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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네이버]기술·인재가 살길…유망기업 찾아 '애크하이어'①기술 스타트업 지분투자 후 시너지 모색, M&A 통해 '키맨' 확보

원충희 기자공개 2023-09-25 07:31:35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9일 10:5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이버 같은 IT·인터넷 기업의 성장 동력은 결국 기술과 인재다. 그간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연 매출의 2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자체 기술개발에만 목매지 않고 외부 유망 IT기업 투자를 통해 필요한 기술과 인재도 확보하고 있다. 일명 '애크하이어(Acqhire)'다.

일본 '라인(LINE)' 성공의 일등공신인 신중호 대표(현 Z홀딩스 GCPO)와 스노우의 김창욱 대표, 비닷두의 김대식 대표가 애크하이어 등을 인연으로 네이버에 합류한 사례다. 네이버의 CFO가 유망 스타트업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는데는 투자전략의 초점이 재무적 이익보다 사업적 시너지와 기술 및 인재 확보를 우선해 있어서다.

◇R&D에 연 1.8조 투입, 유망 스타트업 지분투자도 병행

네이버에서 연간 가장 많은 경상적 지출이 일어나는 곳은 연구개발(R&D)이다. 연 매출의 22~25%가 나간다. 대부분이 인건비다. 국내 IT·플랫폼 기업 중에서 단연 수위권으로 지난해 연결기 1조8000억원 넘는 돈이 R&D 명목으로 지출됐다. 비용통제를 주요 경영목표로 CFO도 이 부분을 손대지는 않는다. 빠르게 변화하는 인터넷 사업 환경에 대응하는 최고의 무기가 기술이고 인재이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유망 IT·플랫폼 스타트업 위주로 구성돼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내부 R&D 역량만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기술과 서비스를 외부기업 투자를 통해 해소하고 있다. 지분 투자를 통해 유망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이들과 기술적 교류를 행한다. 스타트업 역시 네이버의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시장 내 신뢰와 위상이 올라간다. 또 네이버란 대기업을 기술 상용화를 실험하는 테스트베드 역할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서로 윈윈(win-win) 구도다.

이를 통해 시너지가 구현될 경우 사업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종국에는 아예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과 인재를 흡수하기도 한다. 일명 애크하이어다. 이는 기업인수(acquire)와 인재 채용(hire)의 합성어로 인재 채용을 목적으로 하는 M&A를 뜻한다. 네이버를 비롯한 IT 대기업들이 많이 쓰는 방식이다.

네이버로선 유망기업 지분 투자를 통한 재무적 이익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벤처 스타트업 투자가 그렇듯 실익을 내는 곳은 10개 중 두세 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루닛 등 투자기업들 상당수는 아직 흑자전환을 하지 못한 탓이다.

네이버가 2015년부터 인수한 신기술 및 콘텐츠 업체들 대부분이 이런 식이었다. 가령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관련 연구센터인 제록스연구소유럽(현 네이버랩스유럽)의 경우 완전자본잠식 상태의 기업을 180억3100만원에 인수했다. 총 206억원이 영업권으로 계상됐다. 이렇다보니 영업권도 쌓이고 있다. 작년 말 연결기준 네이버의 영업권 규모는 9477억원으로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스타트업 투자로 누적된 영업권으로 파악된다.

◇신중호·김창욱·김대식 등 M&A 통해 인재 영입

애크하이어는 네이버가 기술적·사업적으로 정체될 때 돌파구를 찾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과 아시아 시장을 석권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라인이다. 네이버는 2001년부터 일본 검색시장에 도전했으나 야후재팬에 밀려 2005년 철수했다. 이후 재도전을 위해 2006년 검색 엔진회사 '첫눈(1noon)'을 인수하고 한층 진화한 기술을 마련했다. 이때 첫눈의 창업자인 신중호 대표도 네이버에 합류했다.

*왼쪽부터 신중호 라인 대표, 김창욱 스노우 대표, 김대식 네이버웹툰 이사

신 대표를 위시해 2011년 3월 론칭한 라인이 일본에서 대박 성공을 냈다. 가입자가 8000만명을 넘어서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떠올랐다. 이를 계기로 일본시장의 영향력이 강한 대만, 동남아시아에 퍼져 현재는 전 세계 5억60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의 애크하이어 전략이 난공불락이던 일본시장을 뚫고 가장 성공적인 해외진출 사례를 만들었다.

네이버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스노우의 최고경영자(CEO) 김창욱 대표도 신 대표와 약간 다르지만 비슷한 경로로 들어왔다. 그는 2005년 창업한 자유여행정보 온라인 서비스 '윙버스'를 네이버에 매각한 뒤 2013년 캠프모바일을 통해 네이버에 합류했다. 이후 MZ세대를 겨냥한 제페토, 크림, 케이크 등의 사업을 분화하며 웹툰, AI·클라우드와 함께 네이버의 차세대 3대축으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돋보이는 애크하이어 사례는 시각 AI 기술 개발업체 비닷두다. 네이버의 스타트업 양성조직인 DS2F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은 곳으로 2020년 1월 네이버웹툰이 인수했다. 비닷두의 김대식 대표도 네이버웹툰 AI 리드(이사)로 합류했다.

그 해 11월 네이버웹툰은 김 이사가 사업을 이끄는 AI 전담 조직을 신설, 자체 개발한 저작권 보호기술 '툰레이더'를 통해 웹툰 불법유통을 근절하고 있다. 이는 연 2000억~3000억원 규모의 저작권 피해를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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