2%, KB금융그룹은 11% 수준이며 NH농협그룹의 경우 1%로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그룹과 비교하면 차이가 극명하다. 일본 미쓰비시계열 MUFG(Mitsubishi UFJ Financial Group)는 글로벌 순이익 비중이 57%에 이른다. 스미토모 미쓰이 파이낸셜 그룹(SMFG)도 56% 수준으로 국내 금융그룹에 비해 5배가량 비중이 큰 셈이다.
물론 국내 금융지주의 해외진출 확대 속도는 빠른 편이다. 국내 금융지주의 전체 점포 수에서 해외 점포 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말 기준 3.8%에서 지난해 말 22.3%로 크게 확대됐다. 그러나 아직 전체 자산에서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의 평균치가 7%에 불과하다. 또 금융지주의 글로벌화 수준을 나타내는 초국적화지수(TNI·Transnationality Index)의 평균치도 11%다. 글로벌 금융지주의 TNI가 30%를 웃도는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 축적된 자본을 바탕으로 과거부터 글로절 시장에 진출해 온 것에 비해 우리나라 금융은 해외진출에 있어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에 해당한다"며 "해외 영업 기반 확대와 리스크 분산을 위해 IB, 리테일, PB 등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다각화하고 아시아에 집중된 진출국의 다변화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지주 계열 연구소는 "국내 기준으로는 경쟁력이 우수하지만 글로벌 은행과 경쟁하기에는 규모와 금융상품 및 서비스 다양성에서 한계가 있다"며 "은행업에 치중된 해외사업 구조를 캐피탈, 카드사 등 비은행으로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사 해외사업 규제 완화 '환영'…비금융사 M&A 경쟁력 확대 돌파구
금융권 안팎에선 국내 금융지주 글로벌 사업 확대 방안으로 'M&A'를 꼽는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국내 금융지주는 주로 우리나라 기업이 많이 나가 있는 곳에 진출해 거기에서 업무 활동을 하는데 이는 진정한 의미의 해외시장 진출은 아니다"라며 "결국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지 대형은행이나 금융사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권 연구원도 "신규법인 설립보다는 현지 영업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금융회사를 적절히 선별해 합작, 인수 및 합병을 시도함으로써 리스크 대비 안정적 수익을 확보해야 한다"며 "가능하다면 현지 비금융회사를 소유해 수익 기반 다변화도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글로벌 금융사들은 비금융사 인수를 통해 금융서비스를 혁신하고 있다. 싱가포르 대화은행(UOB·United Overseas Bank)은 여행 서비스 플랫폼 사업을 통해 자사의 금융서비스를 연계해 제공하고 있다. 일본 MUFG는 재고처리 자회사를 통해 고객사의 과잉 재고를 한시적으로 매입·환매해 고객의 재정적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수수료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사 해외사업 규제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금융권 공통된 목소리다. 현행 규제로는 국내 금융지주사가 해외 비금융 자회사를 소유할 수 없게 돼 있다. 또 금융지주사의 자회사 신용공여한도가 정해져 있었다.
지난 달 17일 금융위원회는 '금융사 해외사업 관련 규제 완화 조치'를 발표해 업계의 환영을 받았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금융회사의 해외 자회사 소유 범위 대폭 확대 △해외 진출 초기 은행지주-자회사 간 신용공여한도 초과 한시적 허용 △금융지주 외국손자회사의 적정담보 확보 의무 예외 적용 △해외 사무소에 영업활동 허용 △현지 규제 및 시장 상황을 고려한 예방 및 개선 중심 검사 운영 등이다.
국내 금융지주는 금융위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해 우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한 금융지주 산하 연구소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규제를 완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며 향후 금융사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해외 현지 정부와의 네트워크 구축에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대응과 지속적인 국내 제도 정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국내 금융그룹의 글로벌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금융권에서는 해외에서 금융회사의 비금융사 소유가 허용되고, 해외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던 법제가 개선되면서 글로벌 진출 전략이 다변화되고 현지 경쟁력 확보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국가에서 '금융-비금융 융합 진출 전략'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마련할 것으로 내다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김서영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저축은행 예보한도 상향 여파]예보료율 인상 따른 비용 부담 확대 '우려'
- 상호금융권, 대부업 자회사 출자 '러시'
- [여전사경영분석]한투캐피탈, 신규 영업 확대에 분기 '흑자 전환'
- [저축은행 예보한도 상향 여파]예보한도 '1억' 눈앞…관건은 예보료율
- 산은캐피탈, 신임 부사장에 안영규 전 부행장
- 유재훈 예보 사장 "마지막 임기 중대 과업 완수할 것"
- 한화생명에 안긴 한화저축, 리스크 관리 고삐쥘까
- ST인터내셔널에 안긴 웰컴캐피탈, 이사진 '새판짜기'
- 하나캐피탈, 인니 리테일 영업 확대 '드라이브'
- [2024 이사회 평가]넥센타이어, 높은 참여도에도…평가체계 '미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