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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래 명예회장, 차남 조현범 회장 밀어주는 이유 45.61% 확보한 조현범, 경영권 방어 자신감…출발은 같았지만 결말은 달랐던 두 형제

허인혜 기자공개 2023-12-19 08:34:36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5일 15: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 형제의 난'으로 불린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과 조현범 회장의 다툼이 사실상 끝나가는 모양새다.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이 참전하면서다. 오히려 선제공격에 나선 조 고문보다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던 조 회장이 우군의 지분이라는 확실한 이득을 얻었다.

조 명예회장이 2차전에서 차남의 편을 든 이유는 두 가지다. 가업을 사모펀드에 넘길 수 없다는 의지가 강했고, 과거 자신이 내린 승계 결정이 뒤집힐 수 있다는 점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번 형제의 난은 조 명예회장의 승계 결정에 대한 정면 도전인 셈이다.

조 회장이 후계자로 낙점된 지 3년 만에 두 번의 싸움이 치러졌다. 모두 형제들이 경영권을 공격했다. 그만큼 차남을 택한 조 명예회장의 결정이 파격적이었다는 의미다. 아버지는 왜 장남 대신 차남을 택했을까.

◇차남 다시 밀어준 조양래, 경영권 분쟁 사실상 일단락 수순

조양래 명예회장은 한국앤컴퍼니 지분 2.72%를 확보했다. 앞서 장남과 외부자본, 차남 사이의 지분 다툼이 불거지자 조 명예회장이 '등판'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 7일 장내매수 방식으로 주식 258만3718주를 사들였다. 평균 매수가는 주당 2만2056원으로 사재 570억원을 들였다.


주가는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2만원 아래로 하락했다. 전일인 14일 종가가 2만1150원인데 현재 1만6000원대 초반까지 내려앉았다. 가격만 보면 MBK파트너스에 도리어 유리해졌다. 그동안은 주가가 공개매수 목표가인 2만원을 웃돌면서 실패 가능성이 점쳐졌었다. 주가가 유지된다면 MBK파트너스의 목표가 인상 외에는 성공 시나리오가 없었다.

문제는 주식의 총량이다.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에 응한 지분율이 20.35%를 밑돌면 주식을 한 주도 매입하지 않겠다고 했다. 공개매수 대상 주식은 발행주식 총수의 27.32%였다. 조 명예회장이 2.72%를 장내매수하면서 파이가 줄었다. 최근 지분을 매집한 hy(옛 한국야쿠르트)도 우군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조 회장 측은 경영권 방어에 자신감을 보였다. '이미 끝났다'는 반응이다. 조 회장은 42.0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지분 특별관계를 해소한 조현식 고문, 조희원·조재형·조재완 씨 등 4인을 빼고 특별관계자 지분을 더하면 42.89%다. 조 명예회장의 지분은 2.72%다. 두 부자의 지분을 합하면 44.75%, 특수관계인을 반영하면 45.61%다. 나머지는 우호 지분으로도 충분히 채울 수 있다.

결국 아버지의 두 번째 선택으로 차남은 다시 한번 자리를 굳히게 됐다. 조 회장은 조 명예회장의 선택을 두고 "평생 일군 사업을 다른 사모펀드로 넘긴다면 나라도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자신이 후계자로 고른 차남의 경영권 방어도 중요한 이유다.

◇처음에는 '형 먼저' 였다…지분으로 존재감 굳힌 차남

여전히 국내 기업을 관통하는 승계 원칙은 장자다. 기업들은 승계 후 왕좌에 앉은 장자의 경영능력을 이유로 들지만, 모든 장자가 매번 차남보다 나을 수는 없다. 원칙이 경영능력에 앞서는 사례도 심심치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앤컴퍼니 승계는 달랐다.

처음부터 차남으로 마음이 기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장남을 우대했던 모습도 엿보인다. 두 아들의 입사년도는 장남이 1998년, 차남이 1997년으로 1년 차이다. 2000년 조 고문과 조 회장이 각각 30대 초반, 20대 후반이던 시절 조 고문에게는 상무를, 조 회장에게는 부장 자리를 달아줬다.

