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진주 SC제일은행]유일한 외국계은행 희소성…은행업 호황기 올라탔다①코로나19 지나며 호실적…금융지주 체제 지방은행보다 더 큰 성장세
고설봉 기자공개 2023-09-18 08:13:51
[편집자주]
최근 은행권은 풍부한 수요를 바탕으로 매년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동시에 위기를 맞았다. 금융 당국의 강한 규제를 받으며 지배구조가 흔들렸다. 정치권 및 시민사회단체 등으로부터의 견제도 강해졌다. 이 가운데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은 경영 안정화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금융시장 성장의 과실을 누리며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더벨은 SC제일은행의 경영 현황과 지배구조 등을 분석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5일 07: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C제일은행의 성장세가 매섭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가계 및 기업의 대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외형이 크게 불어났다. 대출자산이 증가하면서 순이익은 자연스럽게 늘었고 영업 인프라에 대한 추가 투자가 억제되면서 수익성은 배가됐다.특히 SC제일은행은 마땅한 경쟁자가 없는 시장에서 나홀로 선전 중이다. 씨티은행이란 강력한 경쟁자가 리테일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유일한 외국계은행으로 입지도 단단해졌다. 대형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들과는 다른 경영 전략을 펼치며 독자적인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사상최대 실적 달성한 2022년…2023년도 호실적
SC제일은행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 3645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상반기 3088억원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은 18.04%로 집계됐다. 다만 판관비 지출이 소폭 증가하면서 올 상반기 순이익은 209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37% 가량 감소했다.
SC제일은행의 수익 증대는 이자수익 증가에 따른 결과다. 지난해 상반기 9392억원이던 이자수익은 올 상반기 1조6324억원으로 73.81% 가량 증가했다. 사상 최대 가계 및 기업 대출수요 증가에 맞춰 대출자산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여기에 각종 수수료수익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1348억원 수준이던 수수료수익은 올 상반기 1641억원으로 21.74% 늘었다. 이자수익과 수수료수익이 동반 상승하면서 전체적으로 수익 규모를 키운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SC제일은행의 실적 성장세는 최근 몇 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내 대출시장이 커지면서 호황기를 누렸다. 2010년대 중후반까지 SC제일은행은 성장통을 겪었지만 2020년부터 급격히 순이익이 커지면서 다시 호황기에 접어든 모습이다.
최근 10년 실적을 살펴보면 2013년 SC제일은행의 순이익은 1169억원이었다. 이후 2014년과 2015년 실적 부진을 겪으며 순손실을 입었다. 2016년 2245억원으로 다시 순이익 성장세를 보인 SC제일은행은 2018년 2214억원으로 3년간 거의 성장이 정체돼 있었다.
2019년 코로나19 발발로 단번에 수익 규모가 커졌다. 그해 314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단번에 외형이 성장했다. 2020년 2571억원, 2021년 1279억원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지난해 3901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다시 호황기에 진입했다.
올해도 지난해 수준의 순이익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상반기까지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 순이익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시장리스크 등 요인이 상존한 가운데서도 연간 4000억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기록하는 은행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지방은행 위협하는 유일한 외국계은행
SC제일은행의 실적은 국내 대형 시중은행과 견주면 규모가 작다. 이미 국내는 5대 시중은행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일한 외국계 시중은행이란 장점은 SC제일은행만의 확실한 무기다.
대형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으로 양분된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계 은행이란 점은 여전히 장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요소다. 특히 씨티은행의 국내 리테일부문 철수로 SC제일은행은 독점적 지위를 만들어 내면서 틈새시장을 공략 중이다.
실제 지방은행들과 비교해 보면 SC제일은행의 실적은 독보적이다. 최근 5년 지방은행 7곳과 SC제일은행의 실적을 살펴보면 SC제일은행이 압도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자랑한다. 부산과 경남 경제권을 중심으로 확실한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부산은행을 제외하면 6개 지방은행 모두 SC제일은행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지난해 부산은행은 순이익 455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SC제일은행의 순이익은 3901억원이었다. 불과 약 650억원 가량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외 대구은행 3878억원, 경남은행 2790억원, 광주은행 2582억원, 전북은행 2051억원, 제주은행 228억원 등 다른 지방은행 모두 SC제일은행보다 순이익 규모가 작았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SC제일은행은 주요 지방은행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2017년 SC제일은행은 순이익 2214억원으로 대구은행(2349억원), 부산은행(3467억원)보다 수익 규모가 작았다.
지방은행들은 모두 확실한 영업기반이 있다. 부산은행은 BNK금융그룹이란 울타리 안에서 다양한 비은행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내고 있다. 또 부울경이란 탄탄한 중공업 벨트를 기반으로 기업금융을 통해 개인 리테일영업까지 확장하는 영업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만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확실한 영업처가 존재한다.
반대로 SC제일은행은 서울·수도권에 편중해 리테일부문 중심으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 상대적인 강점이다. 서울·수도권 지역의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SC제일은행은 지역 경제에 기반을 둔 지방은행들과 대등하거나 더 많은 규모 수익을 올릴 여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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