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로톡발 훈풍, 리걸테크 개화]"싱가포르도 반한 로앤굿, 법률 AI 판 키울 것"③최호준 부대표 "내년 유의미한 매출 달성, 아시아 리딩 기업 목표"
이영아 기자공개 2023-11-16 08:04:01
[편집자주]
리걸테크 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최근 법무부가 법률 플랫폼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대한변호사협회의 징계 처분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다. VC 업계에선 리걸테크 투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환경이 조성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더벨은 리걸테크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향후성장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4일 13: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학술 콘퍼런스 'NLLP 2023'에 참석해 인공지능(AI) 논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아시아에서 AI 전환을 선도하는 리걸테크 기업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최호준 로앤굿 부대표는 최근 더벨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로앤굿은 국내 리걸테크 기업 최초로 AI 챗봇 상용화에 성공한 데 이어 국제 학술 대회 무대에 오르며 기술적 성과를 인정받는 쾌거를 달성했다. 법률 자연어처리 글로벌 학술 콘퍼런스 NLLP 2023은 오는 12월 7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블룸버그가 후원하고 유럽 대학 AI 연구자들이 조직했다.
2020년 설립된 로앤굿은 지난 2년 동안 AI 연구개발(R&D) 및 투자에 주력해 왔다. 올해는 AI 챗봇 '로앤봇'을 출시하며 본격 시장 선점에 나섰다. 내년은 로앤굿 사업의 티핑 포인트(급격한 변화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소비자간거래(B2C) △기업간거래(B2B) △정부간거래(B2G) 등 모든 영역에서 비즈니스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하면서다.
◇로앤굿, '소송금융·AI 챗봇' 투트랙 전략
법률종합플랫폼을 지향하는 로앤굿은 지난 3년간 프로덕트 구축에 주력해왔다. △변호사를 선임하기 전 여러 변호사로부터 제안서를 받고 상담할 수 있는 '법률상담' △변호사를 선임할 때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는 '소송금융' △변호사 선임 이후 소송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사건관리' 등을 선보이며 플랫폼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특히 올해는 비즈니스모델(BM) 발굴에 방점을 찍고 주력 서비스 두 가지를 시장에 선보였다. '소송금융'과 '로앤봇'이 그 주인공이다. 두 서비스 모두 국내 리걸테크 기업에서 최초로 시도한 것으로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소송금융은 변호사비를 모두 지급한 뒤 승소 후 성공보수처럼 약정금을 돌려받고, 만약 패소하면 아무것도 돌려받지 않는 서비스다.
최 부대표는 지난해 1월 로앤굿에 합류했다. 소송금융과 로앤봇 개발을 주도할 키맨으로 영입됐다. 최 부대표는 "리걸테크 시장에 큰 공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소송금융과 AI가 해답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며 "로앤굿 설립 후 첫 2년간은 플랫폼 고도화에 집중했고 이후 1년간 소송금융과 AI 서비스를 출시하는데 가장 많은 인력과 시간을 투입했다"고 했다.
서울대학교 자율전공학부를 졸업한 최 부대표는 골드만삭스 홍콩 지부에서 일했다. 골드만삭스에서 구조화금융과 주식파생상품을 다루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빅테크 기업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파이낸싱 업무를 했고, 이후 맥쿼리PE로 이적해 기업 경영권과 실물자산 인수 업무를 담당했다. 이때의 경험은 리걸테크 시장의 잠재성을 확신하는 계기가 됐다.
최 부대표는 "골드만삭스에서 국내 최초의 공유주방 담보대출, 개인간(P2P) 대출채권 유동화 거래 등을 리드하면서 스타트업들과 협업할 기회가 많았다"면서 "당시 익혔던 금융기법을 활용해서 '소송'이라는 새로운 금융자산을 만들어내면 전통적으로 유동성 공급이 제한적이었던 법률 시장을 혁신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외국에서는 텍스트 데이터가 풍부한 법률 시장이 AI 기술의 핵심 '테스트 베드'가 될 것으로 주목했는데, 국내 리걸테크 시장은 낙후되어 있다는 점에서 기회를 봤다"고 했다.
