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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을 움직이는 사람들]'관리형 CEO' 임종룡 회장, 최적화된 '믿을맨' 참모진①절반이 대학 동문, '외부 출신' 약점 보완…'민간 경험' 부족, 분야별 전문가로 극복

최필우 기자공개 2023-09-25 08:13:20

[편집자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취임 후 반년이 지났다. 다른 금융회사보다 회장과 행장 선임이 늦어진 탓에 비로소 임종룡 체제의 색채가 뚜렷해지고 있다. 임 회장은 본인이 전면에 나서기보다 대학 동문과 분야별 전문가로 이뤄진 '믿을맨' 참모진을 내세운다. 각 분야별 참모가 임 회장의 경영 방침을 책임지고 이행하는 구조다. 더벨은 우리금융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면면을 통해 임종룡호가 나아가는 방향을 알아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2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은 올해 임종룡 회장(사진) 취임으로 전환점을 맞이했다. 임 회장은 금융위원장을 지낸 금융업계 저명인사이고 15년 만의 외부 출신 CEO라는 점에서 우리금융을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위 경제관료 출신인 임 회장이 민간 금융회사를 어떤 스타일로 경영할지도 큰 관심사다.

그룹 체질을 바꾼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혁신형, 뛰어난 인품으로 유명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덕장형, 회장 취임 후에도 일선에서 뛰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영업형이라면 임 회장은 관리형 CEO 수식어가 어울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회장 취임 후 반년 동안 본인이 전면에 나서기보다 참모들에게 핵심 프로젝트를 일임하고 있다.

임원진도 임 회장에게 최적화된 인물들로 채워졌다. 임 회장은 외부 출신으로 다소 약한 조직 장악력을 보완하기 위해 본인이 믿을 수 있는 연세대학교 동문들을 곳곳에 기용했다. 민간 금융회사 근무 경험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극복하도록 도와줄 임원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임종룡 체제의 특징이다.

◇임원진에서 엿보이는 지극한 후배 사랑

임 회장은 우리금융 회장에 도전하기 전만 해도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로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이다. 경제부총리는 나라의 경제 수장으로 경제관료 사회에서 꿈꿀 수 있는 가장 높은 직급이다. 임 회장이 경제부총리를 마다하고 민간 금융회사인 우리금융 회장에 취임한 것을 의아해 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주변 인사들의 전언에 따르면 임 회장은 후배들의 앞길을 막지 않기 위해 경제부총리를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5~2017년 금융위원장을 지낸 자신이 경제부총리로 돌아오면 후배들의 자리를 빼앗는 모양새가 되고 관료 사회에 인사 적체가 올 것이라 판단했다고 한다. 경제관료 후배들에게 올드 보이의 귀환이라는 비판을 받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임 회장과 함께 근무했던 한 금융권 인사는 "임종룡 회장은 자존심이 매우 강하고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과의 관계나 평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이라며 "관료로 더 큰 성공을 거두는 것보다 후배들과의 신의를 중시해 공직 복귀를 마다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극한 후배 사랑은 우리금융 회장 취임 후 구성한 임원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임 회장은 신임 우리금융경영연구소장으로 박정훈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임명했다. 금융위원장 출신 CEO가 금융위 인사를 영입한 사례로 관치 논란이 심화할 수 있었으나 개의치 않았다. 임 회장은 관료 사회 인사 적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박 전 원장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이 관료 후배 만큼 챙기는 건 연세대 동문이다. 임 회장 취임 후 구성된 지주 경영진 8명에서 연세대 출신은 4명으로 절반을 차지한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기독교 대학인 모교에 큰 애정을 갖고 있다는 후문이다. 손녀의 이름도 '하은(하나님의 은혜)'으로 지었다. NH농협금융 회장 시절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할 때 기도 후 숫자 3이 많이 보여 입찰가를 1조1333억원으로 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외부 출신 CEO 입장에서 대학 동문 의존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내부 구성원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적재적소에 배치할 '믿을맨'을 검증하는 창구로 대학 동문을 활용하는 게 효과적일수 있다. 연세대 경제학과 78학번인 임 회장은 본인과 같은 상경계열 출신 임원들에게 기회를 부여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외부 출신 회장 취임 때 동문이 중용되는 건 금융권 전반에 남아 있는 현상으로 CEO 입장에선 포기하기 힘든 카드"라며 "리더십 발휘가 필요한 계열사 CEO를 임명하는 것과 달리 보좌 역할을 하는 지주 임원을 뽑을 때는 회장의 재량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뚜렷한 참모별 전담 프로젝트

임 회장은 경영 전략을 수립하되 디테일한 내용은 지주 참모들에게 맡기고 있다. 큰 방향을 제시한 뒤에는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참모들이 책임지고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임 회장 취임 직후 우리금융 최대 현안이었던 은행장 선임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사례다. 임 회장은 이정수 전략부문장에게 은행장 선임 프로그램 설계를 맡겼다. 이 부문장은 외부 자문기관과 연계하는 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최근엔 육성 프로그램 마련에 한창이다.

전재화 준법감시인(상무)은 내부통제 프로세스 개선안을 마련했다. 지난해 7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건이 발생해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는 차원이다. 전 상무 주도로 내부통제지점장을 신설했고 내부통제 업무 경험이 있어야 지점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인사 제도가 정립됐다.

이 부문장과 전 상무는 각자가 맡은 프로젝트 경과를 발표하는 기자 간담회까지 소화하며 해당 업무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했다. 다른 임원들도 순차적으로 각자의 전담 프로젝트를 발표할 기회를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옥일진 디지털IT부문장은 계열사 IT 업무 은행 내재화 작업을, 박장근 리스크관리부문장은 중소기업 영업 강화에 따른 리스크 관리 체계 강화를 맡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과거 CEO가 소집한 회의에서는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할 사안이나 반드시 알아야 할 현안에 대한 얘기 정도가 형식적으로 오갔다면 임종룡 회장 취임 후에는 업무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인 논의가 오간다"며 "임종룡 회장이 임원들에게 명확한 지시를 내리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면서 회의에 긴장감이 더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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