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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남양유업의 '금석위개'

이우찬 기자공개 2023-12-27 09:43:15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9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소기업계가 올초 선정한 사자성어로 '금석위개'(金石爲開)가 있다. 쇠와 금을 뚫는다는 뜻이다. 열렬한 정성을 다하면 딱딱한 돌이라도 그 마음이 통한다고 한다. '지성이면 감천'과 일맥상통할 것 같다.

금석위개 사례로 남양유업이 들어맞는지 모른다. 대리점 갑질로 상처를 입었던 남양유업이 최근 공정위의 대리점 동행기업에 선정됐다. 공정위는 10여년 전 갑질 사건으로 남양유업을 검찰에 고발했던 정부기관이다. "뿌듯하네요" 10년 전을 돌아본 남양유업 한 관계자가 이렇게 짧게 소회를 전했다. 2013년 당시 영업 사원으로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그는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10년 이상 지속된 상생 노력이 인정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대리점분야 협약이행평가 '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표준계약서를 사용하고 대리점의 수령·지급금액·계약해지 관련 이의신청 절차를 마련했다. 대리점 영업 활동을 돕기 위해 기존 가격보다 할인·혜택 등을 적용하고 반품 지원하는데 30억원을 썼다. 대리점이 신규 영업 거래처를 개척할 때 들어가는 비용도 지원했다. 52개 대리점에 1억6900만원 상당이다. 직영 온라인몰 주문의 경우 지역 인접 대리점을 연계해 178개 대리점에 배송수수료 4300만원을 지원했다.

꾸준한 상생 의지의 결과물로 내부에서도 고무적이라는 분위기다. 대리점 사건 이후 11년 동안 분기마다 상생회의를 열었고 대리점의 고민과 불편사항을 다양한 채널로 소통했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대리점과 머리를 싸매고 주요 브랜드 판매 활성화 방안을 궁리했다. 대리점 자녀의 학자금을 지원하는 '패밀리장학금'을 만들어 11년간 1009명을 대상으로 13억800여만원을 지원했다.

남양유업의 올해는 복잡다단했다. 홍원식 회장과 한앤컴퍼니의 경영권 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경영 측면에서도 녹록지는 않았다. 2020년부터 지속된 적자는 올해도 이어졌다. 그래도 한 해의 마무리는 달랐다. 1964년 설립된 남양유업은 내년 60주년을 맞는다. 환갑 선물을 미리 받았는지 모르겠다.

남양유업의 경영시계는 여전히 흘러간다. 이달 업무 보고를 마치고 내년 사업 준비에 한창이다. 대리점 동행기업 선정이 남양유업의 기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응원한다. 대리점 뒤에 붙는 수식어가 동행기업으로 굳건히 바뀌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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