◇법률문서 검색·검토·작성 주목, 생산성 높여
로앤굿은 올해 5월 국내 최초 법률 AI 챗봇 로앤봇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B2C 형태로 먼저 출시했다. 로앤굿 플랫폼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편하게 법률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했다. 최근 주력하는 분야는 B2B와 B2G다. 대형로펌, 대기업, 공공기관에 맞춤형 AI 챗봇을 개발해주는 용역 계약을 통해 건당 최대 수억원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최 부대표는 "갈수록 변호사는 전략적 사고와 인사이트 도출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 집중하고 중·저부가가치 업무는 AI가 대체하거나 보완적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는 법률 업무의 44%가 AI에 의해 자동화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전체 업무의 약 40%는 완전히 대체, 나머지 약 60%는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로앤굿은 △문서 검색 △문서 검토 △문서 작성 분야에서 AI를 통해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 부대표는 "이제는 AI가 의도와 문맥을 이해해서 유사한 의미의 단어와 문장까지 함께 검색한다"며 "검색한 자료에서 특정 내용을 추출, 분류, 분석하고, 다양한 자료를 조합해 하나의 완결성 있는 보고서 혹은 서면을 작성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로앤굿은 법률 도메인에 핵심적인 정확한 AI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집중해왔다. 최 부대표는 "로앤굿 리걸 AI 모델은 질의응답 시 정확한 출처명과 페이지 수까지 인용한다"면서 "법률 자료의 검색 결과가 상충하는 경우 상위법, 특별법 혹은 신법이 우선적으로 적용되게 하는 등 법률에 특화된 알고리즘을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로앤봇 한국어의 임베딩 정확도는 챗GPT의 오픈AI보다 약 7% 더 높은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로앤봇은 GPT-4.0 모델과 Linq(구 위커버)의 자체 개발 모델을 함께 활용하고 있다. 최 부대표는 "엄선된 법률 데이터와 고객사가 지정한 내부 데이터만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성하여 믿을 수 있는 출처에서 답변을 생성한다"고 덧붙였다.
◇AI SaaS 출시 목전, 아시아 리딩기업 목표
현재 로앤굿은 대형로펌, 대기업, 공공기관 등 10여 곳과 커스텀 리걸 AI 모델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법령, 규제, 정책 관련 리서치 △민원처리 △규제검토 △서면작성 등의 업무를 자동화하는 'AI 비서' 서비스를 개발할 예정이다. 늦어도 내년 초까지 중견·중소기업 대상 B2B AI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서비스도 출시할 예정이다.
최 부대표는 "내년에는 AI 사업이 유의미한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법무법인, 기업, 공공기관, 금융기관 등 폭넓은 고객군을 대상으로 커스텀 리걸AI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노하우와 전문성을 축적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자료검색과 질의응답을 넘어 법률문서 검토와 작성까지 구현하는 AI SaaS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적극 모색할 예정이다. 이미 로앤굿은 멕시코 로펌 문두스 아페르투스(이하 문두스)와 AI 챗봇 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로앤굿의 기술을 눈여겨보던 문두스에서 먼저 제안이 온 뒤 협업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향후 남미 등 스페인어권 국가를 포함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회사 측은 덧붙였다.
이미 시장은 열려있다는 평가다. 케이스텍스트, 하비에이아이 등 리걸테크 기업들이 로펌과 기업들을 대상으로 AI를 활용한 법률문서 검토, 유사 판결문 검색, 계약서 분석·작성, 리걸 리서치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글로벌 로펌 앨런앤오버리는 하비에이아이와 업무협약을 통해 자사 소속 변호사 3500명 이상이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글로벌 러브콜도 뜨겁다. 오는 12월 싱가포르 'NLLP 2023'에 참석해 논문을 발표하는 것도 고무적 성과다. 최 부대표는 "영미 법조계는 AI 도입 후 어쏘 변호사(경력 10년 미만인 소속 변호사)의 생산성이 7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로앤굿은 아시아에서 AI 전환을 선도하는 리걸테크 기업이 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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