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인더, '이차전지사업' 1년동안 지지부진...첫발은 언제쯤 원자재 가격 폭락에 기대수익 악화 부담...이차전지 투자 계획 3월께 결정날 듯
박완준 기자공개 2024-02-19 08:29:44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5일 17: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4월 폐배터리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기록적인 주가 상승률을 보인 기업이다. 지난해 3월16일 4만2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불과 석달만에 5만8700원까지 올라 연중 최고점을 달성할 정도였다.하지만 코오롱인더가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이차전지 사업의 첫 발인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이차전지 업황 악화에 기술 검증이 계획보다 연기되면서 사업 발전의 추진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수익성 의문…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검증' 연기
코오롱인더가 신성장동력으로 정조준한 이차전지 사업은 차세대 이차전지 소재와 폐전지 재활용 등 두 가지다. 이차전지 사업의 경우 이미 수많은 석유·화학 기업과 소재사가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등 핵심소재를 중심으로 시장에 진출해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코오롱인더는 이같은 점을 감안해 이차전지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대신 유망 기업을 발굴·투자하는 전략을 택했다. 기술을 확보한 스타트업에 선제적인 지분 투자를 한 뒤 제조 인력이나 기술, 설비 등을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먼저 코오롱인더는 이차전지 사업 진출의 첫 계단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 알디솔루션을 선택했다. 리튬메탈 음극재보다 폐배터리의 시장 개화 속도가 더 빠른 탓이다.
남인호 중앙대 화학신소재공학부 교수는 "리튬메탈 음극재는 아직 기술 완성도가 낮아 이차전지 진입 사업으로 채택하기는 부담감이 클 수 있다"며 "빠른 시일 내 수익 실현이 가능하고 성장성이 높은 폐배터리를 첫 사업으로 채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조7000억원 규모에서 내년 27조8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2040년에는 279조5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리튬메탈 음극재는 기술 개발 단계로, 아직 시장 규모가 잡히지 않았다.
두 기업의 동행은 지난해 4월 코오롱인더가 45억원을 투자해 2대주주로 올라서며 시작됐다. 코오롱인더의 생산고도화 노하우와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을 접목해 양산 체제를 함께 구축하는 것을 목표했다.
알디솔루션은 자원의 선순환을 목적으로 지난 2020년 설립된 폐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이다. 자동차배터리와 스마트폰, 노트북 등 충전 배터리를 회수해 원천기술로 재활용한다.
하지만 코오롱인더가 알디솔루션과 함께 지난해까지 목표한 이차전지 재활용 기술의 시제품 검증은 올 상반기로 연기됐다. 검증 이후 계획했던 설비 투자 계획도 순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제품 검증은 내부적으로 수익성 문제가 대두돼 연기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광물 가격이 내려가면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의 수익성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주요 원자재 가격 폭락은 새 광물보다 재활용 광물을 사는 게 더 비싸져 수익성 악화와 직결된다.
실제로 폐배터리의 물리적 처리와 초고온 건식·습식 공정을 모두 보유해 회수율 90%대를 유지하고 있는 국내 폐배터리 분야 1위 성일하이텍도 리튬을 비롯한 주요 광물 가격이 크게 하락하며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90억원을 기록해 11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리튬 가격은 지난 7일 기준 kg당 88.5위안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 kg당 300위안대던 것을 감안하면 70% 폭락해 국내 배터리 업체들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직격탄이 됐다.
폐배터리에서 추출 가능한 니켈 가격도 지난해 6월 톤당 16만7200위안에서 이달 초 11만3300위안까지 떨어졌다. 탄산리튬 가격도 지난해 초 ㎏당 3400위안에서 이달 초 580위안까지 떨어졌다.
코오롱인더 관계자는 "이차전지 재활용 양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기업 간 논의는 지속하고 있다"며 "지분 투자를 통한 업무협약(MOU) 이후 양사 협의를 이어가 올 상반기까지 구체적인 사업 방향성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 코오롱인더의 주가도 연일 하락세다. 실적 부진과 함께 이차전지 사업 실현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져 투심이 악화된 탓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차전지 사업의 첫 발인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검증이 늦춰지면서 지난해 급등한 주가가 올 초 3만9200원까지 떨어져 52주 최저점을 기록했다.
장현구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오롱인더는 지난해 자회사를 통해 폐배터리 지분 투자를 단행해 이차전지 투자 열풍에 올라탔다"며 "화학과 의류 사업 부진과 함께 이차전지 사업이 가시화된 것이 아무것도 없어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올 하반기는 타이어코드 사업이 개선될 것으로 보여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성과는 없지만 지난해 조직 개편에서 이차전지 사업에 대한 진정성을 엿볼 수 있다. 앞서 코오롱인더는 지난해 초 차세대 이차전지 소재 개발 등 미래사업을 총괄하는 CSO(전사전략부문) 조직을 신설했다.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향후 5년간 4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콘트롤타워를 맡기 위함이다.
CSO 조직은 조항집 전무(사진)가 올 초부터 진두지휘 중이다. 코오롱인더가 영위해왔던 사업 외에 완전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중추적 역할을 맡았다. 특히 이차전지 소재등 첨단신소재 사업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하기 위한 로드맵을 구축한다.
다만 조 전무는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두 배 이상 증설한 아라미드 생산설비를 앞세워 기존 주력 사업의 선도적 지위를 강화하는 데 우선점을 뒀기 때문이다.
아라미드는 생산 및 사용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없어 친환경 사업에 몰두하는 산업계 전반에서 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글로벌 아라미드 시장은 올해 47억달러(약 6조1000억원)에서 2028년 76억달러(약 9조8000억원)로, 연평균 9.9%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조 전무의 투자 시계는 오는 3월부터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인더 관계자는 "연간 투자 계획과 예산 편성은 이달 말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며 "3월 이후 구체적인 투자 방향성이 제시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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