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C그룹은 지금]신사업에서 성장 모색…김상태 회장 아들 경영보폭 확대①반도체, 연료전지, 첨단소재 계열사 늘려…김도연 이사 등기임원 참여 확대
임한솔 기자공개 2023-12-22 09:14:12
[편집자주]
한국 자동차산업 발전과 함께해온 PHC그룹이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회사를 먹여살린 자동차부품사업을 계속 발전시키는 데 만족하지 않고 각종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중이다. 이와 함께 3세 경영도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사업구조와 오너십이 동시에 변화하는 시기다. 미래 자동차 시대를 맞아 '넥스트 스텝'을 준비하는 PHC그룹의 안팎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9일 15: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금 잘 돼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미래가 더 중요하다. 기업 역사가 오래된 것은 좋은 게 하나도 없다."자동차부품사 피에이치씨(PHC)그룹을 지휘하는 김상태 회장이 2021년 언론과 만나 한 얘기다. 그의 말처럼 PHC그룹 역사는 오래됐다. 김상태 회장의 아버지 김상영 회장이 1971년 대구에 세운 클러치 제조기업 평화크랏치공업(현 PHC)이 모태다. 김상영 회장은 1985년 자동차 도어시스템 전문업체 평화화성(평화정공, 현 PHA)을 추가로 세우며 사업영역을 넓혔다. 비슷한 시기 PHC와 프랑스 부품사 발레오그룹의 합작사 평화발레오를 설립하기도 했다.
1990년 그룹 조타수가 바뀌었다. 김상영 회장이 작고하면서 김상태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김 회장은 핵심 기업 PHA를 비롯한 그룹사들을 앞세워 인도, 중국, 유럽, 미국 등 세계 각지에 공장을 지으며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사업은 순조롭게 성장했다. PHA는 코스닥 상장 첫해인 2001년 연결기준 매출 1084억원에 그쳤으나 2014년 역대 처음으로 1조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2016년에는 매출 1조2225억원을 내며 고점을 찍었다.
다만 이후의 성장세는 다소 둔화했다. PHA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연매출 약 9300억원~1조1000억원에 머물렀다. 코로나19에 따른 부정적 영향, 중국 등 일부 해외법인의 실적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올들어서는 1~3분기 매출 8143억원을 거둬 전년 동기 7335억원 대비 매출 규모가 개선되기는 했으나 성장보다는 회복에 가까운 모습이다.
역사가 오래돼서 좋을 게 없다는 한마디는 이런 정체에 대한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김 회장은 앞으로도 PHC그룹의 수명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가 결심한 혁신 중 하나는 신사업이다.
PHC그룹은 최근 몇 년 사이 주력인 자동차 부품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투자 대상을 발굴해 왔다. 이와 함께 김상영 회장, 김상태 회장을 잇는 3세의 존재감도 커지기 시작했다.
PHC그룹 지주사 PHC는 2022년 소재기업 브이메이커 지분을 취득해 종속기업으로 들였다. 브이메이커는 배터리 열관리 소재, 전자파 차폐 소재, 전자부품 소재 등 주로 전기차에 쓰이는 각종 소재를 개발한다. 2021년에는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기업 블루에프씨가 PHC에 합류했다.
반도체장비 부품 쪽에서도 포트폴리오 개척이 이뤄졌다. PHC는 2018년 미국 반도체장비 부품기업 RPM과 합작으로 RPM홀딩스를 설립했다. RPM홀딩스는 RPM이 기존에 국내 부품사 영광YKMC와 함께 운영하던 합작회사 GCM(옛 YKMC글로벌) 지분을 확보하고 2019년 국내 부품공장을 준공했다. 비슷한 시기 미국 반도체 물류자동화 전문기업 브라이트랩이 PHC 종속기업에 포함되기도 했다.
PHA도 직접 투자에 나섰다. 2020년 투명열선 개발기업 아이테드, 2022년 무선충전 인프라 개발기업 와이파워원 등의 지분을 차례로 확보했다.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미래 자동차산업에 도입될 기술을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PHC그룹의 신사업 투자가 확대되면서 바빠진 인물이 있다. 김 회장의 아들 김도연 PHA 이사다. 그는 현재 신규 계열사들 대부분의 이사회에 참여하며 경영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블루에프씨와 브이메이커(사내이사), 아이테드(기타비상무이사), 와이파워원(사외이사), 지씨엠(감사) 등의 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 이사가 신사업에 관여하기 시작한 시기는 그가 그룹 주력인 자동차부품사업 전면에 드러난 때와 대체로 일치한다. 김 이사는 1986년생으로 미국 미시간대학교를 졸업한 뒤 포드, 발레오 등에서 일했다. PHC그룹 경영 승계를 대비해 자동차업계에서 미리 경험을 쌓은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발레오는 PHC그룹과 밀접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회사다.
김 이사는 이후 2017년 PHC로 자리를 옮겨 전략기획 전무를 지내던 가운데 2020년 PHA 미등기임원으로 합류했다. 2022년에는 PHA 사내이사에 올랐다. PHA 대표이사를 역임하던 김 회장이 전문경영인에게 자리를 내준 대신 김 이사가 이사회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김 이사는 PHC그룹이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와 설립한 합작법인들에도 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유한회사인 VPH메탈(발레오 합작)과 PHA에차(독일 에차 합작) 등이 해당된다. 이밖에 PHA 유럽 R&D센터(PHA R&D CENTRE EUROPE LTD)를 비롯한 일부 해외법인에서도 임원을 지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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