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의 세계 1위 여정]구미 신공장 준공 임박, 생산시점은 '미지수'③반도체 업황 고려, 일본 경쟁사 투자 영향 불가피
김도현 기자공개 2024-03-18 10:56:20
[편집자주]
국내 유일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이 조단위 투자에 나서면서 일본 경쟁사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역 확장을 위해 기존 실리콘(Si)에 이어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사업까지 본격화한 상태다. 이번에 미국 정부로부터 수천억원 규모 대출을 받으면서 전기차 공급망 핵심 업체로 인정받기도 했다. 세계 1위 등극을 노리는 SK실트론의 현재와 미래 상황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5일 09: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실트론이 반도체 업턴 맞이에 한창이다. 조단위 투자를 이어가면서 생산능력(캐파)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다만 장기 불황을 겪은 만큼 신규 라인에 대한 양산 시점, 가동률 등은 유동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경쟁사 움직임도 변수다. 세계 1~2위인 일본 신에츠화학과 섬코는 지속 투자 중이다. 이는 SK실트론 생산량 증가 작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인 공급 과잉 우려 때문이다.
◇여전한 반도체 불확실성, 웨이퍼 '캐파 플랜' 고심
15일 업계에 따르면 SK실트론의 경북 구미 3공단 내 신공장이 2분기 준공을 앞두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5월이 유력하다. 이곳에서는 12인치(300mm) 실리콘 웨이퍼가 양산된다. 다만 가동 일정은 미정이다.
실리콘 웨이퍼는 반도체 원판이 되는 소재다. 크게 '폴리시드(Polished)'와 '에피텍셜(Epitaxial)'로 나뉜다. 폴리시드 웨이퍼는 고순도 다결정 실리콘을 가공해 만든 것으로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제작에 쓰인다. 에피텍셜 웨이퍼는 폴리시드 위에 마이크로미터(㎛) 두께 실리콘 단결정층을 증착한 것으로 시스템반도체용으로 활용된다.
앞서 SK실트론은 구미사업장에 총 2조30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2022년 1차, 2023년 2~3차 투자분을 합친 것으로 이번 신공장은 1차에 해당한다. 2026년까지 2~3차 작업이 이뤄지게 된다.
당초 SK실트론이 투자를 선언한 2022년만 해도 반도체 호황 시기였다. 실제로 SK실트론은 그해 사상 최고 실적(매출 2조3547억원·영업이익 5649억원)을 달성한 바 있다. 문제는 2022년 말부터 반도체 산업이 하강국면에 진입하면서 2023년까지 고전을 면치 못한 점이다.
SK실트론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3분기 누적으로는 매출 1조5405억원, 영업이익 223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6%와 48.6% 줄어든 수치다.
SK실트론은 "지난해 불안정한 글로벌 거시경제 및 반도체 업황 악화로 인한 재고 부담 지속에 따라 웨이퍼 출하량 감소가 이뤄지고 있다"며 "회사의 연간 수익성은 여전히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 기준 30%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전방산업 불황 지속 여부, 경쟁상황 등에 따라 이익 규모가 변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시장이 반등 구간에 들어선 건 분명하나 규모나 속도 등은 아직 불분명하다. 이에 따라 SK실트론은 생산 개시 시점을 조정할 계획이다. 기나긴 반도체 겨울로 적잖은 타격을 받은 탓이다.
◇일본·대만·독일 업체 일제히 증설, 수요 회복 시점 관점
SK실트론이 신중 모드인 데는 경쟁사 상황도 한몫했다. 전자산업 관련 협회인 SEMI에 따르면 2023년에는 앞선 3년간 성장세가 무너지고 역성장했다. 지난해 300mm 폴리시드와 에피텍셜 웨이퍼 출하량은 각각 전년 대비 13%, 5% 감소했다. 특히 하반기 총 출하량이 상반기 대비 9% 줄면서 갈수록 상황이 악화했다.
이같은 흐름에서 섬코도 실리콘 웨이퍼 증설에 나선 상태다. 작년 7월 2250억엔(약 2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쏟아붓기로 했다. 이중 750억엔을 일본 경제산업성이 보조금으로 지급하면서 투자가 가속화했다.
섬코와 함께 웨이퍼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는 신에츠화학도 1조원대 투자를 단행 중이다. 3위 SK실트론 뒤를 잇는 대만 글로벌웨이퍼스, 독일 실트로닉 등도 수조원대 자금 투입을 예고한 바 있다.
따라서 반도체 업계에서는 전방 수요 회복보다 웨이퍼 공급량 증가 속도가 빠르게 되면 관련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시모토 마유키 섬코 회장은 올해 초 "생성형 AI용 이외에는 수요 회복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올해 하반기 이후에나 수요가 살아나지 않을까 싶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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