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분리막 3사]SK이노가 직접 챙기는 SKIET, 오너 경영 WCP⑥[지배구조] LG화학, CFO 이사회 참여 특징...재무·리스크 관리 목적
정명섭 기자공개 2023-10-06 07:35:10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7일 10: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와 WCP, LG화학 등 분리막 3사는 회사 출범 과정과 사업 추진 시기, 회사 규모 등이 상이한 만큼 거버넌스도 각양각색이다.SKIET는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영향권 아래에 있다. SK이노베이션 주요 인사들이 SKIET 사내이사진을 채우고 있다. LG화학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WCP는 3사 중 유일하게 창업자가 회사를 직접 경영하고 있다.
◇ SKIET 이사회, SK이노 주요 인사 포진
SKIET는 SK이노베이션의 이차전지 분리막 사업부가 물적분할해 출범한 만큼 모회사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SKIET의 최대 주주는 지분 61.2%를 보유한 SK이노베이션이다.
이에 이사회에는 SK이노베이션 주요 인사가 포진해있다. SKIET 이사회는 사내이사 1인, 기타비상무이사 1인, 사외이사 4인으로 구성된다. 사내이사는 대표이사인 김철중 사장이다. 작년 12월에 부임한 김 사장은 직전에 SK이노베이션 포트폴리오부문장을 맡았다.
그는 SK에너지와 SK온,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인천석유화학, SK어스온 등 SK이노베이션 주요 계열사 이사회에 비상무이사로 참여한 이력도 있다. 이에 SK이노베이션 사업 전반과 비전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기타비상무이사는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인 김 부회장이다. 김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SKIET는 2019년 분사 이후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해왔으나 SK그룹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추세에 맞춰 지난해부터 김 부회장이 의장을 맡았다.
여기에는 김 부회장이 이차전지 사업을 진두지휘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그는 이차전지 셀을 제조하는 SK온의 이사회 의장도 겸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이차전지 계열사 의사결정에 모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SKIET는 분리막 생산물량 80% 이상이 SK온향이다. 즉, SK온의 사업 성과가 SKIET 분리막 공급 확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LG화학, 이사회에 CFO 포함...'첨단소재사업본부→이사회' 의사결정 구조
LG화학 이사회에는 대표이사인 신학철 부회장 외에도 CFO 겸 CRO인 차동석 사장이 사내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CFO의 사내이사진 합류는 LG그룹 지배구조의 특징이다. 재무와 리스크 관리에 힘을 실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LG화학의 이사회는 분리막 사업이 포함된 첨단소재사업 외에도 석유화학사업과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등 회사 전체적인 경영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분리막의 경우 첨단소재사업본부→이사회로 이어지는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고 있다.
첨단소재사업본부를 이끄는 인물은 남철 부사장이다. 그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AT커니 출신의 경영전략, 신사업 발굴 전문가다. 재계에서 컨설턴트들을 경쟁적으로 채용하던 2008년에 LG화학에 합류했다.
남 부사장은 이후 석유화학신사업담당, RO필터사업담당, 경영전략담당 겸 신사업개발담당을 거쳐 2021년 첨단사업본부장에 올랐다. 그의 최대 공적 중 하나는 그해 10월 일본 도레이와 맺은 분리막 합작법인(JV) 설립 계약이다.
남 부사장은 당시 LG화학이 분리막 사업 경험이 적어 공장 설립부터 생산까지 단독으로 추진하는 데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해외 생산 경험이 풍부한 도레이와 협력해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을 이사회에 제시해 최종 승인을 받았다. LG화학과 도레이는 지난해 6월 헝가리 분리막 공장을 착공했다. 올해 말에는 미국 투자 여부까지 결정할 계획이다.
◇WCP, 3사 중 유일한 오너 경영
WCP는 분리막 3사 중 유일하게 오너 경영체제를 갖춘 회사다. 모회사인 W-SCOPE와 WCP 모두 창업자인 최원근 대표가 CEO를 맡고 있다.
WCP는 2016년 10월 W-SCOPE의 100% 자회사로 출범했다. W-SCOPE는 일본에 상장한 회사다. 지주사로서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한다. 생산라인과 R&D센터 등 생산, 기술 기반은 모두 충북 청주에 있다. WCP의 약자가 'W-SCOPE Chungju Plant'인 이유다. WCP는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 W-SCOPE의 WCP 지분은 35.91%까지 낮아졌다.
최 대표는 삼성전자 출신으로, LCD용 편광필름 국산화 프로젝트 업무를 맡으면서 소재 사업에 눈을 떴다. 이후 전기차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이차전지용 분리막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국내에선 투자를 유치하는 데 실패했다. 이때 노무라증권 출신의 일본 벤처캐피털리스트가 10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그가 회사를 일본에 세우고 현지 증시에 상장까지 한 것도 이 때문이다.
WCP 이사회는 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된다. 사내이사는 최 대표, 창업멤버 류시주 부사장 외에 영업/마케팅 담당 임원인 예필수 전무다. 이사회 의장은 최 대표다.
예 전무는 SK온 품질담당 부사장으로 영입돼 지난 6월 말 퇴사했다. 지난 4월엔 김정용 사외이사가 퇴임해 현재 이사회는 사내이사 2인, 사외이사 2인뿐이다. 최근 이사회는 올해 설비 투자를 위한 자본적지출(CAPEX) 확대로 신규 차입 안건을 주로 논의했다. 이사회는 연내 북미 지역에 분리막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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