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 새 길을 묻다]금융 브레인들의 제언 "은행 중심 시스템도 이점 많다"[경쟁력강화방안]⑮이자 중심 이익 구조는 수수료 혜택 방증…규제완화·주주환원 '논쟁꺼리'
고설봉 기자공개 2023-09-18 08:13:19
[편집자주]
인공지능이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시대가 열렸다. 빅테크들이 금융업에 진출하고 애플 통장까지 나왔다. 애플 통장엔 석달만에 100억달러, 12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종산업간 결합은 물론 영역과 경계가 무너지면서 금융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한국 금융은 어디로 가는가. 여전히 규제와 관치의 테두리 안에서 더딘 변화를 보이지만 조금씩 새 길을 찾아가고 있다. 더벨은 주요 금융사 및 연구소 협회의 브레인들을 찾아 한국 금융 산업의 현 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묻고 그들의 고민과 변화 방향과 속도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4일 0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규제완화다. 또 미래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모두가 한 목소리를 냈다. 은행과 비은행을 넘어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높여 금융산업이 한층 더 고도화돼야 한다는 견해도 대동소이했다.그러나 시장 상황과 각 금융업권별 경영행태에 대한 평가 등에서는 의견이 많이 달랐다. 그에 대한 해결방안에 대에서도 연구소와 연구자별 시각 차이가 뚜렷했다. 금융산업 성장을 위한 제언들도 미세하게 차이가 났다.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진심 어린 조언들을 들어 본다.
◇한국 금융산업에 대한 유의미한 평가들
우리나라 금융산업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박했다. 제도와 관행, 시장환경과 금융사 경영행태 등에 대한 평가에서 선진국에 비해 아직 열위하다는 진단이 많았다. 아직도 더 많이 성장해야 하고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다른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후진국 중에서 자본시장이 이렇게 빨리 성장한 나라는 없다”며 “회사채 시장을 보면 유럽을 개별 한 나라 한 나라로 분리해서 보면 우리나라가 더 잘 성숙돼 있고 시장도 활기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하고 비교하면 아직 시장이 작고 유럽 경제권 전체와 비교해도 아직은 못 따라가는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뜨거웠던 주제는 은행권 ‘이자장사’였다. 이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도 대동소이했다. 은행 지주 중심으로 시장이 성장하면서 이자이익이 커졌고 비이자이익을 많이 못 내는 상황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대부분은 비이자이익을 늘려야하고 은행의 힘을 빼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다.
다만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한 방법론과 실제 비이자이익이 높아졌을 때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또 비이자이익 자체를 키우려고 인위적으로 제도를 고치면 현재 소비자들이 누리는 다양한 금융 편의가 사라지는 부작용이 나올 것이란 예측도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국민의 편의를 위해 각종 금융서비스를 무료 또는 원가 이하로 제공하고 있는 국내 은행의 방침과 사회적 정서로 인해 수수료이익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며 “이자이익 비중이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요인으로 작용한 측면의 원인은 제도”라고 꼬집었다.
여신금융연구소는 “비이자수익 비중이 매우 낮다는 점은 소비자 부담이 적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며 “미국 은행은 계좌개설 수수료, 초과인출 수수료, 각종 연체료 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고 최근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은행이 비이자수익을 높이는 것은 결국 수수료 등을 늘리는 것”이라며 “이런 쪽으로 좀 수익을 늘리게 하려면 아마 은행에 허용되는 업무를 기존보다 훨씬 많이 확대해 줘야한다”고 말했다.
은행 중심의 금융산업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는 진단도 많았다. 하지만 그 대안으로 거론된 비은행 중심의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개편 등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투자은행(IB) 확대와 메가뱅크 설립 논의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 평가가 많다.
은행연합회는 “투자은행 등을 중심으로 자본시장을 육성하는 것도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라면서도 “그러나 은행 중심의 금융시스템을 자본시장 중심으로 전환하자는 아이디어는 은행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하는 수준까지 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은행산업은 경제시스템 안정적 유지와 발전을 목표로 자금중개와 지급결제라는 금융의 핵심기능을 수행하는 기간산업”이라며 “자산규모나 이익 측면에서 자연스럽게 금융산업의 중심축으로서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왜 우리는 미국만큼 자본시장이 크지 않을까’라는 식으로 생각하는데 미국과 영국은 전 세계에서 예외적으로 자본시장이 큰 나라”라며 “유럽과 일본도 은행 중심으로 금융산업이 형성돼 있고 은행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도 자산규모만 놓고 봤을 때 IB가 아무리 크다 해도 은행이 더 크다”며 “은행이 더 클 수 밖에 없는 건 현실이고 이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엇갈린 시각…배당과 감독체계, 미래성장 동력
각 연구기관과 연구자의 관점과 철학 등에 따라 극명하게 의견이 엇갈리는 주제들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사의 주주환원정책과 금융감독 체계, 미래 성장동력 발굴 등이다.