맡았던 업무도 조 고문은 PI(업무혁신)추진본부장 및 전략기획 담당이었다면 조 회장은 광고팀장이었다. 당시에는 조 고문이 경영수업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많았다. 이후 담당한 해외영업부문장도 한국타이어가 한창 해외경쟁력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조 회장도 초고속 승진자였지만 형보다는 조금씩 늦게 위로 올라왔다. 2004년 조 고문이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사내 등기이사에 선임되면서 사실상 후계자가 장남으로 굳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조 회장도 이 시기 야망을 드러내지 않았던 건 아니다. 조 명예회장은 두 아들에게 지분을 똑같이 나눠줬었는데, 조 회장은 사비를 들여 지분을 꾸준히 늘렸다. 2005년에는 형보다 높은 지분을 가진 아우가 됐다. 조 회장이 조 고문과 같은 부사장 직급을 단 것도 이때다. 조 회장은 전략기획본부 부사장이 됐고 조 고문은 해외판매본부장에서 조 회장의 영토였던 마케팅으로 자리를 옮긴다.

조 회장은 2008년 다시 한번 형을 제친 후계자로 거론된다. 2001년 서울시장의 셋째 딸과 화촉을 밝혔는데 그 서울시장이 대통령이 되면서 '대통령의 사위'가 됐기 때문이다. 장인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MB정부 시기 후계자 승계가 한창 박차를 가하며 조 회장이 후계자가 되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조 회장의 발목을 잡는 개인 비리 의혹이 그때도 불거지며 평가가 엇갈렸다.
한국앤컴퍼니 조현범 회장(좌)과 조현식 고문. 사진=한국앤컴퍼니

◇차남이었던 아버지, 경영성과에 후계자도 차남 낙점

2010년 조 고문이 먼저 사장이 되면서 장자승계로 막을 내리는 듯 보였다. 이듬해 바로 상황이 반전됐다. 조 회장도 사장 반열에 오르면서다. 2012년에는 지주사의 수장으로 조 고문을, 타이어 사업 총괄에 조 회장을 선임했다. 기업분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본래는 조 고문이 신설 한국타이어의 사장으로 내정됐는데 한달 만에 조 회장으로 이름이 바꼈다.

2015년에는 형제 교차경영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두 형제가 각자의 자리는 보존하되 형과 아우의 업무를 겸임하도록 하면서다. 조 회장은 지주사의 업무를, 조 고문은 한국타이어 실무 업무를 겸하게 됐다. 조 회장이 '형과의 관계에 이상이 없다'고 해명한 것도 이 때다. 해명은 오히려 시장이 두 사람 사이의 잡음을 감지했다는 의미다.

조 명예회장은 두 아들의 위치를 바꿔가며 경영 능력을 시험한 것으로 보인다. 조 명예회장은 두 아들이 임원에 오른 뒤 경영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전문 경영인들을 배치하는 한편 아들들을 요직으로 보내 성과를 들여다 봤다.

둘째가 낫다는 항간의 평가가 꾸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명한 한국타이어의 슬로건인 '드라이빙 이모션'을 만든 게 조 회장이다. 2019년 사명에서 타이어를 떼고 테크놀로지를 붙이며 신사업 확장 의지를 보였다.

조 고문은 2010년 직접 설립한 타이어 재활용기업 아노텐금산의 적자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형제경영을 유지할 수도 있었지만 성과가 좋지 않았다. 조 명예회장은 2020년 6월 장고를 끝내고 지주사 지분 23.59%를 조 회장에게 넘기며 승계를 확정했다. 조 회장은 2021년 사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다.

조 명예회장의 출생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조 명예회장도 효성그룹의 창업주 조홍제 회장의 차남으로서 한국타이어를 물려받아 이끈 만큼 장자승계원칙에서 자유로웠을 가능성이 높다. 1978년 조홍제 회장이 물러나며 동양나이론은 장남에게, 한국타이어는 차남에게, 대전피혁은 막내에게 각각 맡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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