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금융투자는 지금]13년만에 대표 교체…'급감한' 수익 회복 과제①작년 영업이익 90% 감소…곽봉석 대표, PF '빈자리' 전통IB·S&T로 채운다
이정완 기자공개 2023-10-05 13:11:16
[편집자주]
DB금융투자는 여느 중소형 증권사와 다르게 최대주주 지원 없이 자력으로 자기자본 1조원을 돌파한 곳이다. 부동산 경기 호황기에 PF(프로젝트파이낸싱) 영역을 확대해 수익성을 키웠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에 건설 경기가 흔들린 탓에 지난 해부터는 실적 상승세가 꺾였다. 지난해 말 대표이사를 교체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찾고 있는 DB금융투자의 현황과 과제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0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곽봉석 대표이사가 DB금융투자의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된 지 9개월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이전 대표였던 고원종 DB금융그룹장(부회장)이 13년 동안 경영을 이끌어 왔기에 새로운 변화를 주도할 곽 대표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우호적인 여건은 아니다. 대표 선임 직전까지 그가 맡았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비즈니스는 부동산 경기 변동성 확대로 전처럼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이제는 S&T(세일즈&트레이딩)과 전통 IB에서 수익 창출을 노린다.
◇PF 전문가였는데…포트폴리오 다변화 '최우선'
DB금융투자는 지난해 12월 오랜만에 신규 대표이사 선임을 발표했다. PF사업부와 IB사업부 총괄을 겸하던 곽봉석 부사장(사진)을 대표 자리에 앉혔다. 2010년 5월 고원종 대표를 선임한 지 13년 만이었다.
지난해 말 DB금융투자의 리더십 교체는 고 부회장의 8연임 여부와 맞물려 관심을 받았다. 2010년 5월 대표로 부임한 그는 외형 성장을 이끌며 7연임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업황 악화로 실적 감소에 처하자 분위기 쇄신을 위해 후배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DB금융투자는 고 부회장에게 신설한 금융그룹장을 맡기며 공을 인정했다. 여전히 3명 뿐인 사내이사 지위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수익성 약세 원인은 PF 이익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38억원으로 전년 1696억원 대비 86% 줄었다. DB금융투자 영업이익은 2010년대 후반 시작된 부동산 경기 호황으로 인해 2018년 864억원을 기록한 뒤 2021년까지 매년 상승 흐름을 지속했다.
이 무렵 PF 사업을 이끌던 인물이 곽 대표이기도 하다. 곽 대표는 1993년 고려대 법대 졸업 후 대한투자신탁을 거쳐 2005년 회사에 합류했다. 2008년 승진해 2011년 프로젝트금융본부장을 맡았고 2019년부터는 PF사업부장을 역임했다.
올해는 실적 반등을 이끌어야 하는데 그의 주특기 대신 S&T와 전통IB의 약진이 돋보인다. 상반기까지 기록한 영업수익은 6697억원으로 전년 동기 8339억원보다 20%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216억원에서 올해 272억원으로 26% 늘었다.
부문별로 뜯어보면 별도 기준으로 S&T 사업에서 356억원, 기업금융 사업에서 13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으로 S&T 사업은400억원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는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DB금융투자는 S&T 조직에 힘을 싣기 위해 지난해 말 홀세일사업부와 트레이딩사업부를 S&T사업부로 합쳤다. 영업과 운용 역량을 일원화하기 위해 내린 조치였다. 올해 초 시장금리가 지난해 말과 비교해 안정세를 찾은 덕에 가장 큰 이익을 거둔 사업부가 됐다.
기업금융 역시 기존 주축이 됐던 PF가 아닌 DCM(채권자본시장), ECM(주식자본시장) 같은 전통 IB 영역에서 확대를 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곽 대표가 부임 이후 한 사업부에 실적이 편중되는 것이 아닌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기 첫해 '리스크' 관리 집중
다만 눈에 띄는 건 곽 대표의 임기다.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된 그는 1년 임기로 일하고 있다. 새 대표인 만큼 긴 임기를 부여하기 보다 1년 단위로 성과 평가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13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도 상황은 비슷하다. 장수 CEO(최고경영자)였던 고 부회장도 초기에는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해야 했다. 신탁·선물업 인가 취득, 신용등급 상승 등 성과를 축적한 끝에 2014년부터 3년 임기를 보장 받았다. 이 무렵 최대주주 일가로부터 확실한 신임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1년 임기만 보장 받았지만 그럼에도 무리한 수익성 상승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회사 내부에서 전해지는 분위기다. 장기적 관점으로 경영을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신규 PF 비즈니스 축소다. DB금융투자는 지난해 말부터 PF 관련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보수적인 사업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신규 취급을 제한하면서 올해 들어 우발부채도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말 우발채무는 6260억원이었는데 올해 상반기 말 기준 5568억원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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