금융감독 체계 개편에 대한 여론은 대부분 ‘개편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대체로 금융산업 정책과 금융감독 정책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만 일부 소수의견으로 현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NH금융연구소는 “금융위는 금융에 관한 행정에 관여하고 큰 틀에서 정책을 만드는 역할이고 금감원은 개별 금융회사에 대한 감시와 검사 업무가 주요 업무”라며 “과거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금융감독 시스템이 안착되고 점차 최적화되었기 때문에 현재 금융감독 체계가 개편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은행연합회는 “정책과 집행이 분리된 현행 금융감독 체계는 오랜 기간 금융회사들과의 상호작용을 거치면서 그 나름의 효율적 모습을 갖췄다”며 “암호화폐, 탈중앙화 금융 등 급변하는 기술 발달로 새롭게 나타나는 유사 금융상품과 서비스들에 대해서도 현 감독체계 내에서 빠르게 수용해 관리감독을 해나갈 수 있도록 조직과 인적 구성을 보다 유연화·다양화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사들의 주주환원정책도 뜨거운 감자였다. 최근 금융지주 중심으로 현금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 등이 활발히 진행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환원책이 적절한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혹은 과소, 과다하다고 보는 지에 대해선 시선이 극명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주주가 주인이기 때문에 이익이 나면 이게 상응하는 주주환원정책은 해야 되는 것”이라며 “금융사의 과도한 이익 등에 대한 비판이 항상 있는 만큼 주주환원과 더불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ESG 정책 등 지속 가능한 성장 쪽에도 적극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은행지주의 주주환원율은 OECD 회원국 은행지주 대비 낮기 때문에 주주환원 제고는 은행주 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상장 은행지주 8개사의 2021년 환원율은 21.8~27.2%로 OECD 평균치인 49.2%를 현격히 하회했다”고 말했다.
KB경영연구소는 “올초 국내 금융지주는 안정적인 자본비율을 관리하면서도 주주가치 제고와 한 차원 높은 주주 환원정책을 추진을 발표했다”며 “보수적인 관점으로 설정한 금융지주의 자본비율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BNK경제연구원은 “주주환원정책 강화의 방향성과는 별개로 ‘시점’과 ‘속도’에 대해서는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자산건전성 악화에 대한 파급효과가 아직 명확히 나타나지 않았고 여러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성급한 정책 추진은 또 다른 리스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자본적정성 유지 등에 대한 충분한 대책 마련을 통한 점진적 방식의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장은 “대형 은행의 총자산이 300조원이라고 가정할 때 연체율이 1%면 3조원이 부실자산”이라며 “연체율이 높아지면 순이익 3조원이 없어지는 것은 순식간이기 때문에 자본잉여금을 최대한 많이 쌓아둬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은행이 한때 잘벌었다고 해서 계속 많이 벌라는 법은 없기 때문에 바로 다음해에 부실 자산이 생길 수 있는 게 은행업”이라며 “경기 사이클에 따라 수익 급감하는 구조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스템 안정성 보장하려면 돈을 많이 벌때 미리 거품이 꺼지는 시절을 대비해서 돈을 비축해두는 장치를 법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획 취지 및 설문 방법과 응답 기관
더벨은 윤석열 정부 들어 펼쳐진 금융산업 공공성 강화, 시중은행 신규 인가, 경쟁 촉진 방안 등 다양한 금융 관련 정책들에 대한 평가를 위해 [한국 금융 새 길을 묻다]를 기획했다.
설문은 더벨이 지난 8월 한달간 국내 다양한 금융·경제 연구기관 및 금융 관련 협회 30여곳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설문에 응한 16개 연구기관의 분석과 의견을 종합했다. 더불어 기관장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기획 기사 전반에 활용했다.
설문에 응한 기관(가나다순)은 △금융경제연구소 △보험연구원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여신금융연구소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 △저축은행중앙회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한국금융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BNK경제연구원 △DGB경제연구소 △NH금융연구소 △KB경영연구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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