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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은 지금]안철수 측근들로 채운 동그라미재단, 지배력 핵심축①안랩 지분 9.9% 보유, 이사회 구성원 모두 '안의 사람들'

이상원 기자공개 2024-03-26 08:27:23

[편집자주]

안랩이 국내 최초 백신 프로그램 V3를 선보인 지도 어느덧 30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동안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며 국내 보안업계 부동의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하지만 최근 보안 업계의 클라우드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외국계 기업이 호시탐탐 안랩의 자리를 위협하는 등 공고했던 점유율도 불안해지는 모양새다. 정치적 이슈에 따른 부침도 커 보이는 상황이다. 중대한 갈림길에 서있는 안랩의 과거 성장 과정과 생존을 위해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 지 등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2일 16: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안철수 의원은 국내 보안 업계의 상징적인 인물로 통한다. 1988년 서울대학교 의대 박사과정 재학 중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 'V3'를 개발하고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 안랩을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정치에 뛰어들며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여전히 지분 18.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의 공고한 지배력 중심에는 동그라미재단이 있다. 안 의원 지분 절반을 기부해 만들어진 재단은 안랩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다. 이곳 이사회는 안 의원의 측근들로 채워져 있다. 안 의원이 직접 보유한 지분과 측근 운영으로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재단을 통해 안랩을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안철수 지분으로 설립된 재단, 출연금·배당 수익으로 운영

동그라미재단은 2012년 출범한 안철수 재단이 전신이다.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시절 안 의원은 자신이 보유한 안랩 주식 372만주 가운데 절반을 출연해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안랩 직원들에게 약속했다. 86만주를 매각해 확보한 722억원으로 재단을 세우고 100만주는 현물 형태로 재단에 기부했다.

재단 이사회는 50만주를 증여받았고 나머지 50만주는 신탁을 해뒀다. 이후 2013년 명칭을 동그라미재단으로 변경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재단 명칭에는 '기회와 나눔의 선순환'이란 의미가 담겼다.

재단의 주요 수익원은 출연금에 대한 이자수익과 안랩으로부터 받는 배당수익이다. 2022년 기준 재단의 이자수익은 16억원, 배당금수익은 11억원이다. 해당 자금은 혁신기업을 지원하고 소외계층 청소년 멘토링 프로그램을 하는 등 기부 목적 사업에 사용한다. 2022년 사업비로는 18억원을 지출했다.

설립 초기 재단이 보유한 안랩 지분은 4.99%였다. 그러다 2013년 신탁으로 맡긴 주식이 재단으로 넘어오면서 재단이 보유한 안랩 지분이 9.99%로 늘었다. 이와 함께 재단 설립 탓에 18.5%로 줄어든 안 의원의 지분 지금까지 변함없이 유지 중이다. 재단 지분이 없다면 사실상 '지배력이 공고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재단은 특히 안 의원의 정치적 행보에 따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주식 백지신탁제도에 따르면 고위 공직자는 본인과 가족, 직계존비속이 보유한 3000만원 이상의 주식을 모두 팔거나 백지 신탁해야 한다.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하거나 주가에 영향을 미쳐 재산을 늘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대통령, 국무총리, 지자체장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즉 안 의원이 고위 공직자로 선출될 경우 반드시 안랩 지분을 모두 팔거나 백지 신탁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 경우 그의 모든 지분을 재단에 기부해 간접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의 정치적 행보에 따라 재단의 무게감도 갈리게 된다는 의미다.


◇안철수와의 연결고리 '안랩·서울대·카이스트'

안 의원은 재단 설립 당시부터 운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재단 이사회의 면면을 보면 안 의원 측근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그동안 이사회에 참여해온 인사들은 대부분 안랩 출신이거나 서울대 동문 또는 카이스트가 맺어준 인연이었다.

현재 재단 이사장은 2022년부터 부산외국어대학교 장순흥 총장이다. 장 이사장은 과거 카이스트 부총장 재직 시절 당시 서울대 교수였던 안 의원을 카이스트 석좌교수로 영입했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둘은 서울대 동문으로 장 이사장의 부산외대 총장 취임식에도 안 의원이 직접 참석하는 등 두터운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권치중 전 이사장의 경우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안랩에 몸담았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대표이사로서 회사를 경영했다. 이광제 전 이사장은 카이스트 교수 출신이다. 이외에 역대 이사장들도 대부분 안 의원과 서울대 동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현재 이사진 가운데 박혜정 원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은 안 의원과 서울대 의대 동문이다. 허민강 KB국민은행 DT전략부 차장은 카이스트 대학원 재학 시절 동 대학 석좌교수로 있던 안 의원의 수업을 들으며 관계를 맺었다. 허 차장이 과거 창업 당시 안 의원으로부터 많은 조언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기인 안랩 부사장(CFO)도 안 의원 측근이다.

두 명의 감사 역시 마찬가지다. 그 중에서도 알토스벤처스 김한준 대표가 눈에 띈다. 안랩은 2011년 미국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 '로블록스'에 2000만원을 투자해 1000배에 달하는 200억원의 수익을 냈다. 당시 알토스벤처스가 설립한 펀드를 통해 투자가 이뤄졌다. 이를 최종 결정한 이가 바로 당시 안랩 이사회 의장이던 안 의원이다. 또 다른 감사인 김영수 차의과학대학교 특임 교수와는 서울대 의대 동문이다.

보안 업계 관계자는 "동그라미재단 이사회는 안 의원의 최측근들과 지인들로 구성돼 있다. 많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안 의원 역시 재단이 보유한 안랩 지분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향후 안 의원의 정치적 행보에 따라 지분 전량을 매각하는 상황이 온다면 모두 재단에 넘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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