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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십 시프트]아우딘퓨쳐스 '150억 딜' 나종국-최영욱 다 웃었다신주+구주 합리적 가격에 양자 실리, 나 대표 아우딘 축으로 갑진 IPO 속도낼 듯

조영갑 기자공개 2023-11-20 08:07:32

[편집자주]

기업에게 변화는 숙명이다. 성장을 위해, 때로는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오너십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보다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 거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물론 파장도 크다. 시장이 경영권 거래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다. 경영권 이동이 만들어낸 파생 변수와 핵심 전략, 거래에 내재된 본질을 더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7일 14: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주요 2차 전지 화성(충방전) 공정장비 제조사 갑진의 나종국 대표가 코스닥 상장사 '아우딘퓨쳐스'를 품었다. 나 대표는 본인이 세운 갑진을 활용하지 않고, 자기자본을 들여 아우딘퓨쳐스의 경영권을 손에 넣으면서 2개의 주요 법인을 소유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나 대표는 총 150억원 가량을 투입, 아우딘퓨쳐스의 지분 20.29%를 확보했고 기존 최영욱 대표는 원하던 구주매출(80억원)을 달성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나 대표는 최영욱 아우딘퓨쳐스 대표(구 대주주)와 체결한 주식양수도 계약의 주금(60억원)을 11월 15일 최종 납입하면서 아우딘퓨쳐스의 새 대주주로 올라섰다. 나 대표는 7월 10일 최 대표의 구주 200만주를 인수하는 양수도 계약을 맺은 데 이어 같은 달 28일 73억원 규모의 아우딘퓨쳐스 BW(신주인수권부사채) 442만주를 인수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유증 납입금은 당일 바로 납입됐다.

눈에 띄는 점은 시기 상 같은 달임에도 불구하고, BW 발행가액과 최 대표의 구주 가격의 갭이 크다는 점이다. 나 대표는 신주인수권 442만주를 주당 1651원에 인수했다. 6월 중순부터 아우딘퓨쳐스의 주가가 뛰기 시작하며, 공시가 나온 6월 말까지 약 4000원대를 오가는 수준이었지만, 이사회 결의일(3월 2일) 전일을 기산일로 가중평균주가를 잡았다. 덕분에 나 대표는 낮은 가격에 BW를 인수, 약 14%의 지분을 확보했다. 향후 주가가 오르면 막대한 차익이 예상된다. 현재(16일) 아우딘퓨쳐스의 주가는 2155원이다.

반면 최 대표의 구주는 경영권 프리미엄과 당시 주가 수준을 고려해 주당 4000원에 거래됐다. 현재 주가가 반토막 난 상황을 감안하면 최 대표는 적절한 시점과 가격에 구주를 판 셈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회사의 유동성으로 흘러들어가는 BW 발행가가 상대적으로 '헐값'이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신주와 구주의 가격 차이로 인해)나 대표는 낮은 가격에 적지 않은 지분을 선확보했고, 최 대표는 괜찮은 거래를 했다"고 말했다. 양자가 만족할 만한 거래라는 이야기다.

나 대표가 사재를 털어 유증과 구주 인수에 참여하면서 나 대표는 20.29%의 지분율(642만주)을 확보, 아우딘퓨쳐스의 새 대주주로 올라섰다. 기존 대주주인 최 대표는 19.82%에서 13.50%로 줄어 2대주주가 됐다. 양 주요 주주는 공동경영권 행사라는 형식으로 회사를 이끈다. 나 대표는 직접 대표이사를 겸직하는 대신 둘째 아들 나현수 전 갑진 인재문화팀장을 각자 대표이사로 두고, 사내이사로서 경영에 참여한다. 1990년 생(33세)인 나현수 대표는 아우딘퓨쳐스의 신사업을, 최 대표는 기존 코스메틱 사업을 맡는다.


업계에서는 나종국 대표가 갑진을 통하지 않고, 굳이 사재를 출연해 아우딘퓨쳐스 대주주 지분을 인수한 것을 두고 갑진의 IPO(기업공개)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갑진은 2차전지 시장이 확대되기 시작한 수년 전부터 꾸준히 IPO가 거론된 회사다.

갑진은 2020~2021년 해외 신사업 진출을 위해 투자를 확장하는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현금 유출을 겪었다. 이때 코스닥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것이 갑진으로서는 '실기'였다는 평가다. 신사업 시도로 2년 간 100억원 이상의 현금이 빠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상황에서 아우딘퓨쳐스를 인수하기 위해 150억원에 이르는 내부 유동성을 소진하면, 그만큼 밸류 산정 과정에서 마이너스가 된다. 원재료 확보 등 사업 운영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갑진의 현금성 자산은 116억원 수준이지만, 현재는 유동성이 넉넉지 않은 걸로 파악된다.

갑진은 국내 2차전지 충방전기 시장에서 오랜 업력을 다진 회사다. 2014년 중국 최대 전기차 메이커 비야디(BYD)에 충방전기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끈 갑진은 충방전용 프로브, 무선 제어형 배터리 충전기 등을 잇따라 개발하며 충방전 분야의 강소기업으로 이름을 날렸다. 이듬해 삼성SDI 중국 시안 공장에 중대형 충방전기를 공급하면서 삼성SDI의 정식 파트너사가 됐다. 2017년에는 SK이노베이션(현 SK온)과도 거래를 텄다. 다만, 삼성SDI와의 거래 비중이 높다.

최 대표의 존재감이 여전히 크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상장사 오너가 된 나 대표는 아우딘퓨쳐스를 거점으로 갑진의 IPO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갑진은 현재 검사장비 제조사 엔시스(코스닥)와 물류 장비 기업 코윈테크(코스닥)와 손 잡고 충방전기를 포함한 2차전지 후공정 프로세스 설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아우딘퓨쳐스가 전개하는 신사업 등이 보태지면 시너지가 날 수 있다. 아우딘퓨쳐스는 임원 개선 이후 ESS(에너지저장장치) 제조사 민맥스를 12억에 인수(35%)하는 등 2차전지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최 대표는 최 대표대로 아우딘퓨쳐스의 주가가 상승하면 후속 엑시트를 도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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