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합병 디스카운트 점검]반복되는 '고평가' 논란…주가에 반영된 '불신감'[총론] 16개사 코스닥 입성 후 88% 주가 하락, 추정 매출 미달 기업 속출 전망
정유현 기자공개 2023-11-23 08:16:21
[편집자주]
올해도 스팩(SPAC)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상장 후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 패턴이 반복되며 상장 자격 논란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더벨이 올해 스팩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데뷔한 기업들의 주가 현황과 실적, 재무 구조를 살펴보며 스팩 합병 디스카운트(증시 저평가) 상황을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1일 10시4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도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 방식으로 증시에 입성한 기업의 고평가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침체되자 스팩을 통해 우회 상장 후 자금을 조달 받는 루트는 더 각광받았다. 하지만 직상장에 비해 낮은 문턱을 밟으며 증시에 입성한 스팩 합병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올해 스팩 합병으로 상장한 기업의 88%가 주가가 하락했다.장밋빛 실적 전망을 토대로 예상 실적을 부풀린 것이 부메랑이 됐다. 합병 시 제시했던 미래 수익과 실제 수익의 괴리가 크게 발생하며 결국 기업가치를 '뻥튀기'해 뒷문 상장을 했다는 부정적 인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주가 부진과 실적 악화가 겹치며 사업 성장성과 무관하게 '스팩 합병=부실 기업' 꼬리표가 붙는 분위기다. 스팩 합병을 추진하는 비상장사의 기업가치 산정 방식이 불투명한 점이 매년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스팩 합병 상장 매년 늘어나는데…대다수 주가 부진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월 17일 기준 스팩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은 16곳(소멸합병 12개·존속합병 4개)으로 집계된다. 9월 18일 코어라인소프트 상장 후 10월에는 잠잠했지만 11월 3일 세니젠과 신시웨이가 스팩 소멸합병 방식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오는 12월 의류 제조업체 씨싸이트가 NH스팩28호와의 합병을 통한 코스닥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스팩은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페이퍼컴퍼니다. 스팩 합병은 기업공개 절차를 우회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시에 입성할 수 있어서 중소 기업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유망 기업의 자금 조달을 적기에 지원하는 것이 스팩 합병의 취지였지만 최근 스팩 합병 상장사들의 성과가 부진하며 자격 미달 기업의 뒷문 상장 통로라는 부정적 인식이 드리워진 상태다.
스팩 합병 기업의 고평가에 불을 지핀 것은 상장 후 주가 추이다. 올해 스팩 합병으로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의 상장일 종가와 11월 17일 종가를 비교해 보면 16개 중 14개 종목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스팩 합병 상장 기업의 88%가 주가가 하락했으며 라온텍(32.10%), 엑스게이트(25.33%) 단 두 곳만이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세부 종목을 살펴보면 라이콤(-13.41%), 화인써키트(-61.03%), 메쎄이상(-15.51%), 코스텍시스(-37.65%), 셀바이오휴먼텍(-60.79%), 슈어소프트테크(-23.87%), 벨로크(-40.72%), 팸텍(-50.83%), 크라우드웍스(-41.14%), 율촌(-55.75%), 코어라인소프트(-49.88%), 우듬지팜(-21.90%), 세니젠(-47.17%), 신시웨이(-40.37%) 등이다.
물론 올해 수요 예측 등의 과정을 밟아 정식 IPO 방식으로 신규 상장한 기업 약 70여곳 상장사(스팩 및 스팩 합병 기업 제외) 가운데서도 현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경우도 다수 있다. 새내기 종목의 절반 정도가 주가 부진을 겪고 있지만 스팩 합병 기업들만큼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스팩 합병 기업의 주가가 하락한 것은 결국 합병을 추진한 비상장기업의 가치가 고평가 됐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스팩 합병 상장은 최소 4개월이 소요되는 별도의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고 스팩과 기업 간 합병 비율로 기업가치가 정해진다.
IPO 절차를 밟는 기업들은 최근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 등에 대한 정정 요구를 받는 등 제재를 받지만 스팩 합병은 상장 심사와 주주총회 등만 거치면 된다. 이 과정도 나름 복잡한 절차지만 기업가치를 부풀려도 직상장 대비 무리 없이 상장사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 상장 후 주가 하락을 글로벌 대내외적 변수에 따른 증시 변동성 확대로 볼 수만은 없는 배경이다.
◇예상 실적 미달성 대다수, 기업가치 '과대 평가' 지적
부진한 실적도 고평가 논란에 힘을 실고 있다. 올해 스팩 합병 방식으로 상장한 16곳이 합병 당시 제출한 투자설명서를 살펴보면 상장 첫해인 2023년 예상 실적을 달성 가능한 기업이 많지 않다. 3분기 말 보고서를 발표한 기업들의 누적 매출을 토대로 예상치 달성률을 계산해보면 목표치 달성 가능성이 높은 곳은 두 곳 정도다. 메쎄이상과 크라우드웍스가 예상 매출의 70% 정도를 달성한 상태다.
이익은 두고 일단 예상 매출 규모만 살펴본 결과다. 대다수 스팩 합병 기업이 상장 첫해부터 추정 실적에 미달하는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코스텍시스의 경우 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 대비 64% 줄었다. 올해 예상 영업수익으로 489억원을 제시했는데 15% 밖에 달성하지 못한 상태다. 라온텍도 241억원 규모의 예상치를 제시했지만 3분기까지 68억원 수준의 매출만 냈다. 합병 상장 후 첫 목표치 달성이 불가능한 상태로 볼 수 있다.

4분기에 실적이 몰리는 계절성이 있는 기업도 있지만 특별하게 수주가 늘거나, 대형 호재가 있지 않는 한 전년 수준의 매출 규모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기업도 다수 있다. 장밋빛 실적 전망을 토대로 기업가치를 과대평가 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스팩 합병 상장 후 실적 악화에 따른 주가 하락은 물론이고 갑자기 대주주가 변경되는 사례도 많은 점도 디스카운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2020년 스팩 합병으로 상장한 윈텍은 여러 차례 대주주가 변경됐고 TS트릴리온, 2021년 스팩 합병한 다보링크 등도 최대주주 변경과 자본 조달 이슈 등으로 증시에서 부정적으로 수차례 언급됐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스팩 합병 방식으로 상장하는 기업들이 논란이 되는 것은 합병 과정에서 것이 부실한 근거를 기반으로 기업가치가 고평가 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스팩 설립 건수, 합병 성공·실패 건수, 합병 후 주가 추이 등 합리적인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공시되도록 스팩 기업공개(IPO)·합병 증권신고서 공시서식을 개정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팩 합병에서 합병 비율은 IPO의 공모가와 같은 개념인데 합병 후 주가가 하락한다는 것은 이 합병 비율 산정에 있어서 피합병 기업 가치가 높게 책정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며 "합병 비율은 스팩과 피합병 법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기준을 잡을 수 없지만 적정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비율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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