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0월 25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확히 1년 전 국내 캐피탈사들은 악몽과 같은 시기를 보냈다. 레고랜드 사태가 채권 시장 경색을 촉발했고 수신 기능이 없는 여신전문금융사들은 조달 위기를 겪었다. 여전채 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6%대까지 치솟았고 카드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캐피탈사들은 많은 조달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당시의 악몽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확대했던 단기 차입의 만기가 순차적으로 돌아온다. 연초 3%대 후반까지 내려갔던 여전채 금리는 다시 5%대를 바라보고 있다. 국고채 3년물의 금리가 4%대를 넘어서는 등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향후 여전채 금리 역시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금융당국의 '은행채 발행 한도 유연화' 정책은 캐피탈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최소화했던 은행채 발행을 은행들의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은행들이 자금 조달을 수신에만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수신금리 과당 경쟁을 막기 위해서다. 수신금리 경쟁이 자금 불균형, 유동성 문제 심화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설명 역시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
문제는 추가적인 보완 조치가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PF 리스크 확대로 부실 우려가 높아진 캐피탈사들에 조달 위기가 다시 한 번 찾아오면 실제 유동성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소한의 숨통을 틜 수 있는 '숨구멍'이 필요하다.
현재 캐피탈업계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는 조치는 렌터카 자산의 유동화다. 수년 동안 캐피탈사들의 자동차금융 포트폴리오는 할부금융 위주에서 리스, 렌터카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1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제도는 시장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 여전업 감독규정상 자동차할부금융 자산은 ABS 발행이 가능하지만 렌터카 자산은 ABS 발행이 제한된다. 여전사의 부수업무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할부금융 자산과 렌탈 자산의 안정성에는 큰 차이가 없다. 렌탈 업체들은 렌탈 자산을 통한 ABS발행이 가능하다. 단순히 중소·영세 렌터카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과거의 조치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지금 렌터카 업계는 롯데렌터카, SK렌터카 등 대기업 계열이 장악하고 있다. 캐피탈사에 숨구멍을 내줘도 흔들릴 시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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