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로 찾는 철강 주조사]'손실 지속' 동일철강, 봉강 수요 회복·ESG 탈출구 될까②거시경제 악화, 자회사 경영난에 역대 최대 손실 예고…열간압연·인발 공정 경쟁력 '주목'
서하나 기자공개 2023-11-13 08:08:24
[편집자주]
100년 이상 지속해온 철강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전통적인 철강 주조사들은 저마다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경량화 추세로 알루미늄, 플라스틱 등 신소재가 각광 받으면서 자동차용 철강 주조사들은 더욱 큰 위기에 직면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 업계 맏형을 비롯한 기업들은 저마다 유보 자금과 신규 투자를 활용해 M&A 대상을 물색하고 신규 사업 투자를 검토하며 새 활로를 찾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더벨에서 새 기회를 찾는 철강 주조 산업의 중견 기업들을 조망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8일 15: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견 철강 주조사 중 이례적으로 조선사를 인수한 동일철강이 위기에 몰렸다. 증권가에선 동일철강이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결국 기술 개발과 생산 효율화를 통해 주력 사업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동일철강 주력 제품인 봉강은 산업구조 고도화에 따른 추가 상승 여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도 수주 측면에서 힘을 실어줄 수 있다.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일철강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결기준 약 495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냈는데 올해에는 적자 폭이 한층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에만 이미 순손실 규모가 174억원에 이르러 산술적으로 보면 역대 최대 규모의 손실이 예견된 상황이다.
부진한 실적은 경기 침체에 따른 철강재 수요 감소, 제품 가격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2020년 말 지분 약 45.91%를 취득한 대선조선의 경영난도 한몫했다. 국내 철강시장은 올해 상반기 내내 우하향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어 단기간에 매출과 수익 개선을 꾀하기엔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선 동일철강이 연혁이 오래된 철강 주조사인 만큼 결국 본업에서 살 길을 찾아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일철강은 1967년 설립돼 50년 이상 업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열간압연이나 인발공정을 통해 다양한 봉강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압연(Rolling)은 금속 가공 방법 중 하나로 주조를 통해 제조된 판이나 봉 모양 자재를 회전 중인 두 롤 사이로 통과시켜 원하는 형태로 가공하는 공정이다. 열간압연은 일정 온도 이상에서 수행되는 공정, 냉간압연은 일정 온도 이하에서 수행되는 공정을 뜻한다. 냉간압연은 재질이 경화되고 강도를 증가시킬 수 있지만 열간압연 대비 두께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 동일철강은 1980년부터 열간압연 공정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면서 제품 숙련도를 쌓아왔다.
인발(Drawing)이란 금속을 두드리고 늘리는 과정을 통해 형상을 만들어가는 단조 공정의 하나다. 선재나 가는 파이프 등을 만들기 위한 금속 가공법이다. 이 공정을 거치면 강선, 케이블 선 등 가늘고 긴 선이나 정밀나사, 축, 각종 구조재 등 정밀한 구조의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동일철강은 상온에서 인발을 진행하는 '냉간인발' 공정을 통해 마봉강, 마사각, 마육각, 마직사각 등 제품을 생산한다. 이 제품은 추가 가공을 거쳐 자동차와 기계류 정밀부품 외에 자동차부품, 유압피팅, 방진용 체인용핀, 베어링케이스, 조선기자재 등 고부가가치 소재로 폭넓게 이용이 가능하다.
증권가에선 주력사업인 봉강 수요가 그나마 소폭 상승세 보이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봉강은 함량에 따라 보통강, 특수강, 스테인리스강으로 분류된다. 봉강은 탄소 외에 제3의 원소를 함유하지 않은 보통 탄소강이고, 탄소 외 제3의 원소를 함유한 경우 봉강(특수강)으로 분류한다. 스테인리스강은 철(Fe)에 크롬을 12% 이상 함유해 부식을 방지하도록 만든 제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보통강 시장규모는 2020년 8008억원에서 매년 1.88% 증가해 2025년 8792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수강 시장은 2019년 1조7996억원에서 연평균 2.66%씩 증가해 2024년 2조517억원 시장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신흥국 중심의 지속적인 성장과 산업구조 고도화 추세에 따라 특수강 산업은 지속적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SG 활동을 통해 수주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방법도 있다. 동일철강은 최근 2050 탄소중립 계획 실천을 위한 ESG 경영을 본격화하겠단 의지를 표명했다. 부산시 원청·협력업체 ESG 상생협력 확산과 지속성장을 위한 협약에 참여했고, ESG 경영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공급망 관리 특화지표를 개발한 점도 눈에 띈다.
사회부문에선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후원금을 지원하는 등 사회 공헌 활동에 나섰다. 지배구조 부문에선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2명 등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꾸리고 3명의 감사위원이 감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장인화 회장의 지분율은 상반기 말 23.91%(382만2620주)로 일정 수준의 경영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