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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vs SK하이닉스]'1b D램 원년' 같은 증설, 다른 수율⑤HBM 부흥 기점 삼성·SK 분위기 상반, 만만찮은 마이크론 공세

김도현 기자공개 2024-02-29 07:20:58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7일 15: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D램 세대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 작년부터 생산 개시한 10나노미터(nm)급 5세대(1b) D램이 '뉴페이스'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고부가 제품에 본격 적용되면서 주요 제조사는 차세대 D램 비중을 향상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증설 또는 라인 전환에 나선다. 1년 넘게 메모리 불황을 겪은 만큼 무리한 투자보다는 안정적 확산에 초점을 맞춘다. 다만 양사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과거 당연하게도 우위에 있던 삼성전자가 1b D램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삼성전자는 생산능력(캐파) 확장 속도를 조절하는 한편 수율 안정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삼성 '평택', SK '이천' 시설투자 예정

D램에서 정보를 저장하는 셀은 전하를 담는 커패시터와 전하를 흐르게 하는 트랜지스터로 구성된다. 최근 D램은 1세대(1x)-2세대(1y)-3세대(1z)-4세대(1a)-5세대(1b) 순으로 개발되고 있는데 1x, 1y 등은 선폭이 10나노대임을 의미한다. 선폭은 트랜지스터 안에서 전하가 이동하는 통로(채널) 폭을 나타낸다. 최신 제품인 1b는 약 12나노다.

업계 선두주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1b D램을 생산했으나 양이 미미했다. 인공지능(AI) 수요 상승세가 이어지는 데다 서버 시장이 꿈틀대면서 고객들의 1b D램 주문도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왼쪽)와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

HBM 기세를 이어가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이천사업장 M16 증설을 앞두고 있다. 생산량이 월 2만장(웨이퍼 기준)으로 예정된 가운데 대부분이 1b D램에 할당된 몫이다. 이미 1b D램 라인이 풀가동되는 상황이어서 추가 캐파 확보가 불가피했다.

SK하이닉스는 경쟁사 대비 1b D램 개발 자체는 늦었으나 고도화 작업은 가장 빨랐다. 업계 최초로 중앙처리장치(CPU) 1위 인텔과 호환성 검증에 나서면서 이른 상용화를 이뤄냈다.

데이터센터에서 CPU와 D램은 사실상 한몸으로 움직이는데 전용 CPU 점유율 80~90%를 차지하는 인텔과 선제적인 협업은 필수 과정으로 꼽힌다. 매번 선수 쳤던 삼성전자가 오히려 한발 늦어지게 된 셈이다.

아울러 1b D램 수율 개선 역시 SK하이닉스가 치고 나갔다는 후문이다. 두 회사와 동시 거래하는 협력사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전작인 1a D램부터 실력을 보여줬다. 신제품에서는 확실히 선행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022년 상반기 '1b D램을 건너뛰고 6세대(1c) D램 개발을 진행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올 정도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이런 가운데 결국 1b D램 최초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검증 절차, 수율 개선 등이 다소 늦어지면서 과거의 압도적인 모습을 뽐내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절치부심 차원에서 D램 사업 계획의 전면 수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수율을 잡기 전까지는 캐파 증대를 제한하겠다는 게 골자다.

당초 삼성전자는 평택사업장 P3에서 월 3만장 규모 D램 증설을 계획했으나 최근 들어 2만~2만5000장으로 증설 목표를 축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추후 변경될 가능성은 있으나 수율 등 주요 지표 달성이 전제조건이다. 일정 수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1b D램을 사실상 패싱하는 극약처방까지 검토 중이라는 후문이다.

궁극적으로 1b D램은 HBM, DDR5 등 기초 재료로 쓰인다. 여기서 밀리면 프리미엄 메모리 대결에서도 승산이 없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투자 규모를 조정하고 연구개발(R&D)에 총력을 다하는 배경이다.

대당 수천억원에 달하는 네덜란드 ASML의 EUV 장비

◇늘어나는 EUV 도입, 3파전 변수될까

1b D램에서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극자외선(EUV) 기술이다. 익히 알려진 EUV는 첨단 노광 방식으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계에서 먼저 사용된 바 있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메모리에도 EUV 도입이 본격화했고 SK하이닉스도 활용도를 높이는 단계다.

EUV를 1개 레이어에만 적용한 1a D램과 달리 1b D램에서는 4~5개 레이어에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EUV 최적화와 전용 장비 확보가 중요해졌다. 이 때문에 파운드리부터 메모리까지 선제적으로 움직인 삼성전자가 1b D램에서도 우세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실상은 달랐다.

삼성전자는 EUV 라인을 파운드리사업부와 메모리사업부가 공용하는 식으로 운영 중인데 역량이 분산되면서 1b D램에서 선점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향후 삼성전자는 이를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비교적 늦게 EUV 시스템을 갖춘 SK하이닉스는 부족한 노하우에도 1b D램에서 선전한 케이스다. 올해 EUV 설비 대수를 늘려 1b D램 캐파 증가분에 대응할 방침이다. 중국 우시 공장에서 날라올 1a D램의 EUV 처리도 국내에서 해야하기 때문에 해당 이슈를 최소화하는 것이 과제로 여겨진다.

반면 3인자 마이크론은 EUV 없이 1b D램까지 도달했다. 이로 인해 앞선 두 업체보다 빠르게 1b D램 생산량을 늘릴 수 있었다. 문제는 성능과 비용 측면이다. 기존 불화아르곤(ArF) 노광으로 멀티패터닝하면서 EUV 공백을 메웠으나 한계가 명확했다. 결국 마이크론도 1c D램부터는 EUV를 활용한다. 후발주자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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