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0월 12일 09: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기종 도입은 올해 항공업계의 주요 화두 가운데 하나다. 항공사들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여객 공급을 복원하기 위해 기단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차세대 항공기를 경쟁적으로 들여오며 기단 현대화를 병행하고 있다.

올해 초 제주항공도 2023년에 총 4대의 여객기를 새로 들여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2019년 45대에서 코로나19를 지나며 지난해 말 37대로 줄어든 기단을 다시 복원하겠다는 것이다. 화물기도 1대 추가로 들여오기로 한 만큼 연말 기준으로 제주항공의 보유 항공기 대수는 42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기술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기존에 운용하던 기종인 보잉의 B737-800 NG를 올해 4월과 6월 각각 1대씩 총 2대 임차(운용리스)했다. 업계의 시선은 남은 2대에 쏠려 있다. 이 2대는 차세대 항공기인 보잉 B737-8 MAX(B737-8)다.

지난 2018년 11월 제주항공은 2022~2026년에 걸쳐 B737-8을 확정 40대, 옵션 10대 도입하는데 44억1492만달러(5조9204억원가량)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항공업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상황이 여의치 않자 2022년 보잉 측과 합의를 거쳐 계획을 1년 미뤘다.

B737-8은 기존 NG기종 대비 연료 효율이 14%가량 높고 운항거리가 1000km가량 길다. 제주항공은 신기종이 비용 절감과 신규 노선 발굴의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다만 제주항공은 B737-8을 올해 9월과 10월 각각 1대씩 들여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마저도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

올들어 티웨이항공이 1대, 이스타항공이 4대씩 B737-8을 들여왔다. 앞서 2022년에는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이 각각 1대씩 도입했으며 FSC(풀서비스 항공사)인 대한항공도 5대를 들여왔다. 공격적 투자계획을 내놓은 제주항공보다 다른 항공사들이 먼저 신기종 효과를 누리는 셈이다.


제주항공과 다른 항공사들의 B737-8 도입 시점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다른 항공사들은 B737-8을 리스사로부터 임차나 임구(금융리스) 등 빌려 쓰는 방식으로 들여온 반면 제주항공은 보잉의 신규 생산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방식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항공사들은 제조기업 대비 부채비율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 큰 돈을 들여 항공기를 직접 구매해 보유하는 것보다 리스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리스비용이 부채로 계상돼 재무구조가 악화하는 것을 감수할 만큼 항공기는 비싼 자산이다.

반면 항공사가 투자금액을 감당할 수만 있다면 항공기를 직접 구매하는 것이 유리하다. 항공기 운용 과정에서의 부채 부담이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유사시 보유 항공기를 다시 판매한 뒤 리스해 운용하는 방식(Sale and Leaseback)으로 유동화도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B737-8은 보잉에서 가장 많은 판매고를 기록 중인 인기 기종이다. 라이언에어(Ryanair) 등 글로벌 유수의 LCC뿐만 아니라 대한항공과 같은 FSC까지 중단거리 노선 경쟁력을 위해 도입을 추진 중이다. 다만 이처럼 높은 인기가 제조사 보잉의 생산일정에는 부담을 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 완화 이후 보잉에 신규 항공기 주문이 밀려든 데다 부품 공급망도 아직 완전히 복구되지 않아 도입이 다소 늦어진 것”이라면서도 “이미 도입 예정 항공기가 최종점검까지 진행된 상태이며 올해 안에 인도받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장기 지연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제주항공으로서는 B737-8의 도입이 마냥 시급할 이유도 없다. 애초 신기종이 활약할 것으로 기대됐던 분야는 인도네시아 등 기존 기종이 갈 수 없었던 국가에서의 신규 노선 발굴이었다.

그러나 이는 노선 취항을 위한 운수권의 확보가 우선이며 정부가 나서서 상대국과 합의해야 하는 선결과제가 존재한다. 실제 기대를 모았던 인도네시아 취항 가능성은 지난 6월 양국 정부의 항공회담에서 운수권 확대 합의가 불발되면서 일단 뒤로 미뤄진 상황이다.

오히려 업계에서는 기존 항공기를 기반으로 확보해 둔 기존 노선을 복원하며 여객 공급량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을 제주항공의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

올해 상반기 국제선 기준으로 제주항공은 2만991편의 운항을 통해 381만8397석의 여객을 공급했다. 코로나19 영향권이었던 지난해 대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기는 했으나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아직 운항편수는 19.5%, 여객 공급은 22.5% 못 미친다.

신기종의 연료 효율성 개선에 따른 비용 절감효과 역시 단 2대의 도입이 고작 1개월가량 지연되는 데 따른 기회손실이 유의미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당장은 현재 운영 중인 노선을 더욱 효율화하고 기존 노선의 복원을 지속하면서 수익성을 개선해 나가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