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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M&A 이펙트]'JY 픽' 이매진, XR 기기 석권 야심 뒷받침②약 7개월간 협상, 작년 10월 인수 마무리…dPd·RGB 올레도스 기술력 보강

김경태 기자공개 2024-01-22 08:00:36

[편집자주]

삼성전자 경영진은 2022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대형 인수합병(M&A)을 시사했다. 작년 CES에서도 빅딜 추진을 언급했다. 올해 CES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작 아직 가시적인 결과물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때가 무르익었다'는 시장의 판단이 최근 고개를 들고 있다. 반도체의 위기를 비롯해 AI와 바이오 등 다른 쪽으로 활로를 찾아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어려운 시기 때마다 대형 M&A를 통해 경쟁력 강화 전략을 펼쳐오기도 했다. 삼성이 2010년대부터 추진한 주요 M&A로 인한 성과, 인력과 조직 등을 살펴보고 향후 M&A 방향을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8일 15: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이 하만(Harman) 인수 이후 성사시킨 '빅딜'은 아직 없지만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중소형 M&A를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그룹 계열사들도 M&A 카드를 능숙하게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M&A 전략을 적절하게 활용 중이다. 작년 30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들여 사들인 미국 '이매진(eMagin)' M&A가 대표적 사례다.

이매진은 향후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격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XR(확장현실) 분야에서 핵심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쟁력 강화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반년 넘게 협상 진행, 인수가 상향…최종 의사결정 나선 이재용 회장

삼성디스플레이의 이매진 인수는 미래 먹거리 분야의 역량 강화에 M&A 카드를 알맞게 활용한 경우다. 아울러 기술력 있는 기업 인수는 반드시 성사시키는 의지가 돋보였던 딜이기도 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작년 5월 이매진을 2억1800만달러(약 29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삼성 측은 오멜버니 앤 마이어스(O'Melveny & Myers)와 김·장법률사무소(김앤장)를 법률자문사로 선임해 거래를 추진했다. 매각 측 자문은 화이트앤케이스(White & Case)와 굿윈 프록터(Goodwin Procter)가 맡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이매진 인수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지 않았다. 반년 넘게 협의를 이어가며 공을 들였다. 양측은 2022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았고 작년 5월 거래 타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인수금액 변화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의지를 잘 볼 수 있었던 단초가 됐다. 애초 삼성디스플레이가 최초 제안했던 이매진 주식의 1주당 가격은 1.1달러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 후 광범위한 논의가 이어져 2.08달러까지 올랐다. 계약 체결 직전 6개월간 이매진 주식의 평균가격 1.68달러보다 24%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작년 10월 삼성디스플레이의 인수 안건을 다루는 이매진 주주총회을 앞두고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가 안건에 찬성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노무라증권 역시 삼성디스플레이의 인수금액이 공정하다고 판단하며 힘을 실었다. 지난해 10월경 거래가 마무리됐다.

재계에 따르면 이매진 M&A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각별히 챙긴 거래로 알려졌다. 규모가 큰 딜은 아니었지만 그가 최종 의사결정을 내렸다. 이 회장은 직급이 상무이던 2000년대 삼성과 소니의 국내 LCD 합작사인 에스엘시디(S-LCD)의 등기임원으로 참여하며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쌓았다. 그만큼 사업에 대한 이해도와 애착심이 크다는 후문이다.

◇이매진, 미래 먹거리 'VR·XR' 분야 핵심

이매진 M&A가 유독 눈길을 끌었던 건 이곳이 삼성디스플레이가 인수하기 전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곳이라는데 있다. 그런데도 삼성디스플레이가 후한 값을 쳐주고 인수에 적극 나선 배경에는 '기술력'이 있다.

이매진은 2001년부터 마이크로 OLED 패널을 생산해 다양한 거래처에 납품하고 있다. 신뢰성을 까따롭게 측정하기로 유명한 미군에 군용 마이크로 OLED를 공급하고 있을 정도다. 이매진의 제품은 항공기 헬멧, 야간 투시경 등 무기 시스템 등에 활용된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매진이 향후 증강·가상현실(AR·VR) 등 XR 시장 공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고 과감히 투자했다.

우선 이매진은 '다이렉트 패터닝(dPd)' 기술을 갖고 있다. 이는 마이크로 LED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기존 OLED보다 낮은 소비전력을 사용하면서 휘도(화면 밝기)가 높다. 기기 부피를 줄이고 배터리 수명을 늘리면서도 XR을 구현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이매진은 RGB 올레도스(OLEDoS·OLED on Sillcon)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올레도스는 실리콘 기판 위에 OLED를 증착하는 기술인데 이매진은 RGB 화소를 같은 층에 인접 증착하는 올레도스 기술을 갖고 있다.

XR 기기는 스마트폰과 워치에 이어 새로운 웨어러블 기기로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새로운 격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다. 애플이 조만간 XR 기기 출시를 예고한 가운데 삼성 역시 이매진 인수를 통해 관련 경쟁력을 발 빠르게 강화한 셈이다.

이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도 이매진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CES에서 RGB 올레도스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번에 전시한 RGB 올레도스는 업계에서 발표한 제품 중 최고 해상도다. 이매진은 삼성디스플레이 부스 내에 별도의 공간을 꾸려 관람객을 맞이했다. 올레도스가 탑재된 군사용 헬멧, 야간 투시경 등의 제품을 전시해 큰 관심을 받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마련한 부스에 전시한 이매진 제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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