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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기 펀딩 생태계 점검]루키리그 사라진 LP 출자 사업, 입지 좁아진 신생 PE③펀딩 리스크·고금리에 ‘성장 사다리’ 자취 감춰, 중소 PE는 '고사 위기'

이영호 기자공개 2024-03-22 08:06:52

[편집자주]

수년간 이어진 유동성 파티가 끝났다.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인수·합병(M&A) 시장에 드리운 그늘도 짙어졌다. 돈줄을 쥐고 있는 유한책임출자자(LP)는 잔뜩 움추러들었다. 펀딩 난이도가 한껏 높아진 상황에서 무한책임사원(GP)도 생존 전략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더벨은 찬바람이 거세진 펀드레이징 시장의 생태계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9일 14:4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생 프라이빗에퀴티(PE)들의 분위기는 흉흉하다. 새로운 딜을 시작하기가 매우 어려워진 국면에 접어들어서다. 새롭게 펀드를 결성하려고 해도 앵커 투자자 역할을 해줄 마땅한 기관투자자(LP)가 없다.

악순환은 계속 된다. 투자금을 모으지 못해 신규 투자가 어렵다. 출자를 단행할 LP는 더 줄어든다.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을 누구나 알다보니 신생 PE에게는 투자 제안도 잘 오지 않는다. 신규 딜을 추진하지 못하니 트랙레코드를 축적하지 못하고 성장 계기를 확보하는 데 애를 먹는다.

PE가 펀드를 만들지 못하면 운용보수를 건질 수 없고 이는 생존 문제로 이어진다. 작금 형국이 장기화될수록 고사 상태에 몰리는 PE가 적잖은 전망이다.

◇하나둘 사라지는 ‘루키리그’

과거에는 신생 하우스 펀드 결성이 비교적 수월했다. 프로젝트펀드를 만들기가 상대적으로 쉬웠고, LP 정기 출자사업을 통해 진행되던 루키리그도 있었기 때문이다. KDB산업은행, 중소기업중앙회 산하 노란우산공제, 군인공제회, 교직원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등 굵직한 LP들이 과거 루키리그를 운영했다.

루키리그는 트랙레코드가 부족한 PE들에게는 천금과 같은 기회였다. 하우스 트랙레코드보다는 운용역들의 개인 이력과 역량을 중점적으로 평가해 위탁운용사 자격이 주어졌다. 신생 PE에게도 블라인드펀드 결성 기회를 부여하는 장이었다. 블라인드펀드 존재만으로도 신생 하우스는 투자처 발굴과 추가 자금 조달에 있어 천군만마를 얻는 셈이었다.

루키리그 선정 의미는 블라인드펀드 마련에 그치지 않는다. 시장의 큰 손들이 역량을 검증했다는 뜻으로도 통한다. 이를 토대로 다른 LP들의 신뢰를 이끌어내는 통로이기도 했다. 신생 PE로선 ‘등용문’이나 다름없었다.

근래 루키리그는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2022년까지만 하더라도 교공, 군공, 노란우산 등이 루키리그 운용사를 선정했다. 그러나 그 즈음 이상 징후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2022년 하반기에 군공은 정기 출자사업에서 루키리그 위탁운용사 선정에 나섰지만, 예상을 깨고 단 한 곳의 운용사도 낙점을 받지 못했다. 당시 군공은 루키리그에 180억원을 출자할 계획을 접고, 일반리그에 루키리그 출자금을 보탰다. 1020억원이었던 일반리그 출자금이 1200억원으로 늘어난 배경이다.

군공 내부 기준을 충족한 후보자가 없었던 게 루키리그 운용사 선정이 백지화된 까닭이었다. 군공은 지난해 정기 출자사업에서는 루키리그를 아예 배제했다. PE 분야를 대형리그와 중형리그로 분류했다.

지난해 이미 상당수 큰손들이 루키리그에 손을 뗐다. 결국 지난해 루키리그를 운영한 곳은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 정도가 거론된다. 캠코는 제이커브인베스트먼트-디케이파트너스, 퍼즐인베스트먼트코리아-프롤로그벤처스 두 곳을 선정하고 각각 350억원을 출자했다.

◇펀드레이징 이슈·고금리에 지갑 닫은 LP, 돌파구 마련 시급

LP 역시 고민이 크다는 설명이다. 루키리그를 하고자 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반응이다. 루키리그가 중단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 펀드레이징 이슈와 고금리 등이 꼽힌다.

PE가 루키리그에서 출자금을 받더라도 다른 투자자들에게서 자금을 끌어오지 못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루키리그에서 낙점되더라도 PE는 이에 맞춰 적잖은 투자금을 끌어와야 한다. 지금과 같은 출자 가뭄에는 신생 PE의 펀딩 종결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앞서 출자를 결정한 LP에게도 부담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LP들이 신규 출자에 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하면서 투자금 모으기가 더 어려워진 PE가 결국 펀드 결성을 포기하고, 루키리그마저 위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시장에 밝은 한 관계자는 "LP에겐 펀드가 무사히 조성될 수 있는지가 중요한데 현재 루키리그를 진행하더라도 기한 내 펀드가 결성될지 불확실하다"며 "루키리그를 운영하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LP들도 출자 과정에서 운용사가 어느 규모로 투자확약서(LOC)를 사전에 확보했는지를 주요하게 체크하는 상황"이라며 "펀딩 여력이 떨어지는 신생으로선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LP 관계자도 신생 PE 고난이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은 고금리 영향으로 돈의 값이 비싸진 결과"라며 "저금리 땐 투자 기회비용이 저렴해 루키리그를 포함한 여러 선택지를 고를 수 있었지만, 고금리 시대에는 기회비용이 비싸진 자금을 사모대출과 같은 확실한 투자처에 투입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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