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물류의 본질=창고? 두핸즈가 고정관념을 깨고싶다"박찬재 대표 "풀필먼트 서비스 ‘품고’ 매출 확대”…150억 영업손실서 1년 새 흑자전환
유정화 기자공개 2024-03-11 08:00:20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7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는 양적으로 크게 성장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화장품, 생활용품과 같은 일부 카테고리에서 우리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검증했다면 올해는 냉장·냉동, 패션, 펫 등 스펙트럼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박찬재 두핸즈 대표(사진)는 지난 5일 서울 성동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진행한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두핸즈는 이커머스 풀필먼트 서비스 ‘품고’를 운영하는 테크 기업이다. 자체 IT 기술로 '품고 나우'도 개발했다. 업계 최초로 주말 배송, 24시 주문마감, 주 7일 도착보장 서비스를 런칭했다. 두핸즈는 현재 전국 14곳 약 7만4580㎡의 풀필먼트 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두핸즈(구 두손컴퍼니)가 설립된 건 지난 2013년으로 스타트업치고는 업력이 길다. 설립 당시엔 노숙인을 고용해 종이 옷걸이를 제작, 판매하는 사업으로 시작했다. 박 대표는 이 사업으로 고용노동부로부터 추천을 받아 '2013 대한민국 인재상'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한 박 대표는 2015년 물류 풀필먼트 사업으로 피봇팅을 했고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지난해 두핸즈 매출액은 28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15년 물류업으로 피봇팅한 이후 7년간 이어져 온 적자 고리를 끊어내며 ‘데스밸리’를 극복했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2022년 대비 150억원가량 증가하며 큰 폭의 개선을 이뤄냈다.
◇24시 마감·주 7일 보장 등 풀필먼트 역량 선도
두핸즈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박 대표는 “매출이 늘어난 큰 이유는 품고가 제공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브랜드의 매출액이 늘어나고 셀러(판매자)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판매자들이 물류 서비스에서 찾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가격이었다”면서 “최근 주 7일 도착 보장이 가능해진 시장에서는 셀러들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풀필먼트를 선택하도록 바뀌었다”고 말했다. 현재 24시 마감, 주 7일 도착을 보장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는 국내에서 품고와 CJ대한통운 두곳뿐이다.
고객 입장에서도 과거 제품을 선택할 때 배송이 부차적인 요소였다면, 최근엔 배송 경험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빠른 배송에 익숙해진 구매자가 해당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올라가는 건 물론 이런 경험이 리뷰로 선순환되는 구조가 두핸즈에 만들어졌다.
네이버의 도움도 있었다. 두핸즈는 네이버풀필먼트연합(NFA)에 가장 먼저 합류한 기업이다. 파트너사로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중소상공인(SME)들에게 재고관리, 보관, 배송 등의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엔 화장품, 생활용품과 같은 난도가 높은 물류 관리가 주된 고객사라면 앞으론 다양한 분야의 판매자와 제휴를 맺는다는 방침이다.
두핸즈는 그동안 네이버를 비롯한 주요 투자사로부터 자금을 확보하면서 성장했다. 2019년에는 네이버와 KDB캐피탈, 비하이인베스트먼트, 대성창업투자 등으로부터 5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고, 지난 2021년 9월에는 네이버, IMM인베스트먼트,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액은 255억원에 달한다.
박 대표는 “현재는 흑자전환으로 안정적으로 사업 영위가 가능하며, 센터 확장도 자체 자금으로 가능해 따로 투자 유치의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며 “그러나 마음 맞는 좋은 투자자가 있다면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화려한 비상…다음 스텝은 데이터 관리 솔루션
우여곡절도 있었다. 지난 2022년엔 물류비용이 오르고 적자가 쌓이자 회사 직원을 구조조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놓였다. 또 2021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기준금리로 시장 내 유동성이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박 대표는 “시리즈B 투자를 받았던 시기만 하더라도 무조건 규모(매출액)를 키우고 수익은 규모의 경제를 만든 이후에 만드는 공식이 일반적이었다”며 “규모를 키우는데 집중하다보니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손실 뿐 아니라 서비스의 질까지도 나빠지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빠른 성장을 한다는 명목으로 본질보다는 매출 성장을 앞세웠던 것이 결국 서비스질을 하락시키고, 더불어 경영성과까지도 악화되는 악순환이 있었다”며 “전사적으로 '재무'를 중심으로 사고하는데 큰 영향을 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풍파를 딛고 일어난 두핸즈는 다음 스텝을 고민하고 있다. 물류 관리부터 배송까지의 과정에서 그간 업계가 지닌 한계를 넘어선다는 방침이다. 데이터를 활용한 사업 혁신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풀필먼트는 기본적으로 네이버나 쿠팡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발생한 구매 '데이터'로 시작되는 사업이고 이것이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류의 본질이 '창고' 건물에 있다는 고정관념을 넘고 싶다”며 “재작년에 ‘품고 파트너스’라는 모델을 만들어 동종업계의 3PL 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시스템과 고객사를 연결해줘 파트너사의 물류센터를 풀필먼트 센터로 바꿔주고 동반 성장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도 했다”고 했다.
또 품고 나우는 OMS(주문관리시스템), WMS(창고관리시스템), LMS(배송관리시스템) 부문을 각각 고도화해 풀필먼트 업무 전반에서 고객의 편의성과 업무 효율성을 개선하고 있다.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가칭 비버) 프로젝트도 준비 중에 있다.
두핸즈는 이미 업계의 관행을 탈피하기도 했다. 물류 시장은 계약 전에 물류 서비스의 품질이 공개되지 않아 ‘레몬마켓’적인 성격이 있었다. 이에 두핸즈는 시장의 정보를 좀 더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업계 최초로 ‘5대약속 보장제’를 도입했다.
그는 “물류업체 내부의 지표를 공개하는 것에 대외적인 반발도 있었지만, 지금은 품고가 만든 5대 지표를 도입하는 3자 물류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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