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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vs성장' 기로에 선 제약사]경동제약, 첫 적자…오너 2세 '신약 의지' 부담됐다①류기성 체제 이후 신약 확대, 주력 의약품 매출 부진, R&D 비용 급증

김형석 기자공개 2024-03-21 09:15:46

[편집자주]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제약사들은 '제네릭·상품유통·리베이트'라는 틀 안에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약가규제, 불공정 관행 철퇴 등 과거와는 다른 규제환경에서 새로운 살 길을 모색할 필요가 생겼다. 이에 더해 오너십이 바뀌는 과도기까지 겹치면서 가지각색 '생존전략'이 등장했다. '위기냐 성장이냐'를 놓고 각각 다른 전략을 펼치는 제약사들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0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창사 50년을 앞둔 중견 제약사 경동제약이 창사 첫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해온 신약 개발이 발목을 잡은 분위기다. 연구개발(R&D) 비용과 바이오텍 출자 등에 대거 투자를 집행했지만 아직 이렇다한 결과를 내지 못한 탓이다.

◇매출 축소에 영업적자, 현금자산 축소에 단기차입금 증가

경동제약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249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은 공시를 확인할 수 있는 1995년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182억원을 기록하며 손실 전환했다.

적자전환의 직접적인 요인은 매출 감소다. 이 기간 매출액은 1626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 줄었다. 2023년 사업보고서가 아직 공시되지 않았지만 제약부문의 실적이 감소하며 매출 부진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제약부분 매출은 10.4% 축소됐다.


고지혈증치료제인 듀오로반정 등 주력 의약품의 매출이 17.1% 급감했다. 4분기 실적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단순 산출하면 지난해 관련 매출액은 전년 대비 150억원가량 축소된 것으로 추산된다.

현금흐름 역시 빨간불이다. 지난해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17억원으로 1년 전보다 21억원 줄었다. 부족한 자금은 단기차입금으로 메운 것으로 보인다. 작년 단기차입금은 110억원 증가했다.

◇오너 2세 류기성 부회장 등판 후 바뀐 전략, 투자도 확대

재무구조가 악화된 다른 이유는 R&D 예산 증액과 신규 투자 확대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경동제약은 R&D 비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까지 투입한 관련 비용은 105억원이다. 매출액 대비 비중은 8.8%에 달한다. 4분기 수치를 단순 합산하면 지난해에만 143억원의 R&D 비용을 지출된 것으로 추산된다. 전년도 관련 비용이 126억원이던 점을 감안하면 매출이 줄어도 R&D에는 힘을 준 셈이다. 4년 전까지 R&D 비용이 5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폭증 수준이다.

신약개발 협업 및 시세차익을 노린 지분투자도 빠르게 늘었다. 경동제약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타법인 출자액은 59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오너 2세 류기성 부회장이 본격적인 경영 참여 전인 2020년 224억원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최근 2년간 경동제약이 신규출자한 기업은 피코이노베이션, 케이아이바이오, 패스웨이-로프티록 글로벌 신기술조합 1호, 야나두, 프렌드신기술사업투자조합49호, 아울바이오, 레티튜 등 7곳에 달한다.

케이아이바이오와 프렌드신기술사업투자조합49호는 신약 개발 관련 투자다. 경동제약의 두 기업 지분율은 각각 93%, 90%로 총 투자금액은 25억원이다.

R&D 예산 증액 그리고 신규 투자 확대 기조는 쉽게 바꾸긴 어렵다. 2021년 경영 전면에 나선 류 부회장이 신성장 동력으로 신약 개발을 추진하면서 진행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류 부회장은 2019년 부친이자 창업주인 류덕희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고 최대주주가 됐다. 2년 뒤 류 회장이 퇴직하면서 본격적으로 2세 경영을 시작하고 신약 개발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류 부회장이 경영 중책을 맡으며 신사업 동력으로 신약개발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만큼 당장 기조를 변경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라이선스 아웃(L/O) 등으로 개발 실적이 현실화되기 전까지는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동제약 관계자는 "실적 관련 사항은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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