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프렌드십 포커스]현대차, 주가·예측가능성 모두 잡는 자사주 활용②지속적 자사주 매입, 주가 상승으로 이어져…소각도 정례화 움직임
강용규 기자공개 2023-12-29 09:12:19
[편집자주]
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6일 16시27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사주 활용은 배당과 함께 가장 대표적인 기업의 주주환원 수단이다.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만으로도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매입 자사주를 소각하는 데까지 이어지면 한 주의 가치를 높이는 더욱 직접적인 주주환원이 된다.현대자동차는 지속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때때로 소각까지 실시하는 등 주주환원에 인색하지 않은 편이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 부양효과를 누려온 가운데 최근에는 과거 '주주 환심사기'용 비정기적 이벤트였던 자사주 소각도 정기적으로 추진하는 등 주주환원의 예측 가능성까지 높이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5년간 6차례 매입, 코로나19 제외하면 목적 달성
현대차는 11월30일 자사주 95만5035주를 직원 및 우리사주조합에 입고하는 방식으로 처분했다. 올해 임금협상 교섭에서 약속한 1인당 주식 20주 지급을 이행한 것이다.
현대차는 2007년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부터 자사주 지급을 합의안에 포함하면서 해마다 10~30주씩 직원들에 자사주를 지급하고 있다. 최근 5년(2018~2022) 동안 보통주 기준으로 우리사주조합 출연뿐만 아니라 주가 안정화나 소각 등 다양한 이유로 총 6차례의 자사주 매입을 추진했다. 총 1583만1016주를 주문해 1005만7362주를 취득하는 데 총 1조4564억원을 투입했다.
주가 안정화를 위해 추진된 3차례의 매입 중 2차례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현대차 주가는 이사회 결의일부터 취득결과보고서 공시일까지의 장 마감가격 기준으로 2018년 11월~2019년 3월 추진한 매입 당시 14%, 2021년 11월~2022년 2월 추진한 매입 당시 10.8% 상승했다.
2019년 12월~2020년 3월 진행된 취득에서는 오히려 주가가 8% 낮아졌다. 그러나 2020년 3월은 코로나19로 대다수 기업들의 주가가 최근 몇 년 이래 최저가를 기록했던 시기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실제 이사회 결의일이었던 2019년 12월4일 12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던 현대차 주가는 매입이 진행 중이었던 2020년 2월12일 13만6000원까지 11.5% 오르는 등 주가 부양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자사주 소각, 비정기적 '환심사기'에서 정기적 정책으로
자사주를 지속적으로 매입하는 것과 달리 현대차는 소각의 경우 비정기적 이벤트로 실시해오고 있다. 우리사주조합 출연뿐만 아니라 주가 안정화를 위해서도 빈번하게 자사주를 사들이는 만큼 이 취득분을 활용하는 관점에서 소각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자사주 소각이 순수하게 주주환원만을 목적으로 실시된 것만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2000년대 들어 현대차가 자사주를 소각한 것은 총 4번이다. 가장 처음인 2001년은 현대자동차그룹 출범 직후였다. 현대그룹으로부터의 독립이 '왕자의 난'에 따른 결과였던 만큼 잡음을 없애고 주주들의 마음을 다잡기 위한 것으로 평가됐다. 당시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쳐 총 1730억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했다.
이후 2004년 651억원 규모의 보통주만을 소각한 뒤 2018년 3번째의 소각까지 14년이 걸렸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하는 지주사 체제로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글로벌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에 부딪쳐 좌절되는 등 다시금 주주들의 마음을 잡을 필요가 있었다.
이 당시 현대차는 보유 자사주뿐만 아니라 이익잉여금 한도 내에서 매입한 자사주까지 소각분에 포함했다. 보통주와 우선주를 더해 모두 9723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으며 이는 2000년 이후 4차례의 소각 중 가장 큰 규모다.
올들어서는 현대차의 자사주 소각이 비정기적 이벤트에서 정기적 주주환원으로 돌아서는 방향전환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적용되는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으로 발행 주식수의 3%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3년에 걸쳐 해마다 1%씩 소각하기로 했다.
앞서 1월 3년치 계획의 첫 소각이 실시됐으며 소각 금액은 총 3154억원이다. 올해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기업들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차가 최근의 높은 이익 창출능력을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자사주 소각이 완전히 정례화될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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