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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회사채 오기재, 발행 절차 변화 가져올까 발행금리 기준, 전일서 2영업일로 변경 의견…교차 검증 논의도

김슬기 기자공개 2024-02-05 14:13:36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31일 15: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공모 회사채 시장이 증권신고서 오기재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주 ㈜한화가 발행하기로 했던 2500억원의 회사채 상장이 취소되면서다. 다만 이는 대표 주관사 역할을 맡은 특정 증권사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는 업계 전반이 오류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증권사 IB업계에서는 기관 수요예측 이후에 이뤄지는 증권신고서 작성과정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는 회사채 발행을 할 때 업계 관행에 따라 효력발생일 전날 발행조건 확정공시를 진행하지만 2영업일 전으로 앞당기는 방안도 거론된다.

◇ 반복되는 금리 오기재, 빠듯한 금리 확인이 문제

지난 26일 ㈜한화는 '249-1회(1030억원), 249-2회(1470억원) 무보증사채'를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제출한 '발행조건확정' 증권신고서 금리를 오기재하면서 수요예측 결과로 결정된 금리와 차이가 발생해 청약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공시했다. ㈜한화는 오는 2월 중순에 다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이번 증권신고서 오기재 사태는 하루이틀된 문제는 아니다. 과거 2022년 JB금융지주 뿐 아니라 2023년 HD현대오일뱅크 역시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금리 오기재로 인해 회사채 발행이 취소된 바 있다. 취소여파는 발행사의 자금조달 스케줄에 혼선을 줄 뿐 아니라 기관투자자나 주관사 등에도 피해가 갈 수 밖에 없다.

증권사 IB업계 관계자는 잊을만하면 나오는 회사채 발행취소에 대해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가 나올 수 밖에 없다"며 "결국 실수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제도 개선보다는 업계 관행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가장 실수가 빈번하게 나오는 부분은 기준금리 확정에 관한 부분이다. 통상 효력발생일 전날 민평금리(민간채권평가회사 평균금리)를 확인해 공시해왔다. 공시시간을 맞추기 위해 한국자산평가, KIS채권평가, 나이스P&I, 에프앤자산평가 등 4개 평가사에 전화를 걸어 확인한 뒤 공시한다.

지난해 HD현대오일뱅크 7년물 회사채의 경우 유선상으로 금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했다. 당시 효력발생일 전날 오후 6시까지 발행액과 금리 등이 확정된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했다. 채권평가사에서 유선상으로 잘못된 금리를 제공했더라도 이를 검증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HD현대오일뱅크 사태를 계기로 금융감독원은 증권신고서 제출 시간을 오후 6시에서 오후 7시로 연장해준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제출시간이 연장됐음에도 ㈜한화 회사채 전 트랜치가 발행취소되는 사태가 일어난만큼 공시 시간 연장만으로는 근본적으로 오류를 막기 어려웠다는 평이 나온다.

◇ 여전채는 2영업일 종가로 발행, 일반 회사채도 도입 검토

현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채무증권의 효력발생시기는 모집 또는 매출인 경우 7일(영업일 기준)로 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자본시장법상 효력발생일 전날 발행금리를 확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다만 업계에서는 회사채 투자자들이 금리수준에 민감하기 때문에 효력발생일 전날 금리를 기준으로 발행금리를 확정해왔다. 금융당국의 법 개정이나 제도개선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라 그간 회사채 업무를 진행해왔던 업계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사실 발행금리 확정이 바로 하루 전에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닌데 관행적으로 해왔던 부분이 있다"며 "여신전문금융사채권(여전채)의 경우 2영업일 전에 공시하고 있는만큼 일반 회사채도 2영업일 전 종가로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법적인 문제는 아니고 발행사 및 주관사들끼리 합의를 통해 기준을 정하면 되는건데 지금까지는 바꿀 유인이 크지 않았던 것"이라며 "실수가 생기더라도 최소한 발행이 철회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시간적인 여유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대표 주관사단의 역할 분담에 대해서도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는 주관사단이 정해지면 증권신고서 담당, 수요예측 집계, 기관투자자 IR 등 역할을 한 곳씩 맡아서 진행하는데 복수의 주관사가 교차 검증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또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진행되는 킥오프에서는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증권신고서 담당 하우스가 있더라도 다른 곳도 교차검증해서 진행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면서 "2영업일 전에 발행금리를 확정짓자는 말도 나오는데 발행규모가 크고 투자자 이슈가 없는 발행사에서 도입이 되어야 업계 전반으로 퍼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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