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서 만난 렉라자-타그리소, 서로 다른 약가 전략 AZ, 정부 재정분담안 최대한 수용 방침…유한, 약가인하 최소화에 방점 예상
정새임 기자공개 2023-10-17 13:15:03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3일 13: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한양행의 항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1차 급여 확대 9부능선을 넘었다. 급여 과정에서 높은 문턱으로 꼽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통과해 연내 확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렉라자 경쟁약인 아스트라제네카(AZ)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와 건강보험공단 약가협상 테이블에 함께 앉게 됐다.심평원에서 약가와 위험분담비율 등의 윤곽을 그린 두 약제의 서로 다른 약가 전략에 관심이 모인다. 5년간 1차 급여 관문을 넘지 못했던 아스트라제네카는 정부 재정을 크게 덜어주는 방향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무상공급'이라는 파격정책을 내건 유한양행은 약가를 최대한 보전받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렉라자 약평위 통과…경쟁약 타그리소와 동일선상
심평원은 12일 개최한 2023년 제11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렉라자 1차 급여기준 확대에 급여적정성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지난 6월 적응증을 받고 8월 급여 첫 단계인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를 넘은 렉라자가 심평원도 초고속으로 통과했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다. EGFR 변이 환자에게 쓰인다. 지금까지 렉라자는 1차에서 다른 약제를 써도 병이 진행된 환자에서 2차 치료제로만 쓰였다. 이번에 급여절차를 마치면 환자 수가 훨씬 많은 1차 치료 시장에서 급여로 쓰일 수 있다.
초고속으로 절차를 밟고 있는 렉라자는 같은 3세대 표적항암제인 타그리소와 동일선상에 서게 됐다. 타그리소는 렉라자보다 한 달 빠른 지난 9월 심평원 문턱을 넘었다. 현재 공단에서 약가협상 절차를 밟고 있다. 렉라자가 타그리소보다 한 달 늦지만 협상 내용에 따라 기간은 얼마든지 줄어들 수 있다. 공단과의 약가협상 기간은 최대 60일이다.
연내 급여확대 절차를 모두 마치고 내년 1월 두 약제가 동시에 급여가 적용되리란 예측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렉라자는 타그리소와 5년의 격차를 줄이게 된다.
◇공단서 약가협상 진행…양사의 전략 차이 눈길
유한양행과 아스트라제네카의 약가협상 전략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국산과 외산의 차이 외에도 두 회사가 처한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두 약제 모두 위험분담제(RSA)를 적용할 것으로 예측되므로 약가 상한액이 아닌 분담 비율에서 전략 차이가 반영될 전망이다. 위험분담제는 신약의 효과나 보험 재정 영향 등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약사가 일부 분담하는 제도다. 유형과 분담 비율에 따라 제약사의 부담 정도가 달라진다.
약가 상한액이 표면 가격이라면 위험분담제를 통해 실질 가격이 정해진다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위험분담제 중 환급형은 전체 청구금액 중 일정 비율만큼 제약사가 공단에 환급한다. 약가 상한액이 100원이고 환급 비율이 20%라면 20원을 제약사가 공단에 돌려주는 방식이다.
공단과 제약사 간 위험분담제 분담 비율은 철저히 비공개 사안이다. 협상 당사자들만 정확한 수치를 알고 있다. 다만 양사의 기조를 엿볼 순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타그리소 1차 급여 확대를 위해 상당한 약가인하를 감수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반대로 유한양행은 최대한 약가를 보전받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가 처한 상황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타그리소 1차 급여를 위해 5년을 기다렸다. 타그리소는 아시안 데이터에 대한 지적으로 급여 첫 단계인 암질심에서만 4번의 탈락을 겪어야 했다. 암질심 통과 후에도 정부의 약가 인하 요구가 거셌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 경우 급여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 노바티스, 미쓰비시다나베 등 정부가 제시한 약가가 너무 낮다고 판단해 급여 철회한 사례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타그리소 1차 급여를 포기할 수 없는 절실함이 있다. 폐암, 그 중에서도 타그리소가 타깃하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서양보다 아시아 비중이 더 높다. 자연스레 아시아에 임상연구가 집중돼 있다. 중국, 일본과 함께 한국이 주요 국가로 떠오른다. 또 우수한 의료 시스템, 활발한 임상 등으로 한국에서 급여를 적용받는 것은 이익을 떠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에 아스트라제네카는 상당한 약가인하를 감수하고서라도 1차 급여를 확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상표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대표가 직접 나서 적극적으로 글로벌 본사를 설득했다고 알려졌다.
반대로 국산 신약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은 유한양행은 약가 인하를 최소화하고자 한다. 유한양행 입장에서 렉라자는 첫 항암 신약이고 글로벌 진출을 앞둔 유망주다. 아직 국내 외 렉라자가 허가된 국가가 없기 때문에 글로벌 진출 시 국내 약가가 참고 기준이 된다. 표면 약가를 크게 내릴 수 없는 배경이다.
유한양행이 실시 중인 1차 무상공급도 위험분담제 협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꼽힌다. 유한양행은 1차 치료 적응증을 받은 뒤 7월부터 새로 진단된 환자에게 렉라자를 무상 제공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렉라자 급여가 확대될 경우 급여권으로 편입된다. 초기에 환자수가 몰리며 이들의 생존기간에 따라 유한양행이 부담해야 할 환급액이 크게 높아질 우려가 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 원개발사인 오스코텍에도 렉라자 판매에 따른 로열티 10%가량을 지불해야 한다. 판매금액이 온전히 자사 매출이 되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다른 처지다. 신약을 많이 보유해 다른 약제에서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입장이 또 다르다. 유한양행은 유일한 항암 신약인 렉라자에서 매출 퀀텀 점프를 기대해야 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렉라자와 타그리소의 약가협상 전략에는 차이가 있지만, 기한 내 두 약제 모두 협상을 마치고 동일한 시기에 급여 확대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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