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을 움직이는 사람들]임종룡호 '기업금융·M&A' 성공 열쇠 쥔 이성욱 부사장②유일한 유임 임원, '대체불가' 재무 전문가…CFO로 자본비율 관리 특명
최필우 기자공개 2023-09-26 07:12:57
[편집자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취임 후 반년이 지났다. 다른 금융회사보다 회장과 행장 선임이 늦어진 탓에 비로소 임종룡 체제의 색채가 뚜렷해지고 있다. 임 회장은 본인이 전면에 나서기보다 대학 동문과 분야별 전문가로 이뤄진 '믿을맨' 참모진을 내세운다. 각 분야별 참모가 임 회장의 경영 방침을 책임지고 이행하는 구조다. 더벨은 우리금융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면면을 통해 임종룡호가 나아가는 방향을 알아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2일 14: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취임에 앞서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다. 지주 총괄사장제와 수석부사장제를 폐지하고 부분을 11개에서 9개로 축소했다. 임원 수도 11명에서 7명으로 줄였고 이중 6명을 전격 교체했다. 조직 장악력이 부족한 외부 출신 CEO 입장에서 부문 압축과 임원진 물갈이는 불가피했다.이성욱 우리금융지주 재무부문 부사장(사진)은 인사 태풍 속에서 유일하게 유임에 성공한 임원이다. 앞서 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2년 동안 재직한 그는 임 회장 취임 1년차에도 CFO직을 이어가고 있다.
임 회장이 쇄신 기조 속에 재무라인을 그대로 유지한 건 그의 핵심 과업인 기업금융 강화와 증권사 인수합병(M&A) 성공에 이 부사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고 증권사를 인수하려면 자본비율 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 부사장은 우리금융 내에서 자본비율 관리에 특화된 대체불가 재무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룹 중대사에 빠지지 않는 살림꾼
이 부사장은 1965년생으로 경상북도 출신이다. 1984년 대구고등학교를 졸업했고 1991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한일은행에 입행했다. 일각에서는 이 부사장이 임 회장과 연세대 동문인 점에 주목하지만 임 회장 취임 전만 해도 서로 일면식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임 회장과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지만 각각 그룹 안팎에서 우리금융 중대사에 참여한 인연이 있다.
이 부사장은 과장일 때부터 그룹 핵심 자원으로 인정받고 상업·한일은행 합병 태스크포스팀(TFT)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외환위기 여파로 한일은행의 존폐가 걸려있던 1997년 회계법인 실사 작업에 참여했고 1998년 상업은행과의 합병 작업 실무를 맡았다. 1999년에는 경영혁신단에 합류해 양행 PMI(합병 후 통합) 작업을 했다.
임 회장은 금융 당국의 일원으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통합 작업에 참여했다. 당시 임 회장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은행제도과장으로 재직하면서 양행 통합 실무를 진두지휘했다.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 때도 이 부사장과 임 회장은 각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 부사장은 2011년 12월 우리은행 재무기획부 부장이 됐고 이후 본부장으로 승진해 2018년 11월까지 재무기획부를 이끌었다. 이 시기는 우리은행이 수차례에 걸쳐 민영화 작업을 타진하던 시기로 이 부사장은 재무 측면에서 지분 매각 작업에 기여했다. 임 회장은 2015~2017년 금융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우리금융 민영화에 일조했다.
이 부사장은 지주사 체제에도 밝다. 2000년 12월 우리금융지주 설립추진사무국에서 근무하면서 국내 최초의 금융지주 설립에 기여했다. 이후 지주 전략기획본부 부부장으로 근무했다. 민영화 과정에서 해체된 지주를 재건하는 역할도 맡았다. 2019년 지주 재건 후 재무라인을 이끌고 전체 계열사를 관장하는 재무 체계를 구축했다. 지주를 통해 그룹을 장악해야 하는 임 회장에게 이 부사장은 포기할 수 없는 카드였다.
◇자본비율 '12%' 유지에 달린 '영업·M&A' 성패
이 부사장은 CFO 취임 후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자본비율 관리에 매진하고 있다. 이달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23.6월말 은행지주회사 및 은행 BIS기준 자본비율 현황'에 따르면 우리금융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11.95%다.
우리금융은 지주사 설립 후 자본비율 개선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지주사 전환 직후인 2019년 1분기 CET1비율은 11.1%였다. 이후 계열사 M&A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나 하락 압력을 받았음에도 최근 12%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다만 KB금융(13.78%), 신한금융(12.95%), 하나금융(12.8%), NH농협금융(13.11%) 등 주요 금융지주와 비교해 낮다.
이 부사장은 현 수준인 12% 안팎의 CET1비율을 사수하고 추가적인 개선을 노려야 한다. CET1비율에 임종룡 체제 주요 과제의 성패가 달렸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법인 영업 중에서도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정조준하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을 공세적으로 늘리면 RWA가 증가하고 CET1비율이 악화될 수 있다. CET1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일선에서 적극적인 영업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과거 자본비율 악화를 고려해 고객에게 대출 상환을 요청한 적도 있다.
증권사 M&A에 있어서도 CET1비율은 핵심적인 요소다. 큰 폭의 RWA 증가가 수반되는 증권사 M&A는 CET1비율 관리에 부담이 되는 이벤트다. CET1비율 경쟁력을 유지해야 임 회장의 눈높이를 충족시키는 매물이 나왔을 때 과감한 베팅에 나설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시중은행 간 법인 영업 경쟁이 과열되고 있고 증권사나 보험사 인수전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영업이든 M&A든 자본비율 측면에서 우위인 금융지주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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