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전략 분석]SK디앤디, 에너지사업 확장 의지 드러낸 인적분할①SK디스커버리 자회사로 출범, 지분 투자·M&A 예고
김형락 기자공개 2023-09-25 09:30:44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1일 08:0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디앤디가 에너지사업을 신설 법인으로 분할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실시한다. 부동산과 에너지라는 이종사업을 동시에 영위해 적정 기업가치를 평가받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고, 신재생에너지사업 부문에서 전력거래사업 진출까지 염두에 둔 분할 구조다.SK디앤디는 내년 3월 신재생에너지·ESS(에너지저장장치)사업 부문을 '에코그린(가칭)'으로 인적분할한다. 존속 법인 SK디앤디는 부동산 개발사업(전문 디벨로퍼)을 지속한다. 분할 비율은 존속 법인 77%, 신설 법인 23%다. 내년 2월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SK디앤디는 자산총계 1조6332억원, 에코그린은 자산총계 5884억원 코스피 상장사로 새롭게 출발한다.
◇ 신설 '에코그린' 인적분할 뒤 지주사 자회사로 편입, 인오가닉 투자 염두
SK디앤디는 에너지사업 확장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인적분할을 결정했다. 에코그린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디벨로퍼에 머무르지 않고, 민간 에너지 발전사로 나아간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개발·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전력거래사업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그동안 SK디앤디는 신재생에너지사업 부문에서 풍력·연료전지·태양광 분야 개발·EPC(설계·조달·시공)·PF(프로젝트파이낸싱) 역량을 쌓았다.
분할 형태로 향후 에코그린 사업 전략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에코그린은 지주사인 SK디스커버리 자회사(지분 34.09% 보유)로 편입된다. 물적분할보다 지주 요건 제약에서 자유로운 지배구조다. 물적분할한다면 SK디앤디가 에코그린 지배력 100%를 확보할 수 있지만, 신설회사가 지주사 손자회사가 돼 지분 투자와 인수·합병(M&A) 때 지주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지주사는 증손회사(국내 계열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는 행위 제한 요건이 있다.
SK디스커버리는 한 차례 지배구조를 개편해 SK디앤디 지위를 격상했다. SK디앤디는 2021년 12월 SK디스커버리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바뀌었다. SK디스커버리가 자회사 SK가스가 보유하고 있던 SK디앤디 최대주주 지분(34.09%)을 2828억원에 매입했다. 손자회사로 있던 SK디앤디 사업 제약 요건을 해소하기 위해 계열 구조를 손봤다.
에코그린은 지분 투자와 M&A를 활용해 전력거래사업에 힘을 싣는다. 국내 전력거래(VPP) 시장 개화에 대비해 합작법인(JV)을 기반으로 중소형 태양광 발전 자원을 매입할 계획이다. SK디앤디는 올 상반기 50억원을 출자해 관계기업 글렌몬트디앤디솔라홀딩스(지분 49%)를 설립했다. 영국계 신재생에너지 투자사인 글렌몬트 파트너스와 약 1600억원 규모 태양광 발전 자원(80MW)을 매입을 추진한다. 2025~2027년에는 전력거래 솔루션을 보유한 기업 투자도 예고했다.
상업운전 중이거나 개발 중인 풍력·연료전지발전소 지분도 보유한다. 운영 중인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는 △청주에코파크(지분 29%, 장부가액 80억원) △음성에코파크(지분 29%, 55억원) 등이다. 2025년 상반기 상업운전을 목표로 착공에 들어간 풍백풍력발전(지분 37%, 65억원) 등에도 공동기업으로 투자했다.
◇ 에너지사업 매출 규모 증대, 분할로 이종사업 디스카운트 해소
SK디앤디는 지난해까지 부동산·에너지사업을 통합해 중장기 사업 전략을 짰다. 2026년 전사 매출액 2조원 이상, 당기순이익 2000억원 이상을 목표로 제시했다. 부동산사업은 업무·주거 공간 중심 '공간 개발 사업자'를 지향한다. 에너지사업은 발전 자원 개발을 넘어 운영, 전력중개 시장으로 확장하는 방향이다.
수익 구조 다변화, 밸류 체인 확장 전략 등을 밝혔지만 기업가치 제고에는 한계가 있었다. 중장기 사업 전략을 발표했던 지난해 7월 평균 2만4260원이었던 SK디앤디 주가는 지난 6월 평균 2만1955원으로 오히려 하락했다. SK디앤디는 부동산과 에너지라는 이질적인 산업 특성으로 인해 기업가치가 온전히 반영되지 않아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하고 인적분할을 선택했다.
SK디앤디 주력 사업은 부동산 개발이다. 올 상반기 부동산 개발·운영사업 부문이 전사 매출 85%(2873억원)를 책임졌다. 오피스·호텔·지식산업센터·오피스텔·리테일 상업시설 등 국내 비주거 부동산 시장에 초점을 맞췄다. 일괄 매각사업은 리츠·펀드 등 투자기관에 판매하고, 분양사업은 분양 대행사를 통해 개인에게 판매한다.
신재생에너지·ESS사업 부문은 매출 규모가 점차 커졌다. 2017년 509억원이었던 합산 매출은 이듬해 1271억원으로 약 1.5배 성장했다. 이후 연간 1000억원대 매출 유지하다 지난해에는 1739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345억원이다. 올 상반기 신재생에너지사업 부문 매출은 △제품매출(전력판매) 71억원 △공사수입 50억원 △용역수입 12억원 등으로 나뉜다. 같은 기간 ESS사업 부문 매출은 △상품매출 252억원 △용역수입 6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신재생에너지사업 방향은 크게 개발과 운용으로 구분된다. 개발사업은 발전사업 권리를 매각하고, EPC를 도급받아 수익을 창출한다. 운영사업은 개발 단계부터 건축까지 자체 수행하고, 운영 단계에서 생산된 전력 또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판매한다. M&A 등 외부 발전소를 매입해서도 운영 수익을 창출할 예정이다.
ESS사업 부문은 신재생에너지 연계 사업이다. ESS를 활용해 전기 요금이 낮은 경부하 시간대에 충전하고, 요금이 높은 최대부하 시간대에 방전해 상업·산업용(C&I) 고객 전기 요금을 절감하는 디벨로퍼형 서비스다. 재원 조달, 설치·운영·유지보수 전 영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기 요금 절감분을 이익 공유(Profit sharing)하는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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