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제약' 매각 또 무산…안판걸까 못판걸까 막바지 단계서 이견 차 조율 실패…잇단 매각 실패에 내부 동요 우려도
차지현 기자공개 2024-02-15 08:05:21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4일 18: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케미칼의 제약사업 매각이 또 무산됐다. 앞서 2년 전부터 세 곳 투자자와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조건이나 외부 환경이 맞지 않아 좌초됐다.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만 '네 번째 무산'이다.시장에서는 이번 매각 불발이 안팔겠다는 의지인건지 업황 등의 문제로 못팔게 된 건지에 초점을 맞춘다. SK케미칼은 제약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안팔기로 결단했다고 밝혔다.
◇막바지 단계서 글랜우드PE 딜도 무산, '네 번째' 실패 불명예
SK케미칼은 14일 공시 등을 통해 제약사업부(Life Science Biz.)를 매각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시에는 "글랜우드PE와 제약 사업부 매각에 관해 법적 구속력이 없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협의를 진행해 왔으나 본건 제약 사업부 매각은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약사업부 매각 시도는 오랜 기간 수차례에 걸쳐 이뤄졌던 일이다. 2015년께 신약조직을 사실상 정리하면서 인력을 대폭 축소했다. 이후 2022년 사모펀드운용사(PE) 등을 포함해 세 곳의 투자자와 유의미한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한 채 최종 계약을 맺진 못했다.
마지막으로 제약 사업부 매각 움직임이 포착된 건 지난해 9월이다. 당시 SK케미칼은 협상 상대방이 글랜우드PE라는 구체적인 정보를 밝힌 공시까지 내면서 매각 의지를 드러냈다. 양사는 거래금액 6000억원 수준에서 단독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꽤 구체적으로 딜이 진행됐다.
실제 실사 등을 거치면서 진전된 수준까지 협의가 진행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협상 막바지 단계에서 SK케미칼 임직원수 및 구조조정에 대해 이견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구체적인 얘기들도 나온다.
SK그룹 내부 사정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SK케미칼이 며칠 전까지만 해도 구성원 모아놓고 딜이 임박했다고 발표했다고 들었다"면서 "세부 조건을 조율 중으로 고용안정을 보장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소식을 전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제약사업 끌고 간다"…'경쟁력 상실·내부 동요' 우려도
수 차례 매각 시도 그리고 연이은 무산. SK케미칼은 제약사업을 지속하는 방안을 택했다는 공식 코멘트를 내놨다. 못판게 아니라 안팔았다는 얘기다.
SK케미칼 관계자는 "현재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며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기존 주력 품목의 추가 성장, 국내외 파트너사와 공동 마케팅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SK케미칼은 제약사업의 명맥을 잇겠다고 했지만 이번 결정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꽤 날카롭다. 매각 무산으로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궁여지책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사업을 축소한 이후부터 핵심 인력 이탈이 이어졌고 연구개발 기능을 사실상 잃어버린 탓에 경쟁력이 축소됐다는 평가다.
SK그룹은 물론 국내 제약업계로 시야를 넓혀도 SK케미칼의 제약사업은 상징성이 크다.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유지이자 국산 신약 1호를 탄생시켰다는 타이틀을 보유했다. 의미가 큰 사업에 대해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서 논란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잇단 매각 무산으로 내부적인 동요가 일어난 건 물론 가치를 저하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선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그룹 부회장이 올 초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으면서 전반적인 제약사업부 전략에 변화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그룹을 이끌 주도권을 쥐게 된 최 부회장이 최근 주력하는 지점이 바로 사업 효율화다.
그룹 성장동력인 '배터리·바이오·반도체(BBC)' 가운데 배터리사업은 SK온을, 반도체사업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그룹화 돼 있다. 반면 제약사업은 여러 계열사가 난립하면서 교통정리 필요한 영역으로 꼽힌다. 역량을 한 데 모으는 효율화 작업을 추진하기 위해 SK케미칼의 제약사업 중요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SK케미칼은 제약사업과 관련해 충분한 마케팅이나 생산(청주공장) 역량을 보유했는데 연이은 매각 실패로 이미지를 훼손하고 실속도 챙기지 못한 점이 아쉽다"면서도 "최 부회장이 경영 키를 쥐게 된 데 따라 제약사업 이슈를 내부적으로 풀어보자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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