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업계 오너십 2막]정영훈 K2코리아 회장, '포트폴리오 다각화' 1조 대기업으로②사업 인적분할해 개별법인 관리, 'MBK의 네파 인수설 제기' 볼트온 시도 가능성
변세영 기자공개 2023-10-16 08:53:22
[편집자주]
침체기를 딛고 살아남은 국내 아웃도어 패션기업들이 ‘오너2세 시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엔데믹을 맞이하며 아웃도어 시장에 다시금 활기가 돈 가운데 2세를 필두로 올드한 이미지에서 탈피하는가 하면 신규 라인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등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더벨은 국내 주요 아웃도어사의 사업현황 및 지배구조, 향후 성장전략 등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1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2코리아는 고(故) 정동남 창업주가 1972년 한국특수제화를 설립하고 국내 최초로 한국형 등산화 ‘로바’를 선보인 게 시초다. 이후 2002년 정 창업주가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장남인 정영훈 대표(회장)가 회사를 물려받았다. 처음 수장에 올랐을 당시에는 매출액이 5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후 정 회장은 등산복을 넘어 골프, 스포츠 등으로 브랜드를 다각화하면서 그룹 매출을 1조원대로 이끌었다.◇사업다각화로 아웃도어 혹한기 탈출, 아이더·에프씨지코리아 정체 과제
정 회장은 1969년생으로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1997년 K2코리아에 합류했다. 정 창업주의 2남 3녀 중 장남이다. 창업주 별세 후 지휘봉을 잡은 정 대표는 신발 외에도 의류 등 카테고리를 늘렸다. 2010년대 초반 아웃도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맞물려 K2코리아 매출액은 2012년 5019억원을 기록하며 최고점을 찍었다.
이듬해부터 아웃도어업계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K2코리아 매출액은 1년 만에 4099억원으로 18%나 감소했다. 이후로도 침체기가 지속됐다. 2018년 3087억원까지 떨어졌다. 이 시기와 맞물려 숱한 아웃도어 기업들이 사업을 철수하며 쓴맛을 봤다.
다만 K2코리아그룹은 일찍부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서 수익 구조를 분산해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대표적인 예시가 ‘아이더’다. 일찌감치 2009년 국내 상표권을 확보하면서 K2는 중년, 아이더는 젊은 층을 공략하는 방식으로 아웃도어 투트랙 전략을 심었다.
기업 경영상 눈에 띄는 점은 정 회장은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브랜드를 사업부나 자회사 등 연결기업으로 두지 않고 각자 별도법인으로 떼어내 관리해 왔다는 점이다. 우선 K2코리아는 2014년 K2코리아·아이더·K2세이프티 3개로 인적분할을 단행했다.
골프브랜드 ‘와이드앵글’도 인적분할됐다. 당초 2014년 K2코리아 골프사업부로 출범해 2016년 분할을 거쳤다. 별도법인 관리는 투자유치 등 측면에서도 효과적인 데다 브랜드별로 전문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적극 활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K2코리아그룹은 지난해 △K2코리아 △아이더 △K2세이프티 △에프씨지코리아(와이드앵글) △다이나핏코리아 등 5개 법인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서며 명실상부 대기업 반열에 올라섰다는 평가다.
다만 과제도 있다. 법인별로 따져보면 골프 열풍이 사그라들면서 에프씨지코리아의 성장 동력이 다소 꺾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어 아이더도 브랜드 입지가 애매해지면서 매출액이 2000억원대 중반에서 장기간 답보하고 있다. 그룹 형님 격인 K2코리아도 과거 전성기와 비교하면 1000억원이상 매출 규모가 쪼그라든 상태다. 다만 K2코리아의 경우 2018년 바닥을 친 후 5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K2코리아 관계자는 “향후 K2 브랜드의 장점인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이킹과 라이프스타일 영역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을 선보이고자 계절에 맞는 기술력을 적용한 뉴 시리즈 신제품을 출시해 경쟁력을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MBK 네파 인수설 '솔솔', 그룹 현금성 자산 5000억원 상회
K2코리아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정 대표가 지분을 대규모로 상속받으면서 최대주주에 위치하고 있다. 정 대표 74%, 모친인 성유순 씨와 형제들인 특수관계자가 26%를 보유한다. 아이더는 정 대표 83.79%, 특수관계자 16.21%다. 아직 정 대표는 50대로 젊은 만큼 3세 경영 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정 대표의 추가적인 경영권 인수 향방에 관심을 표하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 K2코리아그룹이 MBK파트너스의 네파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차환)을 위한 작업에 약 1800억원을 빌려주면서 M&A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MBK는 2013년 약 8000억원에 네파를 인수했다. 당시 인수가의 절반을 금융사로부터 빌려 조달했다. 이후 차입금 상환과 동시에 리파이낸싱 작업을 지속해 왔다.
국내 아웃도어업계 점유율 1위는 영원아웃도어의 노스페이스, 2위는 코오롱FnC의 코오롱스포츠로 통한다. 이러한 상황 속 K2코리아그룹이 네파를 인수하면 볼트온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MBK 입장에서도 10년간 엑시트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이해관계도 맞아 들어간다는 평가다.
추가적인 M&A를 단행하기 위한 재원도 무리없는 상황으로 해석된다. 2022년 말 기준 K2코리아그룹 5개 법인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만 5400억원에 이른다. 건전성도 우수하다. 같은 기간 K2코리아의 부채비율은 13.5%, 차입금의존도는 0%로 무차입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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