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합병 디스카운트 점검]'현대차 매각' 쇼크 슈어소프트테크, 실적 증명 과제협업 관계 지속에도 오버행 우려 주가 '휘청', 올해 목표 매출 달성 '청신호'
정유현 기자공개 2023-12-11 07:33:07
[편집자주]
올해도 스팩(SPAC)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상장 후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 패턴이 반복되며 상장 자격 논란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더벨이 올해 스팩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데뷔한 기업들의 주가 현황과 실적, 재무 구조를 살펴보며 스팩 합병 디스카운트(증시 저평가) 상황을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8일 14: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상반기 스팩 합병 기업 중 높은 몸값으로 코스닥에 데뷔한 슈어소프트테크의 한 번 꺾인 투심이 회복되지 못하는 모양새다. 타 스팩 기업과 달리 탄탄한 실적과 알짜 매출처를 확보한 영향에 한때 시총이 7000억원을 터치했지만 현재 밸류에이션은 고점 대비 반 토막 난 상태다.사업 성장성은 여전히 높이 평가받고 있지만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현대차의 지분 대량 매도 후 투자 심리가 악화됐다는 평가다. 올해 목표 매출 달성에 청신호가 들어온 가운데 실적을 통해 기업가치를 증명하는 '정공법'으로 밸류에이션을 재평가 받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상장일 시총 3000억→7200억 껑충, 현대차 우군 확보 '매력' 부각
슈어소프트테크는 스팩 합병 방식 중 비상장법인이 스팩 법인을 흡수합병하는 '소멸 합병' 방식을 선택해 증시에 입성했다. NH스팩22호와 합병 추진당시 합병가액은 슈어소프트테크 5339원, NH스팩22호 2000원으로 정해졌다. 합병 비율은 1대 0.374602다.
슈어소프트테크 기업가치(영업가치+비영업자산)는 4213억원대로 평가받았다. 합병 비율 등을 고려해 합병 법인의 시가총액은 3000억원 수준이 거론됐다. 슈어소프트테크는 2019년부터 실적과 2022~2026년의 추정 실적을 기반으로 수익가치를 책정했다.
2019년 매출 271억원, 영업이익 53억7800만원을 기록한 후 외형과 이익규모를 키우며 지난해는 연결기준 432억원대 매출과 96억원 규모의 이익을 냈다. 이 같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2026년에 연매출 1000억원대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26년 추정 영업이익은 460억원 규모다.
IB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응용소프트웨어 사업을 영위하는 상장사의 평균 PER은 약 30배다. 이를 고려하면 적정 수준의 몸값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2018년 진행했던 프리 IPO에서도 이미 약 2000억원의 몸값을 인정받기도 했다. 소멸 방식의 기준가는 스팩의 마지막 거래일 종가에 합병비율을 나눈 가격으로 정해지는데 이 결과 슈어소프트테크의 기준가는 9360원으로 결정됐다.
스팩 유통 첫날인 4월 28일 슈어소프트테크는 기준가보다 2030원 내린 733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상장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3786억원 수준이었다. 이후 5월 들어 반등에 성공했고 9일에는 상한가로 거래를 마감했다. 주가가 빠르게 우상향 곡선을 타며 5월 17일에는 장중에 1만4000원을 넘기기도 했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7227억원 수준이었다.
◇현대차 보호예수 해제되자 절반 매각, 협업 지속에도 주가 '충격'
슈어소프트테크는 소프트웨어 검증 프로그램 개발기업이다. PRQA(영국), 그라마텍(미국), 벡터소프트웨어(미국) 등 글로벌 기업이 장악한 검증 소프트웨어의 국산화를 이끌었다고 평가받는다. 2010년 도요타 대량 리콜 사태가 터지면서 자동차 SW의 오작동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생겼다.
슈어소프트테크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코드 스크롤'이 주목을 받았고 이 때 현대차의 공식 SW 테스팅 도구로 선정되는 성과를 냈다. 현재 슈어소프트테크의 매출은 현대차 그룹 계열사 (현대자동차, 현대케피코, 현대모비스) 비중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2012년부터 현대차는 슈어소프트의 2대주주로 자리매김했다. 상장 전 770만주(15.64%)를 보유하고 있었다. 현대자동차라는 우군을 확보한 슈어소프트테크는 이후 사세 확장과 맞물려 모험자본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기 시작했다.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에 나서자 현대차는 물론 주요 FI(재무적 투자자)들은 보호예수를 걸며 공모 흥행을 도모했다.
슈어소프트테크는 상장 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 8월에는 빅데이터 기업 모비젠의 지분 인수에 나섰다. 본 사업인 소프트웨어 시험 자동화에 인공지능(AI)·빅데이터 사업을 추가할 수 있게 됐다. 차량 빅데이터 수집 및 활용 등에 있어서 사업적 시너지가 예상됐다. 모비젠 지분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1회차 CB를 발행해 150억원을 조달했는데 제로금리로 CB 발행에 성공하며 금융 시장에서도 사업 성장성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9월 초 2대주주인 현대차가 보호예수가 풀린 물량을 매각한 소식이 알려지자 주가가 휘청였다. 슈어소프트테크는 현대차와 계열사 현대오토에버가 각각 추진하는 MBD, 제어기 가상화 사업에 컨소시엄에 이름을 올리는 등 사업적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었는데 생각지 못한 소식이 알려진 것이다.
현대차가 스팩과 슈어소프트테크의 합병 당시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절반은 4개월, 나머지 절반은 6개월의 의무 보유를 확약했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었다. 주식 시장에 충격을 덜 주기 위해서 현대차가 블록딜로 385만주를 매각했지만 시장에서는 악재로 인식을 한 것이다. 추가로 시장에 남은 물량이 풀릴 수 있다는 우려감도 제기됐다.
양측은 기술 협업 관계는 지속된다는 것을 시장에 알리고 있지만 지분 공시가 진행된 9월 5일 이후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10월에는 시가총액이 2000억원대에서 움직였고 현재는 3000억원대다. 3분기 말 기준 현대차의 지분율은 7.45%(385만주)로 아직 남은 지분을 처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 목표 매출 505억 제시, 3분기까지 달성률 68%
슈어소프트테크가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일단 상장 첫 해 약속인 목표 성과 달성을 이루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슈어소프트테크는 투자 설명서 기준으로 올해 매출 505억3534만원, 영업이익 169억원을 제시한 상태다.
3분기까지 누적 성과를 살펴보면 매출은 346억원, 영업이익은 28억4902만원이다. 목표 매출 달성률은 68%다. 모비젠 인수 효과 4분기 성과까지 더해지면 목표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9월 말 기준 수주잔고는 214억8500만원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슈어소프트의 현재 주가 상황에 대해 '기우'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근 스팩 합병을 추진했던 NH투자증권뿐 아니라 현대차증권, KB증권 등도 리포트를 내놓으며 실적 추정치를 높였다.
1일에 리포트를 발간한 심의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슈어소프트테크의 매출 예상치를 58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심 연구원은 "전략적 관계를 맺고 있는 고객사의 지분 대량 매도로 투자심리가 악화됐으며 추가 물량 출회 우려로 주가가 급락했지만 주가와 별개로 사업은 순항 중이며 별다른 악재는 없는 상황이다"며 "수급적 우려보다는 펀더멘탈과 성장성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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