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07일 07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 계열사 대표 인사 여운이 진하다. 줄곧 우리은행 출신 인사 몫이던 우리종합금융 CEO 자리가 외부 인사인 남기천 대표에게 돌아갔다. 남 대표가 이끌던 우리자산운용은 새 영입 인사인 최승재 대표가 맡는다. 은행 퇴임임원을 예우하는 관행은 자취를 감췄다. 우리금융 관계자들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어서 가능한 변화라고 입을 모은다.남 대표와 최 대표 인선을 금융권에서 보기 드문 권력 분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 대표는 남 대표의 대우증권, 멀티에셋자산운용 후배다.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속해 있는 임 회장이 남 대표를 전폭 지지해야 실현 가능한 인사다. 그룹 자본시장 관련 계열사를 사실상 남 대표에게 일임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최 대표가 1976년생으로 대형 운용사 팀장급 나이라는 점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당초 남 대표 후임으로 유력했던 황우곤 대체투자부문 대표가 1966년생으로 최 대표보다 10살 많다. 또 우리운용에서 주요 보직을 맡은 임원 다수가 1960년대생으로 최 대표의 업계 선배다. 기존 우리금융에선 상상하기 어려웠던 쇄신 인사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파격 인사에 대한 그룹 내부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임원 또는 본부장급 인사들 사이에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겹겹이 쌓인 결재라인을 뚫어야 하는 중간 관리자급 구성원들은 내심 변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아직 은행 출신 인사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등에 새로운 인사 정책이 도입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번 인사에는 민영 금융회사에 걸맞은 조직 문화를 만들겠다는 임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임 회장은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새로운 인사평가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직원에게 성과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을 명확히 하는 게 골자다. 유능한 CEO, 일하는 임원이 있어야 직원들도 성과주의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봤다.
그룹 회장으로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일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려는 마음도 있다. 임 회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경제부총리 하마평에 올랐으나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임 회장과 일해 본 금융권 관계자는 올드보이(OB) 귀환으로 인사가 적채돼고 후배들이 일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는 것을 경계한 것이라 평가했다. 본인 스스로에게 들이댄 잣대를 그룹 인사에도 적용한 셈이다.
우리금융은 올해 증권사 인수를 계획하고 있다. 은행권과 확연히 다른 환경에서 근무해 온 증권업계 종사자들의 합류는 그룹 조직 문화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이벤트다. 임 회장이 우리종금 대표를 은행이 아닌 증권사 출신에게 맡기면서 변화는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의 인사 철학을 밑거름 삼아 우리금융에 역동적인 조직 문화가 뿌리 내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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