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ource Multi Use]4컷 만화의 재탄생 <살인자ㅇ난감>블로그 연재에서 넷플릭스 드라마로…<이태원 클라쓰> 잇는 쇼박스 흥행작
고진영 기자공개 2024-03-18 08:45:22
[편집자주]
콘텐츠업계에 지적재산권(IP)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새로운 영감에 기대기보다 흥행이 담보되는 IP, 완성도 갖춘 원작을 경쟁적으로 수집해 2차 저작한다. 콘텐츠가 모래알처럼 넘쳐나는 포화 시장에서 ‘쪽박’을 피하기 위한 무기. 이른바 OSMU(One-Source Multi-Use) 방식이다. 웹툰이나 웹소설이 드라마로, 게임이 애니메이션과 영화로 확장되는 콘텐츠의 변신을 더벨이 추적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5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살인자ㅇ난감>은 애초 아마추어 작가 ‘꼬마비’가 개인 블로그에 올렸던 웹툰이다. 하지만 네이버웹툰 플랫폼, 다시 넷플릭스를 거쳐 이제 글로벌 TV드라마로 재탄생했다. 독특한 형식과 스토리가 주목 받으면서 영상화 판권이 일찌감치 팔렸다.원작 웹툰은 이른바 '다크 히어로'의 존재를 사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태원 클라쓰>에 이어 쇼박스가 웹툰을 드라마로 만드는 데 성공한 두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사적 제재' 정당성 질문 던지는 4컷 만화
<살인자ㅇ난감>은 네이버웹툰 플랫폼에서 2010년부터 이듬해까지 연재, 2018년 말부터 다시 1년간 재연재됐다. 국내에서 드물었던 스릴러 장르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는 평이다.
웹툰의 프롤로그는 ‘이탕’이라는 인물이 한 검사를 납치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뛰던 평범한 대학생 이탕. 그는 왜 범죄자가 됐을까. 취객과 시비가 붙었다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이탕은 그에게 ‘악성 종자’를 판별할 수 있는 초자연적 힘이 있음을 깨닫는다.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과 공포는 살인이 천명(天命)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으로 바뀐다.
그리고 이탕을 쫓는 형사 장난감. 이탕의 능력을 선망해 그보다 먼저 살인을 저지르려 하는 또다른 살인마 송촌. 이탕을 돕는 조력자 노빈이 있다. <살인자ㅇ난감>은 이 캐릭터들을 통해 사적 제재, 비질란테(Vigilante, 자경단)의 존재가 정당한가라는 화두를 다뤘다.
주제와 다르게 형식은 가볍다. 4컷 만화의 구성을 사용해 배경을 배제하고 인물에 집중했다. 프롤로그에서 섬뜩한 느낌을 주던 극화체의 작화 역시 본편에선 ‘2등신’ 캐릭터의 코믹한 스타일로 바뀐다. 귀엽고 단순한 그림, 잔혹한 서사의 이질적 결합은 오히려 효과적으로 서스펜스를 전달하고 있다.
◇쇼박스, 영화→드라마로 제작 선회
웹툰의 지적재산권(IP)은 기본적으로 작가가 가지고 있다. 영화, 드라마같은 2차 창작물을 만드는 경우 제작사가 웹툰 저작권자인 작가와 직접 계약하거나 웹툰 플랫폼을 통해 판권을 사들인다.
<살인자ㅇ난감>의 경우 영상화하기 위해 제작사 측이 네이버웹툰과 판권 계약을 체결하고 판권료를 지급했다. 이 판권료를 계약에 따라 작가와 네이버웹툰이 수수료 등의 형태로 공유하는 방식이다. <살인자ㅇ난감>의 제작은 쇼박스와 렛츠필름이 맡았다.
쇼박스는 애초 <살인자ㅇ난감>을 영화로 만들 계획이었지만 러닝타임과 스토리를 고려해 8부작 드라마로 방향을 틀었다. 프로젝트를 기획 개발해 여러 플랫폼에 제안한 뒤 넷플릭스를 파트너로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자본력, 글로벌 노출 측면에서 가장 선호되는 플랫폼으로 꼽힌다.
넷플릭스와 쇼박스가 계약을 체결한 시점은 2022년 8월이다. 공급지역은 중국을 제외한 넷플릭스 서비스 지역이며, 비밀유지 조건에 따라 계약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계약에 따라 쇼박스가 매입해 가지고 있던 IP는 넷플릭스로 넘어갔다.
쇼박스는 외주업체로서 <살인자ㅇ난감>의 제작비 외에 제작비의 일정 비율(리쿱율)을 수수료 성격으로 받았다.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제작비의 10~15%가 수수료로 책정된다. 다만 흥행 성적에 따라 인센티브가 추가될 수 있는데 인센티브는 보통 0~5% 수준이다.
쇼박스는 2010년에도 웹툰이 원작인 첫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100억원에 이르는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한동안 드라마 제작이 주춤했다가 2022년 다시 본격화했다. 그 해 드라마 판권 수익이 반영되면서 콘텐츠기획제작 부문 매출이 4억원에서 99억원으로 껑충 뛰기도 했다.
드라마의 경우 외주를 받아 판매하고 나면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일정 수준의 수익이 보장된다. 쇼박스로선 벌어들일 수 있는 규모는 제한적이어도 영화사업의 변동성을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화는 제작비를 넘는 수익이 발생하면 제작사가 40% 정도를 나눠 받지만 넷플릭스같은 OTT는 수익 셰어가 한정돼 있고, 최근 드라마 제작 불황이 오면서 리쿱율도 낮아지는 추세”라면서도 “다만 <살인자ㅇ난감>처럼 작품이 성공할 경우 쇼박스 등 제작자 입장에서는 앞으로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유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OTT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살인자ㅇ난감>은 지난달 9일 공개된 이후 3일 만에 310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면서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 비영어 TV 부문 차트 2위에 올랐다.
드라마가 흥행한 덕분에 웹툰 역시 조회수가 역주행했다. 드라마가 공개된 이후 10일(2월 9~18일) 동안 웹툰 <살인자ㅇ난감>의 전체 조회수와 거래액은 방영 전 10일(1월 30일~2월 8일)과 비교해 각각 10.1배, 5.9배 급증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조회수와 거래액이 이 기간 각각 29.4배, 5.7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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