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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의 '소통' 벤치마킹 [thebell note]

김동현 기자공개 2024-04-01 09:15:59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9일 0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예전보다 기업설명회(IR)를 열심히 하는 건 사실이지만 시장에선 부족하다고 느끼는 게 맞습니다. 포스코나 삼성전자 등의 사례를 잘 벤치마킹해 시장에서 더 소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26일 열린 롯데케미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황진구 기초소재사업 대표(부사장)가 전한 말이다. 지난해 말 김교현 화학군 총괄대표 부회장이 퇴임하며 공석이 된 의장 자리를 황 부사장이 기초소재사업 대표이사 자격으로 임시로 맡았다.

해당 발언은 IR 소통 강화를 주문한 주주의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20년 넘게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이 주주는 요즘처럼 롯데케미칼이 IR을 활발히 한 적이 없다고 칭찬하면서도 어려운 석유화학 업황 속에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은 최근 2년 동안 IR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2년 CEO 주관의 기관 대상 IR 행사를 처음 열었고 지난해에는 롯데케미칼뿐 아니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롯데정밀화학 등 그룹 화학군 CEO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행사 규모를 키웠다.

이러한 노력에도 최고경영진과 일반 주주가 대면할 기회는 제한적이었다.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며 여러 기업들이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한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전자, SK이노베이션 등은 '주주와의 대화'를 신설해 CEO와 주주가 주총에서 격의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고 ㈜LG는 사전에 주주 질의를 취합해 현장에서 답하는 방식을 택했다.

롯데케미칼은 한때 시가총액 10조원을 훌쩍 넘기며 LG화학과 석유화학 대장주 자리를 놓고 겨루던 회사다. 그러나 경쟁사들이 이차전지·태양광 등 고부가 소재로 사업 전환을 추진하는 사이 기존 범용 화학제품을 고수하며 시장 관심도가 많이 떨어진 상태다. 뒤늦게 이차전지·수소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주력인 범용 화학산업의 불황으로 현재 시가총액은 5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떨어진 기업가치에 대한 최고경영진의 속시원한 대답을 듣고 싶은 주주들이 소통 강화를 요구하는 배경이다.

올해 정기주총은 다른 회사의 주주 소통 방식을 벤치마킹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 다음 주총 의장석에는 이번에 사내이사로 정식 선임된 이훈기 신임 총괄대표(사장)가 오를 것이다. 앞으로 이 사장이 주도할 롯데케미칼식 벤치마킹의 결과물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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