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롯데웰푸드 vs 오리온]M&A와 현지법인 진출, 상이한 전략②[글로벌]롯데 '인수' 전략 '인도 성공', 중국 뚫은 담철곤 회장 주목
이우찬 기자공개 2023-11-10 11:08:47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8일 15:0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웰푸드와 오리온은 199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했다. 제과업계에서 선두에 서서 영토 확장을 꾀한 기업이다. 방향은 같았으나 전략은 사뭇 달랐다. 롯데웰푸드는 주로 인수합병(M&A)으로 현지 기업을 사들였고 오리온은 현지법인을 설립해 직진출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롯데웰푸드는 인도에서 두각을 드러냈고 오리온은 중국시장을 뚫었다.◇M&A 전략 구사 롯데웰푸드, 중국은 쓴맛
롯데웰푸드는 카자흐스탄·파키스탄·벨기에·인도·러시아·미얀마·싱가폴 등 7개국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해외 공장은 20개에 달한다. 올해 반기 기준 국내 매출은 1조 6057억원으로 전체 매출 2조 2억원의 80%를 차지한다. 해외 매출은 394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0%다. 인도와 카자흐스탄 지역 매출은 각 연간 2000억원을 돌파하며 매출 상위 국가로 꼽힌다.
해외 사업 확장은 인수합병의 결과물이다. 롯데웰푸드는 2004년 인도 제과기업 페리스(현 롯데인디아)를 인수했다. 제과업계 최초로 인도시장을 밟았다. 2008년 베트남 제과기업 비비카를 인수했다. 또 그해 벨기에 길리안 인수로 프리미엄 초콜릿 시장에 진출했다. 2011년과 2013년 각각 파키스탄 제과기업 콜손과 카자흐스탄 제과기업 라하트를 인수했다. 2017년과 2019년 각각 인도 하브모어, 미얀마 메이슨을 사들였다.
인수합병의 결과물인 영업권 잔액의 경우 작년 말 기준 1380억원이다. 오리온(238억원)보다 규모가 큰 편이다.
해외시장 확장의 키워드는 인도에 있다. 전체 글로벌 사업 규모에서 오리온에 밀리지만 인도에서만큼은 롯데웰푸드가 우위에 있다. 올해 반기 기준 롯데웰푸드는 인도에서 145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인도시장 공략 초기인 오리온의 경우 반기 매출은 100억원이다.
롯데웰푸드는 인도 현지에 초코파이 3번째 생산라인을 증설해 지난달부터 가동했다. 기존 남부·북부 중심에서 동부로 시장을 확대한다. 내년 4월에는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시에 짓고 있는 빙과 신공장이 준공을 앞두고 있다.
중국시장은 롯데웰푸드에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 있다. 롯데는 오리온과 비슷한 시기에 중국에 진출했으나 재미를 보지 못했다. 1994년 당시 롯데제과와 일본롯데가 5대 5 지분으로 중국에 진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롯데는 결국 경영권을 2007년 롯데제과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반일감정 탓에 일본롯데를 통한 사업 확장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평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에 따르면 중국법인은 올해 철수가 예정돼 있다. 롯데 칭다오 푸드(LOTTE QINGDAO FOODS)의 작년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161억원, 마이너스(-) 45억원이다. 전년보다 매출은 감소하고 손실 폭은 커졌다. 현지법인을 운영할 만큼 손익이 맞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 중심의 사업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 중국사업 매출 1.2조, 해외사업 비중 60%↑
오리온은 글로벌 제과산업 전문지인 미국 캔디인더스트리가 선정한 '글로벌 제과업계 글로벌 톱100'에서 작년 12위를 기록했다. 아시아로 좁히면 1위에 해당한다. 롯데웰푸드(당시 롯데제과)의 경우 24위였다. 오리온의 동력은 해외사업에 있다.
오리온의 작년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 8732억원, 4667억원이다. 사상 최대 실적이었다. 한국을 포함해 중국, 베트남 등 전 법인 매출이 전년대비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다. 작년 매출의 68.4%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올해 반기 누적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63.2%다.
1995년 중국법인을 설립한데 이어 2003년, 2005년 각각 러시아법인과 베트남법인을 현지에 설립했다. 오리온은 철저한 시장 분석에 따라 현지법인으로 직진출을 꾀했고 현지 맞춤형 제품으로 시장 확장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도네시아의 경우 현지 제과기업 '델피'와 합작으로 만든 '델피-오리온'(Delfi-Orion Pte Ltd.)을 통해 사업을 한다.
오리온의 핵심은 중국이다. 작년 중국에서 1조 268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가량이다. 국내 매출보다 3600억원가량 더 많다. 1992년 한중수교 이듬해 중국 베이징 사무소 개설을 시작으로 일찌감치 중국을 타깃으로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도약을 꾀했다. 재계 관계자는 "오리온은 한중수교 이후 장기적으로 중국 현지에 투자했다"며 "중국사업의 총괄책임자를 10년 이상 믿고 맡길 만큼 꾸준히 믿고 기다려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사업 확장 과정에서 대만계 화교 출신인 담철곤 회장의 역량도 빼놓을 수 없다고 전해진다. 이는 롯데웰푸드가 중국사업 공략에 어려움을 겪은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담 회장의 출신 배경이 사업 진출과 확장의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오리온이 중국사업에서 성공한 것은 담 회장의 역량뿐만 아니라 그의 배경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이후 화교 경제권인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도 안착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담 회장이 글로벌 사업의 본격화를 일궜다"며 "차별화된 제품력과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중국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2020년대 초반부터 미국 사업 확장도 본격화하고 있다. 수출 중심의 전략으로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꼬북칩'을 앞세운다. 코스트코, 샘스클럽에 입점했고 지속해서 최대 식품시장 중 한곳인 미국 확대에 공들인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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