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vs KCGI]"갈등 없었고 지분 매각도 미정"이라는 KCGI 속내는'엑시트 or 행동주의 지속' DB 측보다 선택지 다양, PE 업계 "딜 헤게모니 선점"
남준우 기자공개 2023-12-28 08:00:16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7일 11: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CGI는 DB하이텍 지분 매입 이후 꾸준히 DB 측과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 6월에는 가처분 소송을 통해 법정 공방에 들어가기도 했다. 다만 최근 DB 측이 지주사 전환 이슈를 정면돌파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내면서 화해 모드에 돌입한 모양새다.어느 정도 긍정적인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인정한 DB 측과 달리 KCGI는 비교적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KCGI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금껏 회사 측과 갈등도 없었고 지분 매각도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게 없다"는 답변을 내세웠다.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반응에 대해 KCGI가 이번 딜의 헤게모니(Hegemony, 주도권)를 쥐고 가려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지분 엑시트가 불가능하다면, 행동주의 펀드로서 꾸준히 DB 측을 압박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KCGI, 지분 매각 성공하면 투자금 회수 가능
DB그룹의 사실상 지주사인 DB Inc는 KCGI가 확보한 DB하이텍 지분 매입을 검토 중이다. 지주사 전환 이슈를 정면돌파하기 위해서다.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주식가액 비중이 총자산의 절반을 넘기면 지주회사로 강제전환된다. 최근 DB하이텍 주가를 고려하면 DB Inc의 자회사 주식가액 비중이 60%에 달한다.
지분 매각 관련 소식이 보도될 당시 DB그룹은 "KCGI와 지분 매각을 포함해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대해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이 없는 상황에서 공개돼 당혹스럽다"는 반응도 내비쳤다.
반면 KCGI 측은 상대적으로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KCGI의 한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DB 측과의 관계나 이번 지분 매각과 관련해 "시장에 알려진 것 처럼 딱히 갈등도 없었으며, 지분 매각 역시 구체적으로 진행 중인 것이 아무것도 없다"라고 답변했다.
업계에서는 DB 측에 비해 선택지가 다양하게 열려있는 만큼 KCGI가 딜의 주도권을 쥐고 자 하기 위함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분 매각에 성공한다면 엑시트를 통한 수익 실현이 가능하다. 반면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행동주의 펀드로서의 명분을 들이대며 지속적으로 DB 측을 압박할 수 있다.
KCGI는 지난 3월 30일 유한회사 캐로피홀딩스를 내세워 DB하이텍 주식 312만8300주(7.05%)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총 매입금액은 1965억원이다. 당시 주가가 6~7만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 이상 가격으로 블록딜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행동주의 활동으로 압박도 가능
다만 DB 측에서 이 정도 규모의 대금을 한꺼번에 마련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최근 주가도 6만원 미만에서 유지되고 있다. 향후 지분 매각이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이사회 개편 등을 필두로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DB 측을 압박할 수 있다.
실제로 KCGI는 지난 6월 주주서한에 △KCGI가 생각하는 좋은 거버넌스의 모습 △DB하이텍의 글로벌 경쟁력과 우수한 사업역량 대비 저평가된 기업가치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원인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제안 등의 내용을 담았다.
특히 DB하이텍의 후진적 거버넌스를 개선해야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준기 창업회장 일가의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한 도구로 DB하이텍이 활용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작년 김남호 회장과 김준기 창업회장의 보수가 각각 37억원, 31억원에 달한다는 점, DB하이텍이 거액의 기부금을 김준기문화재단에 지급한 점 등이 근거다.
향후에도 공격 수위를 올릴 수 있다. 실제로 KCGI는 DB 측에 지난 6월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와 '이사회의사록 열람과 등사 허가신청' 등의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DB하이텍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대응에 나서왔다. 8월에는 DB메탈 흡수합병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DB 측에서 이를 받아들이며 일단락됐다.
한 시장 관계자는 "KCGI 입장에서는 엑시트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행동주의 펀드로서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하면서 DB 측을 압박할 수도 있다"며 "DB 측 보다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만큼 상황을 유리하게 가져가려고 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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