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18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4년 유행어 중에 '육각형 인간'이 있다. 외모, 집안, 성격, 학력, 자산, 직업 등 여섯 개 요소를 모두 충족하는 젊은 사람을 말한다. 각 여섯개의 지표를 꼭짓점 삼아 선분으로 연결할 때 나오는 육각형 크기가 너무 작아도 안되고 요소 중 어느 하나가 빠져도 안 된다.야구로 표현하자면 '5툴 플레이어'와 유사하다. 장타력, 타격 정확도를 가늠하는 콘택트, 주루 능력, 수비력, 마지막으로 강한 송구가 가능한 어깨까지 갖춘 타자를 의미한다.
육각형 인간과 5툴 플레이어는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다. 기존엔 팔방미인 아니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엄마 친구 아들 정도로 설명되던 걸 육각형으로 지표화했다. 5툴 플레이어 역시 어떤 선수가 공수주 삼박자를 갖췄단 추상적 정의를 데이터 바탕으로 이해하기 위해 도입됐다.
둘 사이엔 결정적 차이가 있다. 육각형 인간을 볼 땐 본인의 노력과 관계 없는 중요한 변인을 충족했는 지도 함께 따진다. 예컨대 외모나 태어난 집안 등의 요인은 나의 의지완 관련없이 결정된 천부적 요인이다. 이걸 지표화하고 충족하지 못했을 땐 '그건 네 사정'. 몰이해는 폭력의 다른 말이라 볼 때 육각형을 들이미는 세태가 뜨악하다.
5툴 플레이어는 평가를 통해 개인의 운동능력과 선수로서 대성할 지의 상관성만 정의한다. 능력을 갖고 있냐와 실전에서 써먹는 건 별개의 문제란 의미다. 시장은 이를 '포텐셜'을 가늠하는 데만 쓴다. 강한 힘과 빠른 발 등 지표 중에 어느 정도 타고나는 영역도 있다. 그러나 이를 공수주 상황에서 마침맞게 써먹는 건 선수의 노력에 달렸다 본다.
국내 바이오텍 시장도 성숙기에 들어서면서 당국은 과거보다 각 상장 기업을 볼 때 한층 엄격한 판단 잣대를 들이댄다. 바이오텍의 개인기에 집중하던 초창기완 다른 방향성이다. 요컨대 기술만 좋아서도 창업주의 이름값과 성과를 내거는 것만으로도 안 되는 못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다만 이 판단의 활용 방법을 '5툴'보단 육각형 모델에 더 가깝게 두고 있다. 바이오텍은 미래 가치에 중점을 두고 긴 호흡으로 적자를 감내하며 혁신신약을 개발한다. 그런데 이들의 가능성을 보기 보단 단기간에 돈을 어떻게 벌 건지 '알아서 꾸며오라'는 식이다.
파두 사태를 거친 다음부턴 기술특례상장에 도전하는 기업에 대는 잣대의 날이 한층 날카로워졌다. 그런데 이런 속내와 변화를 명확히 밝히지도 않는다. 바이오텍이 IPO 문턱을 넘으려면 대관 능력이나 정무적 역량도 함께 갖춰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여러모로 펀딩 시장은 각박하고 자금을 모아야 하는 바이오텍에 선택의 여지는 없다. 그러나 바이오의 본질은 선의에서 출발한다. 적어도 창업주가 펀딩을 받은 직후 초고급 수입차를 질러서 투자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식의 도덕적해이가 없다면 조금은 상장 문턱을 낮추고 검증보단 기회 부여를 위한 문을 열어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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