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화려해진' 현대백화점 주관사단…KB '깜짝 등장'통합 KB증권 출범 후 첫 포함, 금리상승세에 세일즈 강화
김슬기 기자공개 2023-09-22 13:36:55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0일 15: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백화점이 올 들어 두 번째 공모 회사채 조달에 나서면서 대표 주관사단을 확대했다. 현대백화점은 국내 백화점업계에서도 신용등급이 가장 높은 AA+로 기관투자자들의 인기가 높은만큼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특히 이번 주관사단에는 KB증권이 포함되면서 눈길을 끌었다. KB증권은 과거 KB투자증권 시절에 대표 주관사를 맡은 바 있지만 통합 후에는 한 차례도 주관사 지위를 얻지 못했다. 회사채 강자인 KB증권이 커버리지를 추가적으로 확장한 것으로 보인다.
◇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3곳 선정, 하반기 주관사단 5곳으로 확대개편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오는 10월 20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조달을 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대표 주관사로 교보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5곳을 선정했다.
이번 주관사단은 이례적으로 많은 편이다. 현대백화점은 2012년 5월 공모 회사채 발행을 한 뒤 3년여간 회사채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 2015년 7월 복귀 후에도 2018년이 되어서야 시장을 찾았다. 2020년부터는 매년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주기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2015년 7월 이후 대표 주관사단을 살펴보면 2~4곳 정도로 꾸려왔었다. 2015년 7월 KB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현대차증권, KTB투자증권(현 다올투자증권) 등 4곳으로 꾸린 후에는 2~3곳 정도를 선정했다. 주로 신한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들어가고 한 곳씩 추가되는 모습이었다.
교보증권 역시 2021년 4월 이후 빠지지 않고 대표 주관사로 선정됐다. 2022~2023년 4월까지만 해도 교보증권,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3곳이 호흡을 맞췄으나 이번에 KB증권과 키움증권 2곳이 추가됐다. 이번 발행규모는 2000억원으로 증액 계획도 없는만큼 주관사단이 예년에 비해 화려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은 회사채 발행규모가 많지 않지만 기관투자자들의 인기가 상당한 곳"이라며 "그간 KB증권이 대표 주관사단에 들어가지 못했었는데 이번 발행 때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KB증권 입장에서도 '회사채 강자'지만 그간 공략하지 못했던 발행사를 공략한 것이다.
◇ 유효 수요보다 금리 낮추는데 집중…증권사 경쟁 포석?
현대백화점이 대형 주관사단을 꾸린 이유는 무엇일까. 올 들어 발행사들이 주관사단을 대형화하는 모습을 보여왔으나 현대백화점은 올해에도 3곳의 주관사를 선정했기에 해당 트렌드와는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5개월여만에 기조가 바뀐 것이다.
통상 주관사단을 대형화하는 데에는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경우 △등급 스플릿(불일치)인 경우 △발행규모가 커서 주관사 부담이 클 경우 세일즈를 강화하려는 목적이 강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의 신용등급 및 전망은 'AA+, 안정적'으로 나오기만 하면 완판이 가능하다.
결국 하반기 금리부담을 상쇄하기 위함으로 관측된다. 수요는 충분히 모일 수 있지만 어느 정도의 금리에서 들어올지는 또 다른 문제여서다. 최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최대한 주관사를 늘려 세일즈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경쟁사인 롯데쇼핑(AA-, 안정적)이나 신세계(AA0, 안정적) 등과 비교했을 때도 현대백화점의 신용등급이 우위에 있다.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가 5000억~6000억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2022년 지누스 인수로 대규모 현금유출이 발행, 차입금이 늘었으나 여전히 영업현금창출력이 견조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나이스 F&I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으로 현대백화점 3년물 수익률은 4.477%로 집계됐다. 올해 4월 조달한 3년물 발행수익률이 3.82%라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수준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최대한 발행금리를 낮출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해졌다.
다른 해석도 있다. IB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이 주관사단에 큰 변화를 주지 않다가 경쟁구도를 만들어 긴장감을 만드려고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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