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KB증권 랩 운용부의 AI 도전…시장이 알아봤다맞춤형 투자 엔진 성과, 고객 95% 목표 수익 달성
이돈섭 기자공개 2023-12-12 09:24:37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8일 15: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증권이 선보인 AI 기술 기반 랩 어카운트가 시장에서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출시 한 달 반여 만에 전체 고객의 10%가 가입 당시 설정한 목표 수익률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시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고객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KB증권 랩 운용부 멀티에셋운용팀(사진)을 만났다.지난 10월 KB증권은 비대면 랩 'KB AI 모아(MOA)'를 선보였다. 행동경제학 기반으로 개발한 고객 투자성향 분류 기준에 맞춰 맞춤식 투자엔진을 제공, 고객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산을 운용한다는 콘셉트다. 로보어드바이저 일임계약의 경우 투자자가 내점하거나 직원과 통화를 하지 않더라도 비대면 계약이 가능한 점에 착안했다.
MOA는 'Multi-dimensional Optimization Algorithm'의 앞자리를 따 만든 조어로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알고리즘이라는 뜻을 담았다. 랩 서비스를 통해 고객 자산을 모아간다는 의미도 담았다. 랩 출시 초기에만 프로모션을 잠깐 진행했을 뿐인데, 지금까지도 투자자들이 꾸준하게 유입되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달 초 전체 고객의 10% 정도가 가입 당시 설정한 목표치를 이미 달성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담당 부서 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지기도 했다. KB AI 모아는 현재 달러 버전과 원화 버전이 출시돼 있고 두 상품 모두 최소가입금액은 500만원, 고객이 설정한 투자기간에 맞춰 운용된다. 이수진 팀장은 "전체 고객의 95%가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준비 기간은 짧지 않았다. 2021년 4월 김유성 고객자산운용센터장(상무)를 중심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시작했고 지난해 2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알고리즘 심사에 참여했다. MOA에 활용되는 알고리즘 수는 모두 6개. 위험중립형의 경우 8일 현재 누적 수익률 4.1%, 최근 1년 수익률 5.8%를 기록하고 있다. 샤프지수는 0% 수준이다.
이 상품을 운용하는 멀티에셋운용팀은 KB증권 대표 직속 고객자산운용센터 산하 조직이다. 과거 EMP 랩 등을 운용하던 이 팀은 김유성 센터장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AI 모아 랩 운용을 전담, 팀 구성 인원을 기존 2명에서 4명으로 불렸다. 최근 팀에 합류한 인원들은 사내외에서 두루 섭외, 모두 AI 분야 석사 학위를 취득한 점이 눈에 띈다.
이수진 팀장은 "10년 넘게 운용 업무를 맡으면서 책임 운용에 집중했는데, 시장을 분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내 운용조직 밖에 AI 관련 부서를 두고 협업을 진행하는 경우는 많지만, 운용조직 안에 AI 인력을 직접 배치한 건 증권업계에선 드문 일이다.
최근 이 팀에 합류한 인원 중 한 명인 윤정훈 차장은 중앙대 인공지능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LG전자와 신세계백화점, 하나증권 등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커리어를 닦아왔다. 윤 차장은 "본인의 직접 책임하에 모든 알고리즘 개발부터 운용까지 한 번에 해볼 수 있는 기회는 쉽지 않은데, 좋은 기회가 주어져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윤 차장은 "AI라는 것은 사람에게 나온 다수의 데이터를 활용해 결과를 만드는 것"이라며 "미국 테슬라의 경우에도 처음엔 로봇만 일하는 공장을 구축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소수의 사람들이 함께 일했을 때 가장 큰 퍼포먼스를 냈다"고 말했다. KB AI 모아의 경우 AI가 각 종목 등에 대한 분석 결과를 내면 운용역이 이행을 지시하는 식이다.
멀티에셋운용팀이 목표로 설정한 건 '하이브리드' 운용이다. 금융시장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과거 데이터 기반 알고리즘을 가져와 운용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했다. 기존에는 인간이 운용하는 상품과 로보어드바이저가 운용하는 상품이 분리돼 있었지만, 둘의 장점을 합친다면 운용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팀장은 "AI 기술을 분석 작업에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운용역의 인사이트라는 것도 분명히 있다"며 "운용역이 AI 결과값에 피드백하면 AI가 조정에 돌입해 결과적으로 안정성과 수익률 등 관련 랩의 지표들이 우수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수익률 달성치를 예측할 순 없지만, 실제 안정성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멀티에셋운용팀은 지난달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을 테스트베드에 태워 운용 개시를 목전에 두고 있기도 하다. 퇴직연금의 자금 성격상 보수적 운용이 중요한데, 비교적 안정성을 갖춘 KB AI 모아 알고리즘을 적극 활용하면 시장이 만족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운용 심사는 당장 이달 중순 시작한다.
이 팀장은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이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를 잘 다루듯이 앞으로 운용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 역시 AI 기술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올 텐데,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것"이라며 "KB AI 모아가 지금처럼 안정적인 수익률을 꾸준하게 기록할 수 있다면, 향후 초고액자산가 고객 상품으로도 주목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이돈섭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밸류업 사각지대
- [거버넌스 리빌딩]인탑스 2세 오너십 구축 관건…이익 터널링 비판도
- [이슈 & 보드]견제장치 없는 푸드나무 이사회, 새주인 맞아 전면개편
- [거버넌스 리빌딩]부상하는 3세 체제…대원산업 저평가 둘러싼 논란
- [거버넌스 리빌딩]삼영전자, 창업주+일본계 거버넌스 순항 끝 결말은
- [거버넌스 리빌딩]'현상유지 경영' 모토닉…3세에 거는 기대감
- [거버넌스 리빌딩]신도리코, 몸집보다 큰 현금성 자산…승계도 관건
- [thebell interview]"외국인 기용으로 이사회 다양성 업그레이드"
- [2024 이사회 평가]영원무역홀딩스, 이사회 명과암 뚜렷…정보접근성 호평
-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트럼프통' 영입한 삼성전자…향후 행보 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