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League Table]바이오 섹터 투자금 1조 아래로…‘검증된 루키’ 선호[VC 투자]IPO난항에 후기투자 4건 그쳐, 1000억원 이상 딜 '전무'
최윤신 기자공개 2024-01-10 09:50:53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9일 14: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오·헬스케어 섹터로의 모험자본 유입이 급감했다. 2019년 이후 매년 1조원을 넘었는데, 2023년 명맥이 끊어졌다. 바이오·헬스케어는 ICT와 함께 국내 벤처생태계 펀딩 양대산맥으로 여겨졌지만 투자 열기가 한풀 꺽인 모양새다.다수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이 IPO에 난항을 겪으며 회수길이 막힌 게 투심 위축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투자가 초기 기업으로 향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시드 단계의 ‘극초기 기업’보다는 ‘검증된 루키’를 선호하는 현상도 뚜렷해졌다.
더벨이 집계한 '2023년 투자동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바이오·헬스케어 섹터에 집행된 모험자본 투자는 60건에 725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투자건수는 47건, 총 투자액은 42% 감소했다. 2022년 바이오·헬스케어 섹터로 향한 총 투자건수는 107건, 투자액은 1조2563억원이었다.
최근 수년간 바이오·헬스케어 섹터에 투자가 집중되며 호황기를 누렸다. 2019년 이후 매년 연간 1조원 이상의 금액이 유입됐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상반기에만 1조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지만, 하반기엔 2500억원가량이 신규 투자되는데 그쳤다.
양적완화가 마무리되며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자 모험자본 투자 자체가 줄어들었다. IPO를 통한 회수 자체가 어려워진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상장한 바이오 기업 다수가 상장 당시 약속한 경영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고, 일부는 내홍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거래소의 심사 문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오·헬스케어 투자 혹한은 2023년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반년동안 16건에 2100억원가량이 유입되는 데 그쳤다. 하반기 5000억원 이상의 투자가 집행되며 상황은 다소 나아졌지만 여전히 바이오·헬스케어에 대한 투자심리는 완전히 해빙되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대규모 펀딩 자체가 전멸했다. 1000억원 이상의 펀딩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500억원 이상의 투자유치도 큐브바이오 단 한건에 그쳤다. 큐브바이오는 소변으로 암을 진단하는 기술을 연구개발한 체외진단 전문기업이다. 2023년 9월 62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는데, 투자 주체는 공개하지 않았다.
두 번째로 많은 투자금을 유치한 기업은 상장사인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인데, 이미 코스닥 시장에 상장을 마친 기업이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기업으로 주요 기관주주인 싱가포르의 옥타바 펀드로부터 45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신약개발 기업의 경우 후기 임상 진행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적인 펀딩이 필수적인데, 다수가 펀딩에 나설 엄두조차 못내고 임상 계획을 미루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바이오·헬스케어가 여전히 유망 성장 섹터임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VC업계는 해당 섹터에 대한 투자 전략을 바꿨다. 당장은 회수가 쉽지 않은 만큼 후기라운드 투자를 자제하고, 초기 단계의 기업들에 투자를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런 경향은 2023년 리그테이블에 명확히 나타난다. 바이오·헬스케어 섹터 기업에는 초기·중기라운드에 투자가 집중됐고, 후기단계 투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 시드~시리즈A 단계에 전체 섹터 유입액의 25.9%가, 시리즈B~시리즈C 단계에 47.2%가 집중됐다. 시리즈D 이상의 투자는 4건의 프리IPO가 전부였고, 금액도 401억원에 그쳤다.
초기시장을 디테일하게 살펴보면 시드 투자보다는 ‘검증된 루키’에 대한 후속 투자가 활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시드 투자는 단 두건에 불과했고, 금액도 11억원에 그쳤다. 시리즈A(브릿지 포함)에 21건, 1867억원이 몰린 것과 격차가 상당하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초기단계 투자에서도 ‘옥석가리기’ 기조가 심화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시드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경향이 있다”며 “바이오 업황이 좋지 않아 연구자 등의 창업이 위축된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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