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0월 16일 07:5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업은 낙농가에서 생산한 원유를 가공하여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사업으로 원가에서 원재료 비중이 매우 높은 업종이다. 낙농진흥회가 결정하는 원유가격은 최근 몇 년새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리터 당 원유 가격은 2020년 926원에서 올해 1084원으로 17% 인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매출을 늘리고 영업손익을 개선시켰다. 표면적으로는 같은 실적 개선이지만 내용은 사뭇 다르다. 남양유업은 오랜 실적 하락세와 코로나19 타격에 따라 바닥에 도달한데 따른 반등이고, 매일유업은 허리띠를 졸라 맨 효과라는 분석이다.

◇2020년 바닥 지나 반등 앞둔 실적, 성장동력 확보 '난항'

남양유업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50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지난해 상반기 422억원에서 올해 224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적자 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2012년 1조365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남양유업의 매출은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을 계기로 벌어진 불매 운동이 시작되고 저출생 현상 심화에 따라 분유 매출이 감소하며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2020년 9489억원을 기록해 1조원 아래로 내려온 후 9000억원대에서 소폭 증가하는 모양새다.


남양유업의 실적은 2020년 바닥에 도달하며 저점을 지났다는 분석이다. 특히 남양유업은 국내 급식우유 시장 점유율의 35%를 차지하고 있어 우유급식 운영에 따른 매출이 상당하다. 2020년 코로나19로 급식이 중단되면서 관련 매출이 급감하고 악성 재고를 떠안는 부담을 안게 됐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 진정되고 점차 일상을 찾아가면서 표면적으로 실적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으나 근본적인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시장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유제품 외 신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남양유업은 음료 OEM 전문 기업 건강한사람들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음료 외 종합식품회사로 사업 영역을 넓혀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는 목표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 설비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2021년부터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고 리더십 공백 상태를 맞으며 뚜렷한 성장 전략 없이 부유하고 있는 상태로 파악된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 규모가 131억원에 달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당사가 보유한 장수브랜드 및 파워브랜드의 리뉴얼과 원가개선 등을 통한 흑자 전환을 추진하는 한편 미래 성장 동력으로 단백질, 건기식, 식물성 음료 등을 신규 출시하며 시장 확보에 노력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2022년 영업이익 30% 감소 충격, 희망퇴직·판관비 절감 등 효율화 '박차'

매일유업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8976억원, 영업이익 341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9.8%, 10.7%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매일유업은 영업이익이 30% 이상 감소하는 위기에 직면했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021년 878억원에서 2022년 607억원으로 30.9% 줄어들었다. 낙농가의 원유 초과 공급으로 잉여원유 파동이 일어난 2014년 이후 8년만에 겪는 영업이익 감소였다.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가부담 가중과 신사업 확대를 위한 자금 투입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주요 제품 가격 인상과 동시에 허리띠를 졸라매며 수익성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매일유업의 올해 상반기 매출에서 판매비와 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1.1%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3%포인트 하락했다. 인건비와 광고선전비, 운반비 등을 줄이는 비용 효율화 작업의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하반기에도 이러한 기조는 계속될 방침이다. 올해 8월 매일유업은 2020년 이후 3년 만에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이달부터 인상된 원유 가격이 적용되기 시작해 당분간 원가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긴축경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2021년 건기식사업 부문을 분할해 설립한 자회사 매일헬스뉴트리션의 흑자전환 시점이 관심을 모은다. 분사 이후 외형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나 아직 적자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매일헬스뉴트리션의 매출액은 943억원으로 전년대비 15배 이상 뛰어올랐다. 그러나 4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여전히 이익을 내지 못했다. 시장은 매일헬스뉴트리션이 브랜드 ‘셀렉스’를 필두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향후 매일유업의 수익성을 견인할 자회사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눈여겨보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원유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이 악화됨에 따라 마케팅 비용 절감 등 경영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며 "오트 우유 등 식물성 대체우유나 건기식 사업 확장에 계속해서 힘을 실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