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초대석]"디캠프, 올해 최대 15개 펀드 출자…300억 배정"김영덕 대표 "초기 GP 액셀러레이터 지향"…LOC 보단 '창업 생태계 기여도' 중요
이영아 기자공개 2024-03-20 08:46:46
[편집자주]
벤처투자 시장에서 출자자(Limited Partner) 동향은 초미의 관심사다. 펀드 결성과 투자, 회수라는 사이클 속에서 벤처캐피탈(VC)이 가장 먼저 떼야 하는 첫발은 펀딩이다. LP는 펀드레이징 과정에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VC는 숙명적으로 LP 전략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펀딩 및 투자 전략을 짠다. 더벨이 주요 LP의 출자 계획 및 방향성과 관련된 목소리를 들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8일 10: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출자예산 300억원을 배정했다. 최대 15개 펀드에 출자할 것이다. 이중 5~6개는 글로벌 펀드에 배정하고자 한다. '창업 생태계 기여도'가 최우선 평가 기준이 될 것이다. 중소형 하우스가 성장해 생태계에 좋은 자본을 공급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김영덕 디캠프 대표(사진)는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디캠프에서 진행한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디캠프는 2012년 제1금융권 19개사가 845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국내 최대규모 창업재단이다. 초기 스타트업 발굴 및 투자,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더불어 한국성장금융 모펀드를 비롯한 벤처펀드 주요 출자자(LP)로 활약해왔다.
디캠프의 미션은 '창업 생태계 활성화'이다. 이는 출자사업에도 적용된다. 가장 중요한 평가 항목은 '창업 생태계 기여도'이다. 트랙레코드, 출자확약서(LOC) 등이 우선시 되지 않는다. 스타트업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성장 자금을 지속해서 공급하는 것에 주목한다.
초기 액셀러레이터(AC)·벤처캐피탈(VC) 출자가 많은 것도 이러한 철학의 연장선이다. 좋은 투자사가 많이 육성될수록 양질의 자본이 스타트업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믿음에서다. 김 대표는 "초기 운용사(GP)의 액셀러레이터가 되자는게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이라고 언급했다.
◇창업 플랫폼 '디캠프', LP·GP '윈윈 전략'
디캠프는 한국성장금융에서 운용하는 모펀드에 출자하며 민간 LP로 활약해왔다. 누적 모펀드 출자액은 7000억원에 달한다. △성장사다리펀드 △은행권일자리펀드 △핀테크혁신펀드 △은행권 스타트업 동행펀드 등에 출자했다. 김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이 우리나라 대표 기업으로 성장할 때까지 기업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성장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올해 출자 예정액은 300억원이다. 전년과 유사한 규모다. 최대 15개 펀드 출자를 목표로 한다. 펀드당 배정액은 20억원 수준이다. 김 대표는 "성장사다리펀드와 은행권일자리펀드 운용 수익률이 굉장히 좋은 편"이라며 "매년 300억원 규모로 수익을 내는데, 대부분이 펀드 출자 재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창업 생태계 기여도'를 중요 평가 기준으로 삼는 것이 차별점이다. 하우스 업력이나 트랙레코드가 조금 부족할지라도 생태계에 기여하는 바가 명확하다면 출자를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디캠프가 운영하는 여러 창업 지원 프로그램의 파트너사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하우스를 눈여겨보고 있다.
디캠프는 △스타트업 데모데이 '디데이' △전문 멘토링 프로그램 '오피스아워' △소규모 멘토링 커뮤니티 '살롱' 등을 운영해왔다. 투자사 대표, 심사역, 직무별 전문가가 주축이 되는 오피스아워는 지난해만 2000여명 스타트업 대표가 참여했다. 살롱은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 인사(HR) 등 직무별로 커뮤니티를 꾸려 양질의 정보를 주고받는다. 기수별로 10명이 참여, 1년에 3회가량 진행되는 밀도 높은 커뮤니티이다.
김 대표는 "절대 수익률이 최우선 평가 기준이 되지 않는다"라며 "한정된 재원이지만 최대한 많은 GP에 기회를 주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출자한 GP가 훗날 크게 성장해서 양질의 자본을 공급하는 하우스가 되는 것을 지향한다"며 "초기 GP 투자에 적극 나서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펀드레이징 시장이 얼어붙으며 LOC 평가 비중이 높아질 것이란 세간의 우려에도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LOC를 100% 완성하는 것보다 조금 부족할지라도 스타트업 생태계에 기여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한 하우스가 우선"이라며 "선제적인 출자확약을 통해 빠른 펀드 결성을 돕겠다"고 전했다.
◇최근 '글로벌·로컬' 주목, 펀드 출자 확대
최근 주력하는 사업은 글로벌이다. 특히 글로벌 펀드 출자 비중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6개의 글로벌 펀드에 140억원 규모의 간접 투자(펀드 출자)를 했다. 설립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 5~6개 글로벌 펀드 출자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은 스트롱벤처스와 손잡고 초기 스타트업 펀드를 조성했다. 일본은 △IMM인베스트먼트 재팬 △신한벤처투자-글로벌브레인 펀드에 출자했다. 동남아시아는 △골든 게이트 벤처스 △센토 벤처스 △한국투자금융지주 동남아시아 법인 등 3곳의 VC와 손을 잡았다. 모두 싱가포르 기반이다.
김 대표는 "LP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며 "국내 스타트업과 VC의 해외 진출을 위해선 현지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기간 꾸준하게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현지 LP, VC, 스타트업과 정례적인 미팅을 통해 네트워크를 다지고 있다"고 전했다.
'모쿠토크(목요일을 뜻하는 일본어+토크 합성어)'가 대표적 사례다. 목요일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네트워킹 자리다. 저녁식사 중심 네트워킹으로 시작했지만, 최근 패널토크와 세미나를 포함한 정례적 행사로 규모가 커졌다. 일본(매달 첫째주 목요일)과 싱가포르(매달 둘째주 목요일)를 중심으로 진행했는데 최근 홍콩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 국경을 넘나들며 꾸준히 쌓아온 신뢰의 결실이다.
김 대표는 "무엇이든 단발성에 그치면 효과는 미미한 법"이라며 "일본과 싱가포르는 현지에 인력을 주기적으로 파견하며 신뢰 관계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년간 LP로서 쌓아온 시간은 한국 스타트업과 VC가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펀드 운용사(한국성장금융·한국벤처투자) 또한 적극 나서 주라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국내 창업 생태계는 정책 금융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한국에 투자하겠다는 국수적인 시각이 우세한 것이 현실"이라며 "창업 생태계가 성숙해진 만큼 '금융의 글로벌화'를 추구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싱가포르투자청 이상의 해외 투자 '큰 손'이 될 잠재력은 충분하다"면서 "국외 자본이 국내로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김 대표는 이달을 끝으로 지난 3년 간의 임기를 마무리한다. 디캠프는 금주 후보추천위원회를 거쳐 차기 사령탑 인선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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