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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를 움직이는 사람들]헬기 수출길 열릴까, 각오 다지는 한창헌 전무③회전익 개발사업 다수 참여 경력… 회전익 수출성과·제1사업부 도약 목표

강용규 기자공개 2023-09-21 09:14:25

[편집자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중이다. 신냉전의 본격화로 전투기 수출의 기회가 늘어나는 한편 우주가 새로운 사업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UAM 등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모빌리티의 등장 역시 사업기회다. 향후 몇 년은 KAI가 크게 도약하는 시기일 수도 있지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하기 시작하는 시기가 될 수도 있다. 더벨은 격변기를 맞은 KAI를 움직이는 핵심 인물들을 조명하면서 KAI의 미래를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8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공격기 FA-50의 연이은 수출성과를 바탕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고정익 전투기를 향한 세계적 주목도가 높다. 반면 아직 수출사례가 없는 회전익기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업계의 인식도 회전익사업부는 고정익사업부에 이은 KAI의 '제2' 사업부다.

한창헌 KAI 회전익사업부장 전무는 이러한 시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중이다. 회전익사업부를 수출사업부로 탈바꿈시키고 나아가 회전익사업부를 KAI 최고 사업부로 키워내겠다는 각오다. 마침 동남아 지역에서 KAI 헬기를 향한 관심이 커지고 있으며 KAI의 회전익 분야 설비투자가 개시되는 등 한 전무의 야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수출사례 없는 회전익, 올해 첫 성과 나올까

KAI의 주력 헬기 수리온은 2013년 3월29일 방위사업청의 개발완료 선언이 떨어졌다. 이후 해병대형 상륙공격헬기 마린온, 의무후송형 메디온을 포함해 경찰형, 산림청형, 소방청형 등 다양한 파생 모델을 추가로 개발하면서 2024년까지 총 300여대가 국내에 도입되는 계획이 세워졌다.

개발 이후 10년이 지난 현재 수리온(파생형 포함)은 우리 군·관에 230여대가 9종의 모델로 납품되는 등 국내 도입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다만 최초 배치에 나설 당시 KAI 측에서는 수출시장에서도 300여대의 수리온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으나 이는 실현되지 않았다. 수리온은 아직 수출실적이 없다.

올들어 수리온의 어두웠던 수출 전망에 서광이 비치고 있다. KAI는 앞서 6월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현지 항공우주기업 VTX와 회전익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과거 러시아산 회전익기를 다수 도입했던 베트남은 러시아를 향한 서방의 경제제재로 수리용 부품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장비 노후화에 따른 교체 수요가 늘고 있다. 방산업계에서는 VTX와의 MOU가 수리온 수출의 전 단계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회전익기는 고정익기에 비해 비행속도가 느리다. 대신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 지형에 비교적 적게 구애받는다는, 즉 활용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KAI가 수리온을 군용으로 한정하기보다는 다양한 파생 모델을 통해 관용이나 민수용 수요를 함께 공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KAI의 차기 회전익 프로젝트인 LAH(소형무장헬기) 역시 민수용인 LCH(소형민수헬기)를 겸하는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수리온은 이미 국내에서 10년 가까운 운용으로 검증받았다. LAH 역시 2020년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잠정 전투용 적합판정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는 2031년까지의 양산계획이 방사청의 심의를 거쳐 의결되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KAI는 회전익사업을 통해 글로벌 민·관·군을 아우르는 커다란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남은 것은 첫 수출의 트랙레코드로 물꼬를 트는 것뿐이다.

KAI 회전익기 '수리온'의 산림헬기 형상. (사진=KAI)

◇엘리트 개발자의 회전익 키우기, 설비투자로 탄력받나

KAI 회전익사업을 이끄는 회전익사업부문장은 한창헌 전무다. 한 전무는 1969년생으로 서울대학교 항공공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항공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까지 받은 '엘리트 개발자'다.

KAI에서 임원 반열에 오르기 전 그의 경력은 대부분 회전익 관련이다. 수리온의 원형인 한국형 기동헬기의 개발사업(KHP)에 참여했고 수리온 개발을 위해 KAI가 유로콥터(현 에어버스헬리콥터스)와 설립한 JVC의 팀장, LAH사업팀장, 회전익사업협력실장 등으로 일했다.

2018년 상무 승진 이후로는 개발사업관리실장, 우주C.E(총괄 엔지니어), 미래사업부문장 등을 지내며 다방면에서 역량을 발휘했다. 2023년 1월 전무 승진과 함께 회전익사업부문장에 올라 '친정' 이라고 볼 수 있는 회전익사업으로 복귀했다.

그는 올해 초 KAI의 사내 인터뷰에서 친정 복귀의 각오를 "첫 번째 당면 목표는 회전익도 수출사업으로 바꿔보겠다는 것"과 "회전익 하면 고정익 다음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걸 바꾸고 싶다"로 전했다 두 목표 중 첫 번째인 회전익의 수출사업 전환은 올해 베트남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현재진행형이다. KAI 회전익사업부문은 회전익기의 동체와 프로펠러를 연결하고 동력을 전달하는 필수 부품 '주기어박스'를 자체개발 중이다. 그동안 프랑스 에어버스헬리콥터스에서 주기어박스를 수입해 회전익기를 생산해 왔으나 이를 내재화해 도입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의 적시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두 번째 목표인 회전익의 KAI 제1사업부 도약은 누적 성과가 필요한 만큼 기반을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KAI가 경남 진주에 회전익 비행센터를 착공하면서 이 기반이 준비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KAI 측에서는 신규 활주로와 추가 공역 확보로 일정 단축과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을 내놨다. 이 설비는 내년 9월 완공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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